지난 달 11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김성주 회장은 20여 년간 패션사업에 종사하며 MCM을 명품브랜드로 성장시킨 여성CEO다. 지난 2004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주목할 만한 여성기업인 5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 회장은 대성그룹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고집하다 집에서 쫓겨나 뉴욕 뒷골목에서 온갖 고생을 다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재벌좌파’라고 부른다. 그가 경영하고 있는 성주그룹은 직원이 1000명이다. 그 중 90%가 여성이다. 그는 평소 여성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남다르다. 여성의 잠재된 능력을 잘 활용하면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박근혜 후보를 지원하게 된 이유는 ‘말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다. 박 후보가 갖고 있는 진정성과 좋은 성품이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박 후보를 돕게 됐다고 밝혔다. 김성주 회장이 선대위원장으로 일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한 달 전 그가 본 새누리당은 딱딱하고 어둡고 재미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새누리당에서 돌풍대장이 되기로 했다. 새누리당과 대한민국에 새로운 돌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 회장은 첫 기자회견 때 욕 먹을 각오로 들어왔다고 했다. 오히려 욕을 먹는 것을 칭찬으로 생각하겠다고도 말했다. 그의 튀는 행동과 발언은 오래 가지 않아 논란이 됐다. ‘진생쿠키’와 ‘영계’ 발언이 그랬다. “미국의 어느 가난한 농촌 지역에 미혼모가 살고 있었습니다. 애를 낳았는데 먹을 것이 없자, 자신의 엄마한테 배운 초콜릿칩 쿠키 만드는 방법을 활용해 아이에게 젖을 먹이면서 팔기 시작했습니다. 주방에서 그냥 만든 거라 처음에는 옆집에 파는 정도였고, 옆집에서도 동정심이 들어 샀다가 먹어보니 맛이 있어 인터넷에 올려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인터넷에 올렸고, 전국에서 주문을 받아 성공하게 됐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입니다. 여기에 지원을 받은 본인도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미국이 초콜렛칩이라고 해서 저는 우리나라 특성에 맞춰 진생쿠키라고 한 것이었습니다.”
재벌좌파 별명, 삭막한 여의도 정가에 신선한 돌풍 일으켜 “영계 발언도 그렇습니다. 당 행사에서 2030세대들과 영계 모임(young契)을 만들고 이들과 사진을 찍는 와중에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저는 영(young)한 사람이 좋습니다’는 뜻으로 말했던 것이었습니다.” 사실 김 회장의 ‘진생쿠키’ 발언이 대학 특강 혹은 취업 특강에서 나왔다면 청년들의 도전정신을 강조한 박수 받을 만한 내용이었다. ‘영계’ 발언도 젊은 사람들과 항상 접촉하는 김 회장이 평소처럼 분위기를 좋게 이끌기 위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본의 아니게 논란이 됐고 사과해야 했다. ‘트러블메이커’가 되겠다던 그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 때문에 곤혹을 치르기도 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당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새누리당의 취약층인 청년층을 집중 공략하며 소통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최근에는 소외계층의 청년들과 함께 대성리로 무박2일 엠티를 떠났다. 그는 그곳에서 희망을 봤다. “주변에는 보석 같은 아이들이 많고, 그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바로 저희들입니다. 저희가 자성하고, 겸손한 태도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당으로 재탄생해야 합니다.” 지난 12일에는 대학로에서 K-move 출정식을 열었다. K-move는 새누리당이 내세우고 있는 ‘창조경제론’의 일부로, 대한민국 청년들이 해외에 취업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다. 국가가 하는 유학원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김성주 회장과 김상민 의원이 함께 주도하고 있다. 첫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재밌게 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앞으로 한 번 재밌게 놀아보자던 그는 K-move 출정식에서 비보이들과 함께 춤을 추며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당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선대위 합류 때부터 선거가 끝나면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그 마음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욕을 바가지로 먹을 각오로 들어온 선대위에서 한 달 동안 지낸 소감을 들어봤다. 다음은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과의 일문일답. -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지 한 달 정도 됐다. 소감을 말해 달라. “우선 살아남은 거 같아 기쁘다. 정치 언어를 잘 몰라서 오해 산 것도 있었고, 트집 잡힌 것도 있었다. 입당식을 아주 톡톡히 치렀다. 정치와 경제는 차이가 많았다. 기업은 노력과 전략, 열정만 있으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겪어보니 정치는 달랐다. 여러 사람이 모이니까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나오는 것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다. 나 때문에 여의도라는 삭막한 동네에 예쁜 색깔이 입혀진 것 같다. 난 정치를 싫어했다. 지금도 좋아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시스템이 가장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정치가 우리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거다. 우리가 낸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 경영이다. 싫어하는 것과 별개로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내가 정치 개입한 이후로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 재밌는 부분도 있다.” - 처음에는 기자들도 김 위원장의 발언이나 패션에 당황해했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도 나름대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성격도 어느 정도 파악을 한 이후에는 김 위원장을 좋게 평가하는 기자들이 생겨났다. 당 분위기는 좀 바뀐 것 같나? “내가 당에 들어온 이후 새누리당이 밝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빨간 운동화 붐도 일어났고. 전국 각지에서 빨간 운동화가 불티나게 팔려서 농담으로 로얄티를 받아야겠다고 했다. 또 조용하고 보수적인 새누리당의 이미지가 역동적이 되는데 조금 기여를 한 것 같다. 젊은 세대도 마음의 문을 열고 조금씩 좋아해 주고 있다.”
