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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나의 삶 나의 길 ② ]“유사생존 법칙은 살아있다”

내가 문화계 슈퍼스타 K를 꿈꾸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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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6호 박현준⁄ 2012.12.26 10:18:47

성공적인 가수를 꿈꾸는 이들이 넘쳐나지만 그 중 스타가 되는 건 소수에 불과하다. 미술계 역시 큐레이터라 칭해지는 존재는 흔할 만큼 많아졌지만 업계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인물은 손에 꼽힌다. 음악계로 비유하면 큐레이터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운영자와 같은 역할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현재 미술계의 블루칩을 최대한 많이 핸들링 할 수 있어야 주목을 받는다.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은 존재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다. 수많은 스타를 양성, 배출해낸 그들은 스타의 스타이다. 미술계에서 현재 나라는 갤러리 큐레이터가 서있는 지점은 언젠가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같은 존재가 되는 꿈을 꾸는 로이킴, 딕펑스가 결승전을 향해 돌진해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슈퍼스타 K 프로그램은 분명 내가 사는 세상에도 귀감이 되었다. 최근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주목을 받은 시즌 4의 결승전은 특별한 메시지를 남겼다. 홍대 인디밴드로 6년 이상 활동해온 딕펑스와 스무 살의 훈남 로이킴의 쟁쟁한 접전에 도저히 결과 예측이 힘든 상황에서 나도 마음속으로 누가 우승을 할지 점을 쳐보고 있었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객관적 요소를 비교해보았을 때 나는 딕펑스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딕펑스는 인디밴드로서 어려운 환경 속 에서도 꿋꿋이 열정과 실력을 갈고 닦아 오면서 내공을 쌓았고, 굉장히 독창적인 색깔의 무대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반면 로이킴은 호감이 느껴지는 보이스와 실력을 지니긴 했지만 나이가 어려서 경험이 부족하고,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고, 외모도 훌륭하여 많은 걸 가졌다고 생각하니 상금과 트로피는 딕펑스가 얻는 것이 세상 공평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로이킴의 마지막 무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훌륭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여론 조사에서도 그렇고 결과도 로이킴의 승이었다.

기분이 매우 묘했다. 결과 후 다시 생각해보니 내 자신의 아이러니함을 깨달았다. 내가 일을 하면서 가장 울분이 차오를 때가 함께 일하게 되는 분들이 나의 외관과 나이에 대한 편견으로 어떤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지 증명해 보이기도 전에 능력을 저평가 할 때이다. 당연히 견뎌야 할 과정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분명히 경력자들 보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특별함 혹은 차별성에 대한 기대와 격려보다는 ‘연식이 곧 실력’이라는 관념에 의존하는 것이 씁쓸했다. 그런데 그랬던 나조차도 지금 이 순간의 내 눈과 귀, 가슴을 울리는 음악성과는 별개인 배경으로 참가자들을 평가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나 또한 편견을 가졌으면서 열린 시각의 세상을 꿈꾸었다는 게 모순이었다. 경력자만이 신뢰와 우대를 받는 것이 옳고, 좋은 조건을 많이 지니고 있는 어린 인재는 일등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좋은 조건은 결국 그만의 달란트와 스타성이고, 열정으로 편견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별함보다는 연식이 실력, 불편한 관념 또 하나 귀감이 되는 점은 준결승전에 오른 참가자 모두 한 번씩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실패했어도 톱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 실패했었기 때문에 교만하지 않고 이 무대가 마지막인 것처럼 절실함을 담았기에 더욱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현재 블루칩 작가를 호령할 수는 없지만 레드칩 작가들을 계속 조명해주고, 아직 옐로칩 작가들을 뜨거운 감자로 만들어 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경력자들이 블루칩에 주력하는 동안 나는 레드칩과 옐로칩이 블루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획에 열정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현재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유사생존의 법칙이다. 그 열정은 슈퍼스타K로 향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 신민 진화랑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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