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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가정간호사 동행 취재]“가정방문 간호와 평생 함께 하고 싶어요”

건강 찾고 웃음도 되찾은 이장섭·임명자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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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9호 김금영⁄ 2013.01.14 13:52:43

방에서 조용히 걸어 나오던 이장섭 씨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2012년 연말을 앞두고 12월 28일 방문한 이장섭 씨의 집. 다소 왜소하긴 했지만 건강해 보이는 모습에 걸어 나오는 분이 이장섭 씨일 것이라는 생각을 차마 못하고 거실에서 계속 당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같이 방문한 이미숙 간호사를 보더니 대뜸 “오셨냐”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이 씨의 부인 임명자 씨도 미소를 보이며 “이이가 남편”이라고 소개했다. 겉으로 보기에 이 씨는 대화도 잘 이어가고 집 안을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등 일상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같이 차를 마시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아픈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기까지는 수많은 눈물과 노력이 있었다고 이 씨 부부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범하게 살던 이 씨는 개인 사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술도 많이 마셨고, 하루 3갑 정도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 2007년 종합검사를 받다가 몸에 이상이 발견돼 비뇨기과에서 12월 첫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웬걸, 위에도 이상이 있어 2008년 2월 다시 수술을 받았다. 여기서 끝인 줄 알았건만, 내시경을 받다가 식도암까지 발견돼서 세브란스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지금 소장과 대장이 짧아졌고 위는 없는 상태라 식사하는 것이 아주 힘들어요.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인 거죠. 수술했을 땐 음식물을 넘기는 부분이 막혀서 침을 삼킬 수도 없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네요. 그땐 배에 구멍을 뚫고 호스를 연결해서 주스를 마시곤 했어요. 살기 위해 영양 섭취를 해야 했죠. 목마를 때 물을 벌컥벌컥 마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느끼게 됐어요(이장섭 씨).” “물을 벌컥벌컥 마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식도암으로 고생하면서 원래 60kg이었던 이 씨의 몸무게는 41kg까지 떨어졌다. 영양제를 2~3일마다 맞아야 했고, 예정돼 있던 아들의 결혼식도 가지 못하게 돼 가족 모두가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삶에 대한 굳건한 의지가 이들을 뭉치게 했다. 중환자실에 있던 이 씨가 정신을 차렸을 때를 부인 임 씨는 아직도 기억한다. 남편의 첫 마디는 “아들 결혼식이 어떻게 됐냐”는 것이었다. “남편이 수술을 받은 건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어요. 중환자실에서 한 달 동안 있으면서 이대로 일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죠. 그런데 남편이 눈을 떠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하지만 퇴원을 앞두고 집에서 어떻게 남편을 돌봐야 하나 걱정도 됐죠. 그때 주치의가 가정방문 간호에 대해 이야기해줬어요(임명자 씨).”

가정방문 간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이 씨 부부의 표정부터 밝아지는 게 눈길을 끈다. 그 표정의 의미가 궁금해 얼마나 가정 방문 간호를 신뢰하냐고 묻자 바로 “물론 100%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이 씨 부부는 퇴원하자마자 가정방문 간호를 받기 시작했다. 2008년 퇴원했으니 어느덧 가정방문 간호와 함께 한지 4년이 넘었다. 그 4년의 시간을 이미숙 간호사가 함께 했다. 이 간호사에 대해 이들은 “최고다” “가족 같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인터뷰에 동행해 이 씨에게 영양제를 놓아주던 이 간호사가 부끄럽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중간에 입원과 퇴원을 계속하면서 7번이나 수술을 거쳤죠. 그 과정을 온전히 우리 부부 둘이서만 버텨내기엔 버거운 점이 있었어요. 그때 이미숙 간호사가 많은 도움을 줬어요. 간호 시간 외에 더 필요하다고 연락하면 늘 와줬고, 단 한 번도 환자가 많다고 간호가 밀린 적이 없어요. 또 중증 환자는 늘 상태 체크가 중요해요. 응급 상황이 생길 시 이 간호사에게 연락을 하면 병원 내 간호사들과 응급실이 연계돼 있어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질 수 있었어요(이 씨 부부).” 