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의 형식적 요소들을 유지하면서도 공간에 대한 분석을 통해 현대적인 회화를 보여주고 있는 작가 정해윤(40)이 집적된 서랍 사이로 새와 나무, 풍경, 인간상 등의 자연적인 요소들을 자유롭게 배치하여 개체간의 상호교감과 관계망 형성이라는 주제로 12월 7일부터 30일까지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3전시장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정해윤은 그간 보편적인 인간사회의 유기적 관계를 가시화하는데 주력하였다면 신작에서는 우주로 시야를 확장시켰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계와 구조에 대한 고찰이 우주라는 무한한 영역에서의 규칙성을 찾아나가는 작업으로 확장된 정해윤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미지의 별들이 만들어낸 관계망을 통해 작가는 확장된 세계관 속에서 끊임없이 개체 사이의 관계와 소통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직사각형의 구조적인 조합으로 구성된 그의 화면에서 닫힌 서랍은 미지의 우주, 행성 그 자체를 의미하며, 서랍의 손잡이처럼 보이는 핵진주는 각 별의 상징으로선 선택된다.
금분, 은분이 섞인 서랍들의 금속성 색채와 진주는 빛을 반사하는 우주공간의 별과 별 내부의 빛이 서로 조화되면서 발산하는 우주의 복잡 미묘한 변화를 표출한다. 특히 서로 다른 색상과 크기를 가진 진주들은 과학적 분석에 따라 별의 밝기를 측정한 겉보기 등급을 적용해 우주 속 행성의 위치관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서랍과 진주들을 잇는 흰 선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별자리들을 나타내며, 나아가 미지의 별들이 만들어낸 관계망을 통해 우주 속에서의 관계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