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1호 심원섭⁄ 2012.11.19 11:41:04
“살다보면 누구나 어려운 시기가 있을 수 있고 그럴 때 국가가 도와 어려움을 견뎌내게 하고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 이것을 제대로 하는 것이 복지국가가 아닌가. 나는 이런 복지국가의 꿈을 이루고 싶다. 그 꿈을 이뤄 가는 과정을 국민과 더불어, 함께 하고 싶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13일 CNB저널과의 창간6주년 기념 단독인터뷰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이어 문 후보는 “노무현과의 만남, 그것은 운명이었다” 며 “끝내 피하고 싶었던 정치인의 길을 들어선 것은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시대정신’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문 후보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끝없이 희생을 강요하는 낡은 경제와 낡은 정치를 바꿀 것이며 대한민국이 나갈 길을 국민의 마음속에서 찾을 것”이라며 “약자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어려운 사람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고, 세금을 제대로 쓰고, 힘없는 사람에게 관대하고 힘 있는 사람에게 엄격한, 진실로 겸허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면서 “문재인의 꿈과 동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인터뷰는 11월14일 안철수 후보 측에서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기 전에 진행됐기에 이 부분 주요 이슈가 빠져있다.) 다음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일문일답이다. -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선거운동기간 느꼈던 소감이나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으면 얘기해 달라. “전국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우리 국민이 정권교체를 간절히 열망하고 있다는 점을 절감했다. 특히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합의 이후 그 열망이 더욱 뜨거워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 단순히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새 세상을 열라는 열망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분들은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들을 보살피는 와락센터에서 만난 분들이다. 각자 돌아가면서 사연을 말하는데, 어떤 분이 말도 꺼내기도 전에 눈물을 쏟았다. 그렇게 서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쌍용차 사태 이후 해고노동자와 그들의 가족 23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국가는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다. 지난 국회 환노위 청문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경찰의 폭력진압을 묵인했다는 의혹까지 나온 상태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겠다.” - 안철수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첫 단계인 ‘새정치 공동선언문’이 합의됐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새정치 공동선언문’은 저와 안철수 후보, 그리고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꿈’이 삼위일체를 이룬 ‘문안드림(dream) 1호’다. 그리고 공통의 가치와 철학 위에 함께 개혁을 추진한다는 단일화의 원칙을 실천한 첫 번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안 후보 측과 협의하는 경제복지정책과 외교통일정책 등도 결실을 맺어 ‘문안드림(dream)’ 2, 3호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공동선언문은 한국 정치 발전의 기념비가 될 것이다. 공동선언은 우리 정치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협력과 상생의 정치 △기득권을 내려놓고 민생을 책임지는 삶의 정치 △대의제에 직접민주주의를 보강한 소통과 참여의 정치 등 3가지 원칙으로 밝히고 있다. 이처럼 국민적 열망이 모아지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선언인 만큼 저와 안 후보 측은 협상과정에서 큰 이견 없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또 양측은 선언문 발표 못지않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데도 생각이 일치했다. 따라서 누가 대선 후보가 되든, 공동선언의 내용을 정치개혁 공약으로 밝히고,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며, 대통령에 당선 된 뒤 최우선 국정목표로 정해 바로 실행에 옮길 것이다.” - 문 후보께서 구상하시는 정치개혁은 어떤 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보는가. “국민들의 뿌리 깊은 정치불신이 바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정치의 핵심 문제다.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지키고 더 많은 특권을 가지기 위해 싸우기만 한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삶과 동떨어져서 그들끼리의 정치, 그들만의 정치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한결같은 인식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헌법과 법률에서 규정한 이외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겠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줄이고 행정부 견제와 감시를 위한 국회의 기능은 강화하겠다. 정의와 인권을 제대로 수호할 수 있도록 검찰 등 권력기관을 바로세우겠다. 