수술 자국에 생기는 염증을 치료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간호사가 집으로 찾아와 직접 염증을 치료해 이 씨 부부는 집에서 입원해있는 것과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고. 또한 딱딱 방문횟수와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씨의 상태에 따라 방문 일정을 함께 논의할 수 있었다. “위급했던 순간 가정방문 간호 덕분에 넘겨” 이 씨 부부는 치료를 받으면서 이 간호사와 몸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냥 가정적인 이야기, 아이들 학교 다니는 이야기 등 서로에 대한 친근함을 쌓아갔다. 이날도 인터뷰 도중 먼저 이동해야 하는 이 간호사를 붙잡고 “아쉽다”며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라”고 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정방문 간호 덕분에 위험한 순간을 넘긴 적도 있다. 어느 날은 이 씨가 배가 아파서 고생을 했다. 이 씨 부부는 단순히 ‘음식을 잘못 먹었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이들을 방문한 이 간호사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피 검사를 하더니 “간 수치가 높게 나왔으니 더 정밀한 검사를 받아 봐야할 것 같다”며 바로 소화기내과를 연계시켜줬다. 그런데 검사 결과 담도에서 돌이 발견돼 일찍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남편의 몸이 많이 약해진 상태에서 담도의 돌을 늦게 발견했으면 어땠을지 아찔하다”며 임 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겉으로 보기엔 건강해보이지만 남편은 걷지도 못하고 누워 있었을 때가 더 많았어요. 지금도 걷는 게 힘이 부칠 때도 있죠. 만약 그 때 정밀 검사를 받으려고 했어도 병원에 가서 접수를 하고, 피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렸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병원을 방문한다고 바로 정해진 시간에 치료를 딱 받기가 힘들잖아요. 가정방문 간호를 통해 피 검사한 결과만 가지고 병원에서 바로 정밀 검사를 받을 수 있어서 정말 편했죠(임명자 씨).” “가정방문 간호 알리고파…건강해지면 미각 여행도 목표” 매사 말도 별로 없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던 이 씨는 가정방문 간호를 받으면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 간호사도 “꼭 신선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음도 여유로워지고 41kg까지 내려갔던 몸무게는 53kg으로 올라갔다. 현재는 49.5kg인데 50kg을 넘는 것이 목표라고 이 씨 부부는 말했다. 아플 때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다른 목표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 씨는 건강할 당시 가리는 것이 없고, 맛집을 직접 찾아다닐 정도로 미식가였다. 그토록 좋아하던 음식들을 지금은 마음껏 씹어 넘길 수 없지만 몸 상태가 나아지면서 희망도 가지기 시작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니 저절로 긍정적으로 변하더라고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행복인데 침울하면 좋지 않죠. 제가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건강해지면 아내와 국내 미각 여행을 1년 동안 다니고 싶어요. 전국 유명한 곳의 경치도 구경하고요. 이젠 뭐 급할 것도 없죠. 일흔이 되기 전에 이 목표를 이루고 싶네요(이장섭 씨).” 남편이 퇴원하던 2008년 4월 함께 봤던 벚꽃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는 임 씨는 다가오는 봄에 다시 벚꽃을 보며 함께 산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남편이 아프면서 24시간 대기상태로 간호만 했었는데, 이젠 가정방문 간호로 부담을 덜면서 남편과 여행을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임 씨는 현재 작가로서 활동하고도 있는데, 이들 부부의 여행기를 나중에 책으로 만나볼 수 있지도 않을까 살짝 기대가 됐다. 처음엔 가정방문 간호를 매일 받아야 할 정도로 많이 아팠지만 현재 이 씨는 가정방문 간호 횟수가 점점 줄어들 정도로 기력을 많이 회복했다. 더욱 건강해져 가정방문 간호를 받지 않게 되는 날이 올지라도 앞으로도 이 씨 부부는 이 간호사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이 간호사를 만나 가정방문 간호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이 씨 부부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이 제도에 대해 알릴 정도로 깊은 신뢰를 보여주고 있었다. “가정방문 간호 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이번에 치료를 받으면서 다른 병원에도 이 제도가 있는지 물어볼 정도로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제도에 대해 알려주고 있죠. 특히 세브란스 간호사들과 의료진이 정말 친절해요. 어떻게든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줬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참 잘 돌봐줬고요. 