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소재로 인물을 재현하면서 그가 머물러 있던 공간과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드로잉으로 보여주는 김순임(37) 작가가 '길이 된 사람들'이란 부제로 11월 30일부터 12월 16일까지 소마미술관에 드로잉,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길이 된 사람들'전시에서는 작가가 뉴욕 체류 시절 건물청소부로 만났던 동유럽 출신 이민청년을 양털과 바느질로 형상화하여 전시실 중앙에 배치하고, 그를 중심으로 실과 무명천 등 자연의 재료를 인공의 벽과 연결시키는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30대의 청년 다니엘의 교통 수단은 스케이트 보드였으며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소시민으로서 거대 도시 안의 일상적인 풍경이 된 인물이다. 작가는 도시 풍경이라며 의례히 있을 법한 비둘기를 회색빛 도시의 성스러운 생명체로 떠올렸고 청년에게 '비둘기 소년'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그의 어깨 너머로 드로잉 선처럼 뻗어가는 깃털은 그를 감싸주는 보호막이자 바람을 가르며 중력을 극복하게 하는 오브제로 비둘기 소년을 그 공간에 조용히 순응하게 만든다. 그 뒤로는 20미터에 이르는 광목천 'The Space 53'이 설치된다. 수많은 씨실과 날실로 엮여져 억겁의 인연을 상징하는 천이 공간을 휘돌며 우리의 몸과 시선을 띄운다. 천정에서 부드럽게 한 올 한 올 떨어지는 무명실들은 아주 가늘고 뾰족하고 예민한 바늘을 끝에 단채 위태롭게 바닥과 맞닿아있지만 그 또한 소중한 인연의 매듭을 만들어 내고자 함이며, 극과 극의 만남이 어쩌면 세상의 이치일 지도 모른다고 끄덕일 만큼 아름다운 일렁임을 간직하고 있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