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대를 다니다 우연히 들른 화랑에서 조각가 권진규의 작품에 매료되어 다니던 대학을 관두고 권진규의 마지막 2년을 수발하며 조각을 배웠던 김동우(62) 작가는 스승이 추구하고자 했던 한국적인 전통을 테라코타나 건칠이 아닌 '돌'에서 찾아 스승의 뜻을 지속하고 있다. 12월 28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강남구 청담동 조현화랑 서울에 그가 모성애를 극대화한 엄마와 아이, 가족, 사랑하는 남녀 등 작품의 중심적 모티프인 인간의 본질과 형상을 고찰해온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김동우 작가는 권진규로부터 처음 조각을 사사 받은 후 파리를 거쳐 이태리 까라라로 진출해 본격적인 작업과정을 가졌다. 이탈리아 반도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 카라라는 예술가, 특히 조각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백대리석의 고장으로 르네상스 때 미켈란젤로가 이 곳의 대리석으로 수많은 명작을 빚어냈을 만큼 다양하고 질 좋은 대리석을 갖추고 있다. 작가는 파리 및 카라라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현대적인 조각 실험과 표현방식을 추구했으나 결국 그의 스승에게 배운 대로 인간의 본래 형상에 대한 탐구로 되돌아오게 된다. "나의 관심은 인간의 본질을 조각의 본질로서 표현하는 것이다"라 말한 작가의 작품은 가장 한국적이고 고전적이며, 원시적인 인간상을 차가운 대리석을 통해 펼쳐내고 있다. 대리석의 차갑고 무거운 물성은 작가의 의도가 내포된 '인간이 지니는 본질'로 희석되는데 이는 연인과 가족, 남녀 입상의 모습을 통해 따뜻하고 평온함을 느끼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또한 일률적 또는 교차적으로 날망치로 쪼아서 작품을 마무리하는 전통기법은 그의 작품이 돌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자연미와 더불어 원시적인 느낌을 발하게 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