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3-304호 심원섭⁄ 2012.12.10 13:57:00
11월 27일 첫 TV 대선광고가 전파를 타면서 본격적인 홍보전이 시작됐다. 11월 29일자 일간지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종이를 말아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와 눈 맞춤을 하는 사진이 담긴 광고가 눈에 띄었다. 이 광고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문 후보의 모습을 통해 ‘소통’ 이미지를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감성적 광고 전략을 주도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문 캠프에서 홍보단장을 맡고 있는 유은혜 의원이다. 유 단장은 TV, 신문 광고는 물론이고 포스터, 법정공보물, 현수막, 유세복까지 대선 홍보물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1992년 고 김근태 전 의원과 인연을 맺으며 정계에 입문한 유 단장은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홍보위원장 등을 거친 정치 경력만 20년인 ‘초선’ 의원이지만 카피라이터 정철 씨, 최창희 더일레븐스 대표, 김재용 전 하우즈커뮤니케이션 대표 등 쟁쟁한 홍보전문가 7명을 포함해 30명이 속한 홍보단을 이끌며 홍보전을 진두지휘한다. 특히 오랜 대변인실 근무 경험을 통해 소통에 능하고 여성 특유의 감수성을 잘 발휘하면서 정당의 시각과 정치 소비자인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 균형 감각이 큰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후보의 첫 TV 광고인 ‘출정식’에서 유 단장은 후보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국민에게 다가서는 ‘여성적 교감’ 전략을 택했다. 더구나 연출되지 않은 후보의 친숙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포스터나 신문광고 이미지는 모두 후보의 평소 사진을 골라 실었다. 이에 유 단장은 12월 5일 CNB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상처를 다룬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TV 광고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라며 “‘과거 대 미래’ ‘불통 대 소통’ 구도 속에서 문 후보만의 강점을 부각해 유권자의 공감을 얻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유 단장은 “박 후보 측 광고가 국정운영을 잘할 수 있는 독보적 존재임을 강조하는 ‘일방소통’인 반면 문 후보 광고는 지지자 자신이 문재인이 된다는 ‘동반자 콘셉트’인 만큼 더 큰 공감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유은혜 홍보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첫 TV광고가 전파를 타면서 본격적인 홍보전이 시작됐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종이를 말아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와 눈 맞춤을 하는 사진이 담긴 광고가 눈에 띄었다. 어떤 이미지를 강조한 것인가. “후보의 이미지는 국민의 인식 속에 형성되는 것이다.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기 때문에 광고를 제작할 때 공감과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후보자의 이미지는 국민의 관심사, 즉 선거 이슈와 일정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얘기한 그 사진은 신문광고와 법정 홍보물에 사용했지만 연출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찍힌 스냅사진 중에 골랐다. 아이들은 거짓이 없다. 후보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진심과 경청이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가 담긴 사진이다. 새 정치는 말하고 싶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국민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다. 진심과 경청을 강조하는 건 이렇다. 예를 들어 반값등록금이나 골목상권 보호, 최저임금 인상, 박근혜 후보도 약속은 했는데 정작 법안처리는 새누리당 반대로 무산됐다. 아무런 실천 없이 말로만 민생을 이야기하면, 국민은 소통이 안 된다고 느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경청도 마찬가지로서 먼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소통이 가능하다고 본다.” - 공식적인 선거 운동도 중반기를 넘어가면서 후보들의 이미지를 대변할 수 있는 홍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문 후보의 전체적인 홍보 전략이 있다면… “이번 대선의 의미와 문재인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폭넓은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다. 이명박 정권에서 민생이 완전히 망가졌는데,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권의 안주인이었다. 온 국민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국정동반자임을 선언했고, 사실상 새누리당을 지휘했다. 그래서 공동책임이 있다. ‘잘못된 정권의 연장을 막아주십시오’라는 문재인 후보의 호소에 대한 공감을 최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 앞으로는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또 어떤 콘셉트를 가진 광고가 나오는가. “큰 방향에서 보면, 민생을 파탄 낸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에게 더 이상 민생과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국민적 공분과 더불어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모아내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지금 공개하기 어렵지만 서민의 아픈 삶을 공감하고 공유하는 후보의 모습을 감성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정권교체와 새 정치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분명히 전달할 것이다. 