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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차지연, ‘임재범의 그녀’에서 ‘여러분의 배우’로

뮤지컬 ‘아이다’ 새 주역 차지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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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6호 김금영⁄ 2012.12.24 15:25:02

“전 사실 ‘아이다’가 뭔지 몰랐어요.” 뮤지컬 ‘아이다’의 주역 차지연(31)의 입에서 나온 난데없는 소리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호소력 짙은 연기로 등장하는 작품마다 관객들을 매혹시키는 차지연은 “정말 아이다 역을 원했어요” “누구나 꿈꾸는 역할이죠” 등 예상했던 답변과 달리 처음부터 돌발(?) 발언을 해 오히려 기자를 당황시켰다.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르지만 2006년 뮤지컬 ‘라이온킹’으로 데뷔했을 때 ‘오페라의 유령’ ‘캣츠’ ‘레미제라블’을 다 몰랐어요. 주변 분들이 외관상으로 봤을 때 제가 보이쉬하고 뭔가 당차 보이는 게 ‘아이다’를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을 해줬었죠. 솔직히 주현 언니가 ‘아이다’로 상을 받는 걸 보고서야 ‘아이다’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지나치게 순수하고 솔직한 답변이다. 하지만 결코 건방지지는 않았다. 인터뷰 내내 미리 생각해둔, 틀에 박힌 모범답안이 아니라 매 질문에 진지하게 생각하고 답을 이어가는 이 배우의 매력에 점점 빠져 들어갔다. 눈을 똘망똘망 뜨고 자신도 ‘아이다’를 몰랐던 때가 신기하다고 이야기하는 차지연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내년 4월 28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아이다’에서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뮤지컬 ‘아이다’는 이집트에 포로로 끌려온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그 두 여인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장군 라다메스의 러브스토리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국내에 2005년 초연된 이 공연은 2010년 옥주현이 아이다를 연기하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아이다’ 하면 사람들이 흔히 옥주현을 떠올릴 정도이다. 그런 와중 2012년 새로운 아이다로는 차지연과 소냐가 무대에 오르게 됐다.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아이다는 역시 옥주현? 부담되긴 했지만…” “주현 언니는 아이다 그 자체잖아요. 공연 초반 때는 제가 과연 아이다를 어떻게 연기할지 지켜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전 결코 ‘저만의 아이다는 이랬으면 좋겠어요’ 하고 이야기 하지 않아요. 무대 위에서 모든 배우들과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눈물 흘리고 기뻐하면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따뜻하게 전달하고 싶어요. 제가 아이다라고 해서 혼자 고음을 질러가면서 공연을 이끄는 게 아니죠. 무대는 노래자랑을 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제 자신과 동료들을 믿고, 저도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크죠.”

그의 진가를 미리 알아봤던 것일까. 2010년 뮤지컬 ‘아이다’ 오디션에 지원했던 차지연을 잊지 않고 있었던 키스 배튼 연출은 2012년 오디션 현장에서도 그를 찾았다. 오디션을 보고 당당하게 합격한 차지연은 처음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릴 정도로 행복했다. 하지만 공연 연습이 시작되면서 고뇌가 찾아왔다. “대본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전 아이다가 ‘나쁜 여자’로 보였거든요. 행복하게 살던 암네리스 공주와 라다메스 장군 사이를 갈라놓는다는 생각에, 아이다의 사랑을 과연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됐어요. 그래서 대본을 계속 보면서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했죠. 지금은 죽음도 불사르는 아이다의 사랑에 많이 공감해요. ‘모든 부와 명예, 권력을 다 가졌지만 진짜 뜨거운 사랑을 한 번도 못해보고 죽음을 맞이한 사람’과,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지만 정말 뜨겁게 사랑을 해보고 죽은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할까 생각해봤어요. 저도 아이다처럼 후자를 택할 것 같아요.” 이렇게 캐릭터 연구에 열심인 차지연은 매 공연마다 역할에 몰입해서인지 평상시에도 극 중 캐릭터의 모습이 묻어난다. 뮤지컬 ‘서편제’ 프레스콜 때만 해도 당시 맡았던 송화 역처럼 어리바리하고 순수한 모습을 보였던 그는 뮤지컬 ‘아이다’ 프레스콜 때는 당당하고 카리스마 있는 아이다의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다는 나쁜 여자? 죽음을 불사르는 사랑 공감해” “어떤 모습이 진짜냐”고 묻자 얼굴을 붉히며 “평상시에 나도 모르게 아이다처럼 어깨를 펴고 제스처를 취해가며 말을 하니 어머니가 불편해 하더라”고 답한다. 차지연은 “맡은 캐릭터와 일상생활이 잘 구분되지 않는 걸 보니 난 프로가 아닌가보다”고 연신 말했지만 아이다와 한 몸이 돼 열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천상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차지연의 원래 꿈은 배우가 아니었다. 본래는 가수를 꿈꿨다. 차지연은 “가수가 꿈이었던 한 아이가 10년 가까이 연예계 바닥에서 구르다가 튕겨져 나왔다”고 담담하게 고백했다. 그러다 뮤지컬 무대를 먼저 만나게 됐는데, 뮤지컬에 대해서도 잘 몰랐던 시기였지만 이곳에서 또 다른 자신의 열정을 발견했다. 그렇지만 가수의 꿈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었다. 그 때 찾아왔던 기회가 바로 MBC ‘나는 가수다’ 무대이다. 가수 임재범의 무대에 지원 사격을 나섰던 차지연은 배우로서는 물론이고 가수로서의 모습 또한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그 이후로 쭉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임재범의 그녀’이다.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했는데 호탕하게 웃는다.

