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광폭할수록 절실한 것은 부드러움"이라고 말하는 김병종(60)화백이 특유의 생명력과 휴머니즘을 담은 근작 30여 점을 오는 3월 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과 두가헌갤러리에 선보인다. 김 화백이 그려내는 작품에는 꽃과 나무, 나비, 새, 학, 닭, 물고기들이 서로를 바라보거나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과 눈을 마주한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그저 바라보는 것 이상의 내면적 교감을 이끌어 낸다. 김 화백은 화면을 완벽하거나 빽빽하지 않게, 약가 허한듯, 싱거운 듯, 약간 못 그린 듯 남겨두어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를 선물한다. 이처럼 '완벽성'에 대해 동양적으로 접근하는 작가의 미의식은 작가가 해외에서 유학을 한 적이 없는 토종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에 상당한 애호가 층을 거느릴 수 있게 한 차별점이자 매력이 됐다. 작가는 철저하게 '전통'을 내포하면서 '현대'로서의 그 외연을 이루려고 한다 부유하듯 자유롭게 흩어진 소재들이 추상성을 나타내는 화면구도이지만 화폭을 구성한 요소를 뜯어보면 전통적인 구상이다. 물아일체(物我一體)와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동양적 사상을 담고 있지만 새, 꽃, 나무, 사람들의 자유롭게 뒤섞인 배치는 혼돈을 자연의 질서로 여기는 포스트모던의 경지를 보여준다. 강렬한 색감의 이국 풍경을 동양적 재료와 제작법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김병종 그림 특유의 누런 바탕에는 황토가 들어갔다. 닥종이도 완제품이 아니라 작가가 손수 만든 닥종이를 사용한다. 마치 밥을 오래 뜸들이듯, 온돌을 서서히 덥히듯 전통방식으로 느리게 그려낸 작품은 내밀한 멋과 은은한 품격을 높이고 있다. 기존의 꽃과 나무에서 한걸음 나아가 이번 신작에서는 개미나 서양배를 자연 속에 흩어진 것들을 화면의 한 가운데에 커다랗게 배치하여 작품의 강렬한 기운과 상징성을 더하고 있다. 마치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처럼 가감이 없고 순수한 감성의 작품은 관객에게 화사하고 따스한 봄기운을 전달할 것이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