투표참여를 강조하는 내용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 이번 대선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하는가. “이번 대선의 본질은 민생파탄을 일으킨 새누리당의 정권연장이냐, 정권교체냐에 있다. 진짜 민생이냐, 가짜 민생이냐의 대결인 셈이다. 지난 5년 국민은 정부가 1% 특권층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의 어려움을 모른 체 한다고 느꼈다. 이것을 바꾸자는 게 이번 대통령선거라고 생각 한다. 그러므로 다수 국민이 열망하는 새 정치, 재벌을 위한 경제가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정권을 교체해서 새 정치로 정치를 바꾸고, 돈과 권력보다 사람이 먼저인 경제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라는 슬로건에 담긴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 정치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고등학교 시절 선배들의 문제 제기를 통해 재단비리와 족벌경영 문제를 알게 되었고, 등교 거부와 시위에 참여하며 개선에 앞장섰다. 81년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어둡고 암울한 시절이었다. 평탄하게 졸업해서 편안하고 안락하게 사는 것보다 누구든지 부당하게 대우 받지 않고 일한 보람을 느끼며 사는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참혹한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은폐된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싸웠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독재정권을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제도정치권에 발을 들인 건 고 김근태 상임고문을 만나면서였다. 성균관대학교 민주동문회 사무국장 시절, 김 고문은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 의장을 맡고 계셨는데 사무실을 같이 쓰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을 돕게 되었다. 어느 날 김 고문이 아예 국민회의에 들어와서 일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셔서 민주동문회 일도 손을 놓을 수 없어 병행했는데, 그게 김 고문과의 본격적인 인연이자 정치권에 발을 디디게 된 출발이었다.” - 고 김근태 상임고문은 어떤 분이셨는가. “제게는 민주화운동의 선배였을 뿐만 아니라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을 함께 한 동지면서 스승,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가까이 뵙기 전부터 민청련 초대의장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고, ‘민주화의 시대’라는 민청련 발간 자료를 하나의 텍스트로 삼기도 했기에 저에게는 이미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었다. 통일시대 민주주의 국민회의 일을 시작한 후, 김 고문과 함께 쭉 같이 해왔다. 국민경선을 최초로 제안한 것도 김 고문이셨다. 2002년 정치자금 양심고백, 당신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지만 우리 정치문화를 한 계단 올려놓은 계기였고, 김 고문이 걸어온 길은 늘 역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곧 1주기를 맞는데 비록 지금은 곁에 안계시지만 늘 마음속에 함께 하고 계신다. 김 고문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제가 정치를 하게 되었을까? 그 분에게 민주주의와 따뜻한 시장경제, 그리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정의를 배웠지만, 제일 중요한 가르침은 따뜻함을 잃지 않은 삶,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심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판단할 때 김 고문의 삶의 궤적을 통해서 길을 잃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 지난 국정감사 기간에 영남대학교 재단정상화와 관련해 유 의원을 비롯한 국회 교과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끊임없는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정치공세라는 여당의 지적이 적지 않았다.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영남대학교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4년제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정상화 결정을 내린 대학이었다. 제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했지만 영남대학교 정상화는 비리사학 복귀의 출발점으로 영남대를 포함해 사분위가 정상화시킨 대학들이 모두 대학과 법인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박 후보 관련 문제제기는 사립학교법과의 연관성 속에서도 볼 수 있다.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을 몸을 던져 저지했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한나라당 당직자와 보수 시민단체를 이끌고 거리로 나섰던 인물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였다. 2009년 사분위에 의해 ‘정상화’ 결정이 내려질 당시 정이사 7명 중 과반수인 4명의 추천권을 부여받았던 장본인도 박근혜 후보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사립학교법이 사학의 민주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나긴 투쟁의 과정에서 아직도 ‘진행형’으로 남아있는 것이나, 영남대가 독재정권 아래 비상식적인 인수과정에서부터 현재 구성원들과 지역사회의 정상화 요구에 직면해 있는 것이나, 모두 아픈 상처다. 