가정방문한 이 간호사는 말할 것도 없죠.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이 간호사와는 계속 만남을 이어가고 싶어요(이 씨 부부).” 그동안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이 씨 부부는 숨을 쉬고 살아있는 현재 이 순간 조차에도 감사함을 표했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고 보람 있다”며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보다 건강해진 이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세브란스병원 가정방문 간호 팀에게… 치명적 행복, 환우 이장섭의 보호자 임명자 벌써 5년이 지났다. 지나고나니 ‘벌써’라는 말이 떠오르는걸 보니 이제는 어지간히 잊어지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잊는다고 잊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편의 몸에 훈장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수술자국. 그 지난했던 시간이 이젠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매일 숨 쉴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인간에게, 삶에 더 없는 귀함이요, 실은 자랑거리라는 걸 이렇게 오랜 시간 고통을 맛본 후에 깨닫게 된다는 게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세브란스에서 1박2일 건강검진을 받고 정밀 검사를 받을 때만 해도 그래도 ‘아니겠지’ ‘설마’에 무게를 두었지만 최고의 의료진, 최고의 최신식 정밀 기계 앞에서 무슨 핑계를 댈 수 있겠는가. 몸 3곳에 암세포가 발견됐고, 위와 식도를 한꺼번에 적출하는 수술이 돼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실패율이 겨우 5% 미만이라는데 의심 없이 수술대 위에 누운 남편이었다. 그러나 그 5%는 우리에게 찾아왔고…. 그때부터 참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믿고 찾아간 병원이었으니 실패도 성공도 다 내 몫이라는데 마음을 비워낼 수밖에 없었다. 재수술, 재수술…. 참으로 여러 번의 입원, 퇴원을 거듭하는 사이 훌륭한 의료진에 매료됐고, 더욱 잊지 못하는 것은 세브란스 가정간호사 제도에도 우리 가족은 높은 신뢰도를 지금도 보내고 있다. 그 힘든 과정을 내 가족처럼 보살펴주신 이미숙 가정간호사님에게 더없이 고마움을 보낸다. 환자 가족은 환자의 상태가 조금만 이상해도 불안하다. 그러하다보니 예약 날을 기다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주 간호사 선생님에게도 연락을 하게 되고, 방문하기를 바라게 되는데 그때마다 한 번도 짜증이나 힘든 내색 없이 5년간을 방문해 돌봐주시는 그 분의 프로의식에 박수를 보낸다. 의사선생님은 병을 정확히 판단하고 치료하시지만 그 후의 관리 또한 중요함에 있어 세브란스의 의사진도 최고지만 가정간호사 제도와 그 선생님들은 병원의 빛나는 또 다른 대표얼굴이라고 본다. 물론 지금 남편은 건강한 상태가 돼 있고, 병을 앓기 전과는 다른 긍정의 삶을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재산을 잃는 것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게 된다는 말을 병이 나고 나서야 실감하게 된 것이다. 인간에게 건강만큼의 값진 보물이 또 있을까? 그런 보물을 지켜내는데 함께 애써주신 세브란스 의료진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 가정간호 제도란? 가정간호란 환자가 자신의 집에서 전문 간호사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제도이다. 전문자격증을 가진 간호사가 환자를 찾아가 주치의의 처방 내용에 따라 각종 치료 및 처치, 교육, 상담 등을 하는 입원대체 서비스로, 세브란스병원은 1994년 4월부터 가정간호 시범 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주요 대상은 말기 암환자, 뇌혈관 질환, 욕창 치료, 재활치료와 영양장애, 당뇨, 고혈압, 폐질환 등의 만성질환자다. 가정전문 간호사들은 필요할 때 환자의 상처 부위를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 외래 의무기록에 부착시키거나 직접 주치의에게 전달해 주치의가 환자의 상황을 보고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증세 변화로 외래 진료가 필요할 경우 외래 진료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입원비와 병원 왕복 수고를 덜면서도, 병원 치료에 버금가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가정간호를 받고 싶으면 입원이나 외래에서 담당 간호사에게 신청하면 의료진이 가능 여부를 판단해 결정한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에는 총 9명의 가정간호사가 있다. 1회 비용은 보험적용이 돼 1만370원 정도에 처치, 치료비, 약품비가 보험 20% 수가로 추가된다. 단, 한 달에 8회 방문까지만 보험이 적용된다. 세브란스병원의 가정간호 서비스는 현재 서울 전지역(강동구, 송파구, 강남 일부지역 제외), 인천, 김포, 일산 등 수도권 일부지역에 적용된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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