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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덕, 혁신적 영혼의 안무 '피나 바우쉬를 담다'

집착의 미학을 소통의 카메라로 승화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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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2-313호 왕진오⁄ 2013.02.12 08:46:39

지난 2003년부터 피나 바우쉬의 공연이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느 곳이든 찾아가 생생한 현장과 날것 그대로의 감성을 영원히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맹목적’이라 할 정도로 한 사람에 집착한 사진작가 우종덕(44)이 그의 무용을 해석한 사진 작품들을 2월 21일까지 서초구 더 페이지 갤러리에 걸었다. 피나 바우쉬의 작품은 인간의 욕망과 이로 인한 두려움, 사랑을 표현한다. 우종덕은 피나의 공연에서 희로애락의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하는데, 때로는 그 결정적 장면이 순간으로만 존재하는 찰나로 느껴진다. 때로는 그 순간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상반된 느낌을 준다. "피나는 '무당'이다. 감추고 싶은 인간의 내면까지도 외면하지 않는 그녀는 모든 걸 안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나를 자극했다. 그녀를 찍는다는 것은 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을 찍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종덕 작가가 바라본 피나 바우쉬(Pina Bausch, 1940∼2009)는 1970년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육체의 움직임과 소리, 독특한 스테이지 세팅, 무희들의 색다른 조합을 통해 탄츠테아터(Tanztheater)라는 현대무용의 스타일을 창조했다. 현대 무용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세계적인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무용가다. 우종덕에게 있어 피나의 작품을 보는 것은 "과거의 추억들, 생각하고 싶지 않는 일들, 두려움, 행복했던 순간들, 해보고 싶은 것들….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고 일상을 녹화해서 보는 것처럼 불편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작품은 그럴수록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3년 한국에서 펼쳐진 피나의 공연을 보게 된 이후 어딘지 모를 자신의 내면의 감성과 공연이 맞아떨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끌리게 됐다고 한다.

자신의 공연을 영상으로 남기길 거부했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무대를 통해 자신의 주체성을 찾았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의 경우 안무가나 연출자의 의도를 따라가려고 했는데 반해 피나의 작품은 자신을 무대 위에 올려놓고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명력이 원초적인 힘을 갖는 것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함께 했다는 것이다. 피나 바우쉬가 공연행사에 쓰일 사진으로 우종덕의 사진을 선정하면서 피나와 작가의 특별한 만남이 시작됐고, 피나와 우종덕은 사진을 찍고 찍히는 관계를 넘어서 진심 어린 우정을 나눴다. 우종덕 작가는 이번 ‘피나’전시를 통해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넘어 무용과 사진이라는 다른 예술장르의 소통과 예술에 대한 연민으로 확장되는 연결점을 제시한다. 또한 오직 무대를 통해서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자 했던 피나 바우쉬는 자신의 공연을 영상으로 남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상을 떠난 그녀의 주요 작품들을 생동감 넘치는 신작으로 구성해 다시금 기억하게 만든다. 이제껏 공개되지 않은 피나의 생전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들 그리고 오랜 시간을 그녀와 함께 해온 부퍼탈 무용단원이 표현하는 작품의 순간들은 역사다. 그녀를 추억하는 모든 이들이 현세기 가장 위대한 예술가이자 혁신적인 영혼의 안무가인 피나 바우쉬를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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