나아가 국가청렴위원회를 부활하고, 부패범죄자나 비리행위자를 공직임용에서 배제하는 등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하겠다.” - 안 후보 측과는 단일화협상 이전부터 정당후보론과 무소속후보론 등으로 치열한 논쟁이 있었는데 문 후보께서는 아직도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해야 된다고 보는가, 아니면 단일화만 할 수 있다면 다른 방안을 강구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양측의 단일화 협상팀의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중요한 점은 왜 단일화를 하며, 단일화의 원칙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단일화는 정권교체뿐 아니라 집권 이후 안정적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단일화는 단순히 집권을 위한 ‘세 불리기’의 차원을 넘어 공통의 가치와 철학에 입각한 단일화이어야 한다. 이번 단일화가 역대 단일화와 가장 다른 점이 공통의 가치와 철학에 입각한 ‘가치연합’이라는 점이다. 함께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단일화’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아름다운 단일화란 가치와 정책을 공유하면서 국민에게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고, 정권 교체 이후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고집하고 않고, 국민이 바라는 방향에 맞춰 감동을 주는 단일화이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단일화의 승자보다 패자가 더 빛나고, 영광스러워지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
- 새누리당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합의에 대해 ‘밀실야합’, ‘정치공학적 술수’, ‘정치포기’ 등의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강력 비판하고 있다. 왜 그렇게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는가. “이명박 정부에서 민생은 파탄 났고, 나라는 좌표를 잃었다. 민주정부 10년의 성과가 모두 후퇴했다. 더구나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민생의 어려움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또 북한과의 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한반도의 긴장과 갈등이 고조됐다. 특히 부패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이 29명이나 될 정도로 부패의 악취가 진동한다. 박근혜 후보는 사실상 실패한 이명박 정부의 공동 책임자다. 그런데도 박 후보가 다시 한 번 권력을 달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파렴치한 짓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후보, 새누리당에 실망한 대다수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열망하고 있다. 그리고 저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자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에도 단일후보가 된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두 사람의 지지도를 합친 것보다 많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단일화를 계기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에 새누리당이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가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새누리당에서는 선거 막판에 NLL 포기발언 의혹과 관련된 ‘노무현-김정일 비공개 대화록’을 공개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만약 그럴 경우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먼저 허위사실을 유포해놓고 이를 밝히기 위해 1급 기밀을 공개한다면 그것은 국가안보를 파탄내는 행동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원세훈 국정원장도 국가안보 때문에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원 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이 정상회담 대화록이나 녹취록의 일부를 발췌해서 공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해서 지지층을 결집시킨 효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만일 새누리당이 대선을 앞두고 정체불명의 괴문서를 날조하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발언의 일부를 왜곡해서 NLL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것은 명백한 북풍이다. 대선 직전에 검증할 시간도 없이 익명을 이용해서 허위사실을 다시 유포한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1급 기밀로 분류되어 있다. 1급 기밀은 공개될 경우 외교관계가 단절되고 전쟁을 유발하며 국가의 방위 등에 우려가 있는 비밀을 말한다. 따라서 정상회담 대화록 등 1급 기밀은 법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 관리되고 있다. 이런 1급 기밀을 대선을 앞두고 정략적으로 활용한다면 박근혜 후보가 국가안보를 책임질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논란 등을 고리로 박 후보 측과 첨예한 대립각을 형성하는 데 문 후보께서 정확하게 정리 해 달라. “지난 10월 말, 부산고법은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 김지태 회장의 유족이 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에 대해 고 김 회장이 국가 강박에 의해 장학회를 내놓았다고 재차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또 부산고법은 군사혁명정부의 억압적 사회분위기에서 중앙정보부가 이 사건의 토지를 증여하지 않으면 김 회장과 그 가족들의 신체와 재산에 어떤 해악을 가할 것처럼 위협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국가가 강압적으로 개인의 재산을 탈취 했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처럼 법원이 두 차례에 걸쳐 정수장학회 취득과정의 불법성을 밝혔는데도, 박근혜 후보가 ‘나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행위이다. 