학교법인 영남학원이 정수장학회, 육영재단, 한국문화재단과 함께 유신독재의 대표적인 유산이며 시대의 아픔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수장학회 헌납이 강압이라는 취지의 법원판결이 나오고 과거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유신독재정권의 나머지 3대 잔재,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논의가 부족했던 영남학원 정상화 문제에 대해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적기이다. 사립학교법 재개정으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영남대 정상화의 적절성과 추천권 행사의 정당성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당연한 책무이기도 한다. 이처럼 영남대 문제는 오랜 기간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던 사안이다. 문제가 있음이 분명한데도, 이런 부분을 고치고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정치공세로 치부하고 본질을 회피하려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역사적 오류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정치공세라고 폄하하는 것이야말로 본질을 희석시키는 정치공세다. 오히려 박 후보가 진정으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정식으로 테이블로 나와 영남대 문제를 비롯한 4대 의혹들을 함께 논의하면서 과거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자고 제안하고 싶다.” - 초선의원으로서 첫 국정감사를 치렀는데 소감이 있다면… “국민을 대신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열정으로 동분서주했던 첫 국정감사였다. 그 진심이 통했는지 상도 몇 개 받았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뽑은 ‘2012 국정감사 우수의원’, 민주통합당이 주는 ‘국정감사 우수의원’,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에서 수여하는 ‘친환경 베스트의원’에 선정되었다. 앞으로 더욱 잘하라는 채찍질임을 명심하고, 언제나 한결같은 자세로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 2012년 국정감사는 19대 국회의 첫 국감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일정에 묻힌 부실국감, 불성실 국감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되어 기쁘고 자랑스러운 한편, 행정부 감시에 만전을 기해야 할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죄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국정감사는 현 정부를 대상으로 한 마지막 국감이기도 하지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으로서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출범한 ‘MB정부 5년과 이주호 장관시대 교육정책 및 제도’에 대한 분명한 평가와 대안을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했다. 들여다볼수록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의미 있는 출발을 했다고 자평해본다.” - 지역구인 고양 일산 동구에 어떤 당면과제가 있는가. “교육과학기술위원으로서 아이들 교육문제를 중심으로 얘기 하겠다. 지난 11월 12일에 ‘우리 아이들의 교육환경,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가칭)양일초법 제정을 위한 교육환경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양일초등학교는 고양시 식사택지지구 안에 있는 학교로서 지난 2010년 9월 개교한 이 학교의 학부모님들이 올해 초 학교주변 환경유해시설 문제를 제기하며, 두 차례에 걸쳐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했다. 실제로 학교에서 불과 100M 거리에는 레미콘 공장이, 350M 거리에는 건축폐기물처리장이 있는데 이런 상황을 목격하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학교는 아이들이 공부하고 뛰어놀고 생활하면서, 성장하고 꿈을 키우는 공간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하루의 절반가량, 많게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지 않은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최적의 장소에 최상의 여건으로 학교를 만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양일초등학교 문제는 경제적 논리나 무관심으로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부끄러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우리 사회에 교육환경 전반에 대한 성찰적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육환경 보호 조치를 담은 법제도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양일초법’이란 학교설립과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을 일컫는 셈이다. 현재는 법제도의 개선방향을 설계하는 단계인데 큰 방향에서는 여러 법률로 분산되어 있는 교육환경보호 관련 규정을 일원화해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내용적으로는 학교설립계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한순간에 뚝딱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조금 더 내용을 다듬어 내년 봄에는 법안을 성안하고 공청회를 가질 계획이다.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