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초기부터 재현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강석호, 김을, 이광호 작가의 관심은 '그린다'라는 회화의 본질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다양한 매체를 통한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발전해 왔다. 이들은 조각과 평면회화를 통해 회화의 본질과 작업의 태도와 같은 문제들에 관심을 가져왔고, 이러한 문제들을 관객, 세계와의 소통을 드러내고자 12월 12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용산구 이태원동에 개관한 갤러리 101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적인 문제와 태도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의 작업을 선보인다. 일상의 풍경을 그리는 작가 강석호(41)는 복장이나 신체의 한 부분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작업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확대된 이미지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대상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할 거란 기대를 품게 한다. 하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깨진다. 클로즈업된 대상은 오히려 전체적인 대상의 형태로 치환된다. 이렇게 작가는 클로즈업시킴으로써 의도적으로 정보를 배제한다. 강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보이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을(58)은 미니어처 오브제를 캔버스 삼아 그리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그의 작업은 오브제와 회화가 결합되어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회화의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드로잉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 작품들은 특정적인 주제나 메시지 전달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자신의 생각, 주변의 소소한 일상이다. 여기에는 드로잉이라는 예술의 장르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키듯이 자신의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방식이 가장 '날 것'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광호(45)작가에게 있어서 회화는 표현의 수단이다. 작가는 스스로 "말주변이 없는 내게 회화는 또 다른 언어"라고 언급했듯이 작업은 하나의 소통 수단이었다. 그러나 점차 작업이 발전되면서 그는 회화작업에서 이야기를 제거한다. 대신 제거된 이야기 부분을 작가의 태도로 채워나갔다.
하이퍼리얼리즘이라 불리는 그의 작업 스타일은 일견 사진의 한 컷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일정도로 대상의 세밀한 재현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상 작가는 '모방'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리는 대상이 어떤 것이든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대신 작가의 감각, 감성을 직접적으로 투영시키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 출신의 두 큐레이터 이승민, 정혜연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갤러리 101의 개관전으로 개관전 이후 어떤 장르와 방향의 전시가 이어질지 주목을 받고 있는 전시이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