- 재벌좌파부터 시작해서 김 위원장을 꾸미는 수식어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비광스타일’이라는 말도 있었다. “난 화투를 안친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서 화투를 만져본 적도 없다. 그래서 비광이 처음에 뭔지 몰랐다. 사진을 보고는 나도 한참 웃었다. 그런데 비광이 좋은 거라고 하더라. 좋게 받아들이겠다.” - 소외계층을 위한 자선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수익의 10%를 선교재단, 60개 넘는 NGO단체 등에 내면서 국내 많은 어려운 곳을 돕고 있다.” - 이번에 특별당비를 2억원 냈다고 알려졌다. 그 이유로 “청소년 해외진출 지원”을 말했는데. “당에 돈이 별로 없다. 이번에 정치권 들어와서 손해도 봤지만 직접 기여를 하고 싶었다. 그 동안은 NGO 등을 통해 돈을 보내는 식으로 도왔다. 해외 나가서 일하는 날이 많아서 내가 직접 뛸 수 있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 미래꿈나무인 청소년들을 위해 새누리당이 마련한 k-move(케이무브)다.” - K-move는 어떤 것인가? “k-move는 글로벌 시대에 넓은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해 주고 해외 취업을 위한 하나의 멘토링이다. 외국에서 창업도 하게 해 주고, 국가가 대학에 지원해 주는 대학생 교환프로그램도 있다. 대학생들을 외국에 보내 그 나라 문화와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거다. 해외 봉사활동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부터 시작해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계속 추진하려 한다.” - 한 달 동안 박근혜 후보를 지켜보니까 어떤가? ‘그레이스 언니’라는 말을 박 후보도 꽤 좋아하는 것 같다. “박 후보는 조개껍데기 속에 들어가 있는 아름다운 진주 같다. 부모님을 모두 비명에 잃고 외롭지만 아름다운 진주라고 생각한다. 이 분 자체가 꾸미고 티내고 그런 거를 안 좋아한다. 어떤 정치부 데스크가 하는 말이 (방송 출연 때) 박 후보는 여성이지만 혼자 나타나서 혼자 메이크업 하고 혼자 머리를 해서 놀랐다고 한다.” - 혹시라도 정권이 교체된다면 이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정몽준 전 대표는 단일화 철회 이후 검찰 조사와 현대중공업 세무사찰 등으로 인해 힘들었다고 한 바 있다. 지금 캠프 핵심이다보니 나중에 정치 보복 같은 것을 당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바람처럼 선거를 재미로만 볼 수만은 없는 이유기도 하다. “세무조사를 받아봤지만 투명하게 경영을 해 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안 될 거라고 보고.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또 나라의 미래를 위해 당연히 박 후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권력 나눠먹기를 하면 나라가 분열 되고, 경제도 파탄 난다. 이런 것을 좌시할 수 없었다.” - 선거 끝나고 본업인 패션사업에 매진하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유효한가? “당연하다. 그게 조건이었다. 내 천직이 사업이다. 사업이 재밌고 글로벌 야생마로 뛰어 다니면서 여성과 청년들이 마음 놓고 뛰어다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생각이다. 그게 내 일이다. 내가 안 해도 정치 할 사람은 많다. 난 다시 내 본업으로 돌아갈 거다.” -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