박 후보가 진심으로 국민대통합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잇따른 성범죄 사건도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 “자기 방어력이 취약한 여성들과 어린이들,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잔인하고 끔찍한 성폭력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주로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여성과 청소년, 어린이들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안타깝다. 따라서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폭력, 학교폭력 등 우리사회 전반의 폭력문제를 해결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폭력방지 3개년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등을 연계하는 ‘방과 후 돌봄체계’를 구축하여, 아이들이 나 홀로 방치되는 공백과 사각을 없앨 것이다. 또한 성범죄 재범 방지 및 관리 강화를 위해 보호관찰인력 확충하고, 성범죄자에 대한 심리치료 프로그램 확대할 것이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를 전면 폐지하고, 초중고 때부터 성인지적 인권 감수성 교육을 시행, 제도화하겠다.” - 선거운동 기간에 많은 여론을 들었을 텐데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요구가 어떤 것이라고 느꼈는가. “정치적 안정, 즉 싸우지 않는 정치와 경제적으로 잘 살게 해달라는 말씀이었다. 서민생활이 도탄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정치적 안정을 위해 정치 혁신을 만들어 갈 것이다. 정치인과 정당이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국민 아래에 설 것이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이외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 잘 사는 국민을 위하여 일자리 혁명을 만들겠다. 일자리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하여 경제민주화로 재벌의 기득권을 없애겠다. 이를 통한 일자리 혁명 ‘일자리 만·나·바’ 정책을 실현하겠다. 공공부분과 사회적 일자리를 통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자의 윤택한 삶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좋은 일자리를 나누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좋은 일자리 바꾸기 정책이다. 일자리가 늘어나서 경제가 살아나고 경기회복으로 기업 활성화와 또 다른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다.” - 대통령 출마를 결심하면서 ‘운명’이라고 말을 했는데 어떤 ‘운명’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노무현·김대중 두 분의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국민의 절망을 보면서 내 힘이 필요하다면 보태는 것이 나의 운명이 아닌가 고민했다. 박근혜 후보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굴절된 역사의 퇴행에 대한 위기감도 들었다. 역사를 바로 잡고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내가 도구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올바른 역사를 지키고 낡은 시대를 교체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라고 판단했다. 그 소명을 다하기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 - 국민들 입장에서는 지도자로서 다소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카리스마는 독재권력과 싸우던 시절의 구시대적 지도자 덕목이다. 독재권력의 독재자들은 카리스마로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야당 지도자 역시 독재와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카리스마로 일사불란하게 당을 장악해야만 했다. 그 시절 정치는 타협이 아닌 죽고 사는 전쟁이었다. 타협은 오히려 불신과 변절을 의미했다. 그 결과 우리 정치는 갈등과 분열만 남게 되었다. 이제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 남과 북이 분열되어 있고 영남과 호남이 갈등하고 있다. 사업주와 노동자가 갈등하고 이제는 양극화의 심화로 빈부의 격차에 분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소통을 통한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지 못하면 국민 소득 3만 불, 4만 불의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카리스마가 아닌 소통하고 화합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불통의 정치를 걷어내고 통합의 정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아닌 통합의 리더십이다.” - 선거 끝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요즘에는 힐링이 대세인데 문 후보께서는 어떤 식으로 힐링하고 있는가. “산에 오르고 싶다. 산에 오르다보면 생각이 단순해지고 명료해 진다. 나는 국내의 산은 물론이고 안나푸르나를 비롯하여 에베레스트의 일반인 코스까지 등반했다. 산을 오를 때는 느릿느릿 천천히 오르는 것이 좋다. 내 몸이 산에 적응할 충분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산도 인생도 천천히 오르면 부작용이 없다. 서둘러 높은 곳에 오르려 하지 말고 지금 내 눈 앞에 무엇이 펼쳐져 있는지 살펴보면 비로소 현재의 나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지쳤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어 갈 줄 알아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나를 알고 쉬어 갈 줄 아는 자세가 바로 내 삶의 근원이다.”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