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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나의 삶 나의 길 ⑥]개그콘서트 희극배우들이 큐레이터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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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1호 박현준⁄ 2013.01.28 11:09:43

개그콘서트는 이제 우리 삶의 유머코드를 지배할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희극배우들이 관객에게 웃음을 터져 나오게 한 순간 그것은 잭팟이 되고, 그들은 스타가 된다. 나는 무엇인가로부터 인상적인 느낌이나 감동을 받고 나면 자연스레 그것을 미술세계로 연결 지어 보곤 한다. 음악이나 영화, 스포츠, 대중문화 등 미술 이외 문화의 범주에 드는 다른 영역을 접했을 때 특히 이 증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모든 대중문화와 예술은 관심을 끄는 것이 생존이기 때문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대상이라면 벤치마킹을 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내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깊어갈수록 다른 문화를 향유할 때면 그것이 즐거웠을수록 질투심과 심란함이 똑같이 따라온다. “미술에서는 저러한 감동을 느끼게 할 수 없는 것일까, 미술작가나 전시는 그만한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일까, 저 사람은 나보다 젊은데도 이만한 것을 이루어냈는데 나도 같은 인간으로서 못할 것이 뭐가 있을까, 얼마나 더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등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기 일쑤다.

개그콘서트는 내게 웃음, 유머가 삶에 미치는 영향력과 의미가 어떤지에 대한 생각을 일깨우는 자극제로 작용했다. 웃음은 보통 우리가 기쁨을 느낄 때 혹은 고정관념이 깨졌을 때 나오는 화학반응이나 엔도르핀, 스트레스 해소 정도로 여겨진다.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웃음의 중요성을 새로 인식하게 됐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갈비뼈 8개가 부러지셨을 때 환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빠른 회복속도에 대해 의사는 근력이 매우 강한 편이라서 가능한 일이라 말했다. 덧붙여 의사는 근육의 건강에 있어 걷는 운동만큼이나 웃음을 강조했다. 웃을 때는 걸을 때와 또 다른 종류의 근육세포들이 상당히 활성화 되므로 많이 웃고 많이 걷는 사람이 무병장수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였다.

미술에서도 유머가 관건일 때가 있다. 내가 해왔던 전시 중에서도 대중들과 컬렉터 모두에게 어필을 했던 작품에는 분명히 위트가 있었다. 세련된 아름다움에 위트가 가미 되었을 때 가장 넓은 스펙트럼의 대중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개그콘서트가 일정 연령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아니듯 유머는 절대다수를 향한 것이다. 유머를 담는 미술 또한 다양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의 비결이 될 수 있다. 반복적 노출의 강력한 힘, 개그와 미술에서 효과 보여 개그의 요소 중 미술에 접목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반복효과를 통한 기억기능이다. 하나의 개그가 세상을 시끌시끌하게 하는 유행어가 되는 과정은 여러 상황 속에서 그 유머가 사용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데에 있다. 되돌아보면 팝 아티스트 앤디워홀이 여느 스타 못지않은 유명세를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소재와 형식을 모두 대중문화에서 끌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반복노출로 유명해진 셀러브리티들을 반복기법으로 찍어내어 관객의 뇌리를 잠식했다. 한편, 현재 세계적으로 활약 중인 일본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세계 또한 우리가 알만한 일상의 소재들을 아주 단순한 점과 선을 무한히 반복하는 것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그녀는 최근 루이비통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여 전 세계의 루이비통에 동시다발적으로 작품세계가 노출되면서 스타로서의 입지를 다졌는데 이 역시 반복적 노출의 강력한 힘을 증명한다.

전시와 작가가 주목을 받고 성장하기 위한 연구에 있어 유머와 반복노출은 플러스가 된다는 사실을 개그콘서트를 통해 새삼 각인시킨다. 희극배우들이 관객에게 웃음 한번을 터뜨리기 위한 배경에는 눈물 나는 여정과 열정이 있음을 안다. 희극배우들이 그 몇 초의 순간을 위해 몇 주 혹은 몇 년을 준비하듯 미술작가들도 관객의 눈과 마주한 그 짧은 순간 관객의 뇌리와 가슴에 남는 작품을 위해 인생을 걸고 오랜 시간을 준비한다. 유머가 있는 작품을 찾아내는 것도 큐레이터의 능력이겠지만 한편 작가들에게 유머러스한 사람으로서 영감을 주거나 전시 연출에 위트를 담아 반복적으로 세상에 홍보해주는 것 또한 나의 중요한 역할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신민 진화랑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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