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비만과 잘못된 음주습관, ‘풍족의 병’ 부른다

소화기내시경 전문의가 된지도 어언 10여년이 된 지금 가장 생각이 많이 나는 질병을 꼽으라면 단연 역류성 식도염이다. 옛날에는 금전적이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내시경 검사를 받기가 어려웠으며, 내시경 스콥도 두껍고 하여, 흔하게 받던 검사가 아니었다. 지금은 건강검진이다, 종합검진이다 하여 흔히 받을 수 있는 검사가 됐다. 내가 1990년대 다니던 의대 학생 때는 주로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에 대해 책에서 공부하던 것이 생각이 나지만 역류성 식도염에 대해서는 공부했던 것이 잘 생각나지 않을 만큼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본원에서 시행하는 위내시경 검사 10건당 꼭 1~2명은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것을 보면 흔한 질환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현재는 과거보다 생활이 풍족하여 복부비만이라든지, 과식(많이 먹는 습관), 야식(밤에 먹는 식사), 술, 담배, 커피, 탄산음료 (사이다, 콜라), 스트레스, 고령 등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인자들이 옛날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류성 식도염을 다른 말로 ‘풍족의 병’이라고도 말한다. 그리고 이런 나쁜 습관이 고쳐지지 않으면 아무리 약을 많이 오래 투여해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 특히 나쁜 인자로는 복부비만과 술이다. 복부비만은 중장년에서 한 번 생기면 잘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젊었을 때부터 살이 찌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술 문화에 대해서 관대한데, 과음을 하게 되면 밤에 많이 먹게 되고, 바로 자는 습관으로 이어져 역류성 식도염의 주원인이 되기 때문에 적당량의 음주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겠다.

역류성 식도염에 대하여 잠깐 알아보자. 역류성 식도질환은 내시경상 병변이 보이는 역류성 식도염(40%)과 병변이 없는 비미란성 역류성식도질환(60%)으로 나뉜다. 임상증상으로는 역류와 가슴쓰림이 특징적인 증상이다. 진단검사로는 보행성 24시간 식도 pH검사와 상부위장관내시경 검사가 있다. 보행성 24시간 식도 pH검사는 보통 대학병원에서 시행하기 때문에 검사 받기가 어려우나, 반면에 내시경 검사는 동네 의원이나 병원에서 흔히 받을 수 있는 검사이다. 과음은 밤에 많이 먹고 바로 자는 습관으로 이어져 술 적당히 마시고 금연하는 습관 길러야 치료방법은 일반적으로 체중감소, 취침 시 4~6인치(10~15cm) 높이의 베개를 이용해 머리를 올리고 자는 방법, 그리고 복압을 올리는 인자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환자는 흡연, 지방이 많은 음식, 커피, 초콜릿, 술, 박하, 오렌지주스, 과식 그리고 일부 약물(항콜린제, 칼슘통로차단제, 평활근이완제)을 피해야 한다. 약물치료 및 수술적 치료가 있으며, 약물치료로는 대표적으로 위산분비억제제인 H2차단제 (큐란, 잔탁 등)와 양성자펌프억제제 (PPI)가 있다. PPI는 비교적 효과가 좋은데, 8주간 투여하게 되면 역류성 식도염 환자의 약 90%에서 치료가 된다. 역류성 식도염은 3~6개월간 치료해야 하며, 빠르게 재발하는 경우 그 이상 장기간의 치료를 요한다. 초기 치료 후에 저용량의 PPI를 유지할 수 있으며 부작용은 경미하다. 수술적 치료로는 항역류수술이 있는데, 장기간의 약물치료를 원하지 않는 환자 그리고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합병증이 동반된 역류성 식도염 환자에서 고려해 봐야 하고, 복강경을 이용하는 수술이나, 거의 시행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이 가슴 쓰림과 역류 증상이 있으면 소화기내시경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 최일 근로복지공단 안산산재병원 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