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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스한경수, 흙을 물감으로 ‘삶의 모습’ 그린다

캔버스에 흙과 돌 붙여 만드는 ‘에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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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9호 김대희⁄ 2013.01.14 13:35:52

자연을 그린 그림은 많다. 산과 바다, 나무와 꽃 등 많은 풍경들이 답답함과 삶에 지친 마음에 작은 휴식을 전해준다. 이처럼 풍경 작품으로도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데 실제 자연을 그대로 옮겨왔다면 어떨까? 에르도스한경수 작가의 작품에 흐르는 질감의 독특한 효과는 그만의 강렬한 작품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자연 그대로의 흙 내음이 물씬 풍기는 듯하다. 캔버스나 목판재 위를 덮고 있는 꺼칠꺼칠한 표면은 물감이 아닌 실제 흙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색에 공감을 많이 느끼게 된다. “흙을 이용한 작업을 선보인 건 지난해 개인전에서 처음이었어요. 물감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죠. 흙이 가진 고유의 색으로 표현했고 물감에서는 볼 수 없는 색감이에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작품 속으로 옮겼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는 흙을 주재료로 사용하면서 돌에서 흙으로, 흙에서 돌로 순환되는 근원적 이치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동안의 복잡한 주제를 벗어나 간단한 이치와 주제로 편안함과 휴식을 전해준다. 재미있으면서도 흥미로운 발상의 전환이다.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동기 중 하나는 나무를 다루는 작가가 나무를 찾아 힘들게 다니는 걸 보면서 자신도 흙을 찾아다니게 됐다고 한다. 또한 그의 이름 앞에 쓰이는 에르도스는 중국 내몽고의 지역명으로 그가 몽고에서 살 때 사용한 이름이며 ‘아름다운 초원’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하늘과 땅이 맞닿은 느낌을 회화로 표현했다면 최근 작업은 물 끝과 땅이 만나는, 즉 육지 끝에서의 만남을 소재로 했어요. 몽돌이 유명한 거제도 몽돌해수욕장에서 주로 소재를 얻어 작업했는데 바다 끝을 바라보며 바람, 물, 파도소리를 듣고 음악을 만들죠. 이러한 음악적 감성으로 그림을 그려요. 돌이 구르고 굴러 흙이 되는데 우리 몸도 흙으로 돌아가듯이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면 돼요. 누구나 알 수 있는 흙과 돌에 대한 이야기죠.” 그가 거제도의 흙을 소재로 작업하며 그곳의 몽돌을 이야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람, 돌, 파도 등 자라온 환경의 특수한 배경도 한몫했다. 그는 경남 거제도 출생으로 6.25 전쟁 때 월남한 부모님과 피난민 촌에서 척박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바닷가에 대한 남다른 기억과 추억을 갖고 있다. 때문에 바닷가 옆에 살며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는 등 흙과 오랜 인연을 가지며 바다를 주제로 작업해 왔다. 그는 오브제가 주는 질감의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거울, 물감, 신문지 등에 이은 흙 작업은 판재 위에 모래, 황토, 마사토 등을 부착하는 기법으로 흙의 흐름을 표현했다. 또한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작업을 하기 전에 자신이 느낀 감성으로 곡을 만들고 그 음악을 회화로 나타낸다.

“악보를 쓰지는 못해요. 따로 배우지 않았어요. 곡을 종이 위로 옮기지는 못하지만 즉흥적인 연주가 가능해 음악을 연주하면서 그 자리에서 녹음을 하고 이를 들으며 작품을 만들어요. 바닷가 그 자리에서 그곳의 흙으로 말이죠.” 작업하는 곳이 어디든 상관없다. 대자연의 현장에서 느끼는 감흥을 우선 노래로 만들고 그런 다음 그 노래를 들으면서 현장에서 가져온 흙으로 그림을 그린다. 결국 그 바닷가의 소리부터 흙까지 바로 옮겨와 만들어진 작업이 된다. 그에게 몽돌소리는 파도에 쓸려서 들리는 천상의 소리이며 그것을 회화로 표현한다. “고향인 거제도의 끝자락인 함목 몽돌 밭에서 몽돌소리와 음악소리, 몽돌이 파도에 굴려지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요. 음악을 들으며 채취한 여러 가지 흙을 혼합하죠. 그리고 흙의 색과 빛에 따라 풀, 신문지, 오공본드로 혼합해 흙 물감을 만들고 먹물과 주묵을 배합해 흙색을 연출해요. 캔버스에 칠하고 질감을 표현한 후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돌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옮겨놓게 되죠. 지역마다 흙의 성분이나 색이 달라요. 흙을 섞기도, 그냥 쓰기도, 채로 걸러서 용해시키거나 침전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해요. 흙은 물감과 달리 색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흙마다의 색이 있고 아주 세세하게 다르죠. 이 때문에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앞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지역도 넓혀가며 흙을 물감으로 오직 흙으로만 작업하겠다는 그는 자연 속에 인간을 대입시켜 보는 것 같지만 결국 그것이 자신의 모습 그리고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또한 지금까지 작업의 맥은 이어가겠지만 그 방식과 재료는 변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흙 같은 자연적인 재료들을 쓰면서 말이다. 여기에는 변화의 시도와 도전 정신을 잃지 않는 그의 예술가적 열정이 한 몫 한다. “예술은 한 곳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 자신도 이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걸 느껴요. 그동안의 작업들은 철학이며 복잡한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흙 작업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자연을 바라보듯 편하게 감상하면 됩니다.” 자유로우면서도 절제된 화면으로 오브제가 주는 질감의 다양함을 통한 순환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그는 이 세상 많은 것들이 흙으로 만들어졌기에 모두 물감이라며 흙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재미난 것들이 너무 많다고 웃어보였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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