“이젠 ‘임재범의 그녀’가 아니라 ‘여러분의 그녀’를 하고 싶은데요(웃음). 임재범 선배 목소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서포트를 해야 했던 무대였어요. 그게 잘 맞아떨어져서 시너지 효과가 난 듯해요. 벌써 2년 가까이 돼 가는데 아직도 기억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어떤 일을 겪으면서 사람들에게 각인된다는 건 엄청난 기회이자 축복이에요. 또 다른 사람도 아닌 임재범 선배의 그녀잖아요(웃음). 또 가수가 꿈이었던 제게 새로운 발판을 마련해준 고마운 타이틀이에요.” “이젠 ‘임재범의 그녀’ 아닌 ‘여러분의 그녀’로 다가가고파”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차지연은 현재의 소속사를 만나게 됐고 음반 발매도 했다. KBS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하면서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라는 새로운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하지만 두려웠던 순간도 많았다. 가수로서의 색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항상 주어지는 역할에 충실했기에 본인만의 색이 뭔지 몰라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때 불현듯 “나는 배우다”라는 생각이 흔들리는 그를 붙잡아줬다. “저는 가수이기도 하지만 배우라는 것을 잊고 있었어요. 제 무대에 어떤 색을 입힐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드라마더라고요. 음악극을 만들고 싶어서 도전했는데 재밌었어요. 그렇게 탄생된 게 ‘네박자’ 무대에요. 승패에도 관심이 없어질 정도로 무대에 푹 빠졌었어요. 가수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한 거죠.” 그렇게 ‘불후의 명곡’에서 자신의 새로운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낸 차지연은 뮤지컬 ‘아이다’를 만나면서 방송을 포기했다. 뮤지컬 무대에 어떤 곳이기를 알기에 결코 소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쉬워하긴 이르다. 차지연은 뮤지컬도 방송도 꾸준히 이어가며 대중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지금은 그가 열정을 쏟고 있는 뮤지컬 ‘아이다’에 주목할 때다. “이번 뮤지컬 ‘아이다’는 그 어떤 캐스트와 조합을 봐도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누구 하나 부족한 사람이 없어요. 정말 굉장히 재밌게 볼 수 있어요. 공연을 보고 사랑과 희생에 대해 다시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앞으로도 공연을 계속하고 싶어요. 공연을 정말 사랑해요. 중간에는 앨범 활동을 할 것 같은데 이번엔 제 색깔을 확실히 가지고 나갈 테니 기대해주세요. 올해부터 내년까지 자주 나타날 거니까 많이 응원부탁 드려요(웃음).” “무엇보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더 많이 성장하겠다”며 “나중에는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좋은 일들도 팬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끝인사를 전한 차지연은 오늘도 뮤지컬 ‘아이다’ 무대로 나선다. 공연장 저 멀리 끝까지 감동을 전달하고 싶다는 그의 열정을 앞으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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