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러 오신 아주머니는 평생 모은 재산을 가지고 지하철 역 앞 상가에 작은 김밥 집을 열어 1년 째 영업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워낙 성실하게 일하시는 분이라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장사를 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주머니는 자신이 임차한 상가가 경매로 넘어가게 됐다는 소식을 듣게 들었고, 너무나 충격을 받아서 상담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평생 모은 재산을 경매로 잃어버리게 된 사연 경매관련 서류를 살펴보니, 순위가 앞서는 담보가 너무 많고 상가임대차 보호법도 적용될 수 없는 경우라서 아주머니는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이 부동산을 임차하실 때,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보지 않으셨나요?” 위와 비슷한 사안의 경우 상담하러 오신 분들의 대부분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중개사무소에서 등본을 주긴 했는데, 확인을 안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지 몰랐습니다.” 또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는데,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주머니도 역시 비슷한 대답을 하셨습니다. “그냥 믿고 계약하는 거지, 그걸 어떻게 하나하나 따지고 살아요? 그냥 별 확인 안하고 도장 찍었어요.”
처음 위와 같은 상담을 했을 때, 솔직히 너무나 놀랐습니다. 아주머니가 등기부 등본만 확인했다면,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릴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위에 물어보니 등기부 등본을 어디서 발급받고,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보통 부동산 관련 사고나 분쟁이 발생하면 그때서야 부동산 등기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보통입니다. 등기부만 확인해도 큰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등기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 합니다. 등기부 등본의 발급방법 우리가 부동산에 관해 계약을 체결하려할 때 부동산소유자와 매도인 또는 임대인이 일치하는지, 목적물이 내가 계약 체결하려는 것과 일치하는지, 그리고 이 부동산이 압류돼 있거나, 근저당권 등이 설정돼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점들은 모두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기 때문에, 등기부등본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현재는 ‘등기부등본’이라는 표현 대신 ‘등기사항전부증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아래에서는 설명의 편의상 우리에게 익숙한 등기부등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어디서 발급 받을 수 있을까요? 현재는 등기부에 대한 전산화 작업이 모두 완료됐으므로 인터넷을 통해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http://www.iros.go.kr)에서 부동산 주소를 정확히 입력하고 700원 정도를 결제하면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등기부 등본의 표제부 다음으로 등기부등본이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은 크게 표제부, 갑구, 을구로 구성돼 있습니다. 먼저 표제부에는 해당 부동산의 표시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만약 부동산 등기부의 표제부가 위와 같다면 ‘서울 광진구 구의동 200번지에 있는 땅 1,500제곱미터’라는 뜻입니다. 아파트와 같은 집합건물의 경우는 아파트 한 동 전체에 대한 표제부와 전유부분에 대한 표제부, 이렇게 표제부가 두 개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아두세요. 등기부 등본의 갑구 다음으로 갑구에는 소유권에 관한 일체의 사항이 기재돼 있습니다.
만약 갑구의 기재가 위와 같다면 위 부동산은 2011년 8월 5일 주식회사 낙낙토건이 매수해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것인데, 이 낙낙토건에 대한 채권자인 주식회사 유리은행이 1억 원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가압류를 해 놓은 상태라는 뜻입니다. 갑구에는 소유권, 가압류뿐 만 아니라 압류, 경매개시결정, 가처분등기, 그리고 가등기에 관한 사항도 기재됩니다. 등기부 등본의 을구 마지막으로 을구에는 소유권 이외의 사항이 기재돼 있습니다.
만약 을구의 기재가 위와 같다면 채무자 박동수의 채권자인 주식회사 궁민은행이 자신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위 부동산에 대해 채권최고액이 6천만 원인 근저당권을 설정해 놓은 상태라는 뜻입니다. 은행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보통 실제 채무액의 120% 정도를 채권최고액으로 설정하므로, 위 박동수의 궁민은행에 대한 실제 채무액은 약 5천만 원 정도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꼭 기억해야 할 것 등기부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잘 몰랐다.”, “등기부를 보았지만 무슨 내용인지 몰랐다.”라는 이야기는 법정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는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1) 갑구에서는 소유권, 가압류, 압류, 경매개시결정, 가처분등기, 가등기를 확인할 것 (2) 을구에서는 저당권, 근저당권 등 담보내역을 확인할 것 등기부 등본 확인은 절대로 어렵지 않습니다. 위의 내용을 보고도 잘 이해가 안 되신다면, 부동산 거래 전에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주위 사람들에게 꼭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잠깐의 수고만으로 큰 실수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