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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 무(無)주제, 꿈이 형상화 된다

다양한 섬유재료로 남다른 섬유작품 만드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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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5호 김대희⁄ 2012.12.17 10:18:41

“작업할 때 주제를 잡고 하지 않아요. 주제 없이 작업을 해왔어요. 평소 메모하고 글 쓰는걸 좋아하는데 이것들이 그림으로 표현되기도 해요. 특히 꿈을 많이 꾸는데 꿈이 형상화가 되요. 때문에 잘 때 머리 위쪽에 노트를 놔두고 바로 바로 적어요.”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삼청동 카페 테라스에서 만난 조은아 작가는 일반적인 회화 작품이 아닌 다양한 섬유재료를 이용한 독특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작품의 주제가 특별히 없다. 그녀의 평소 생각과 메모한 내용 그리고 꿈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굳이 주제를 말하자면 ‘여자’ ‘삶’이라고 한다. 지금은 한 남자의 부인이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결혼 전 주제가 여자였고 바로 자신의 이야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특별한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작업하는 그녀의 작품은 결국 보는 사람이 느끼는 게 주제인 셈이다. 무엇보다 그녀의 작품은 멀리서 언뜻 보면 회화 작품으로 오해하기 쉽다. 전혀 다른 재료로 만들었을 거란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면 천이나 섬유 등이 눈에 띄고 입체감이 선명해진다. 그러면서 재료는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에 사로잡힌다. 너무나 신기하고 때론 신선함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그녀의 작품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조은아 작품이구나”하며 안다고 한다. 아니, 알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의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고요. 텍스타일은 보는 게 좋았어요. 디자인을 10년 정도 하면서 느낀 점이 ‘이미 나올 껀 다 나왔구나’였어요. 신소재나 신기법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수용성 부직포를 접하게 됐죠. 레이스를 만드는 바탕지로 물이 닿으면 녹아 없어지는 재료에요. 15년 전부터 다뤄왔는데 지금은 흡사한 제품이 나왔더군요. 현재 작업에 쓰는 건 일본식 부직포로 접착식이에요.” 이 같은 섬유재료를 작업에 응용한 사례는 극히 드물기에 볼수록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태운 듯 느낌을 내고 싶었다는 그녀는 부직포를 녹여서 태운 느낌을 내면서 그 위에 다양한 그림을 그려나간다. 부직포 위에 물을 묻힌 붓으로 녹이고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작품을 완성한다. 어떤 형상을 나타내기보다 그림을 그리는 대로 녹기 때문에 한번이 아닌 천 번을 넘게 연습을 해서 하나의 작품이 나올 정도다. 붓의 농도 조절이 중요하기에 붓도 자체개발해서 직접 만든 붓으로 그린다. 몇 번 만에 나오는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고 많은 심경변화를 느꼈어요. 많은 것들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안거죠. 그러면서 드로잉도 많이 하게 됐고 작품에 너무 많은 걸 담고 싶었던 것에서 벗어나 미니멀하면서도 심플하게 변했어요. 사실 외형만 그럴 뿐 담고 있는 이야기는 변함없이 그대로죠.” 그녀는 가족이 생기면서 작업도 많이 부족함을 느꼈고 그러다 동그라미와 점을 많이 이용하게 됐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도형이 되듯이 점과 선을 이용한 작품이다. 패션 기법을 작업에 반영한 그녀는 현재도 용인송담대학 섬유패션디자인과에서 패션제품디자인을 강의하고 있다. 탈장르화로 회화의 장르구분이 없어지는 요즘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패션 디자인과 미술작업을 병행해 나가고 싶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을까? 자신이 잘 하는 것을 가르치면서 기억에 남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학생들의 기억에 남는 강의를 하고 “이 작품 본적 있어” “어? 이 작품 여기도 있네” 등의 작품만으로 기억해 주는 대중적인 작가가 되고자 한다. 작가의 이름은 중요치 않다. 작품이 기억되기를 바랄뿐이었다. 작품을 볼 때도 주제가 아닌 그 자체로 해석하고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의 기준으로 느껴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더욱이 20년 안에 목표로 시나리오 작가가 되어 작품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자신의 작품을 그 속에 걸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지방 작은 마을에 조그마한 갤러리를 만들어 전시 공간이 없어 전시를 하지 못하는 신진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고 이윤보다 즐기는 갤러리를 만들고자 했다.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그녀의 독특한 섬유작품은 현재 삼청동 카페 테라스에 전시돼 있다. 이곳은 지인이 운영하는 일반적인 카페로 전시공간이 아님에도 그녀가 작품을 직접 들고 와서 걸어놨다고 한다. 때문에 전시가 아닌 상설로 계속 그림을 바꿔가며 그림을 걸 예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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