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6-317호 심원섭⁄ 2013.03.11 13:47:25
“정치인이 지역구를 선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자유고, 이것을 판단하는 것은 국민이지만 안철수 전 교수처럼 대통령을 꿈꾸었던 분은 국민 여론을 잘 감안하고, 야권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신중한 처리를 해주었으면 한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3월 6일 CNB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4·24 재보선에서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공석이 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할 뜻을 밝힌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던졌다. 이어 박 전 원내대표는 안 전 교수의 조기 정치재개 움직임에 대해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성찰과 혁신의 행보 측면에서 국민에게 상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안 전 교수가) 새 정치 바람을 불어넣어 보겠다고 조기 등판 하는 것 같다”며 “2017년 대선이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 전 원내대표는 ‘안철수 신당’ 창당설과 관련해 “신당창당이 가시화 된다면 정치권에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며 “그렇지만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통합, 혹은 연합이라도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한편 박 전 원내대표는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전혀 소통하지 않고 국회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던져 놓고 원안고수, 일획도 고칠 수 없다(고 하고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고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 전 원내대표는 “인사 난맥상도 계속되고 있다. 하자투성이 정홍원 총리부터 인준을 하고 계속 장관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뭘 돕자는 것이며, (민주당이) 뭘 돕지 않았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3가지 제안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민주당이 정부조직과 상관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걸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경우에도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지키겠다’며 손을 흔들며 얼마나 강하게 말씀하셨느냐”며 “그렇다면 진정성을 믿을 테니까 현재 언론현안인 언론청문회와 김재철 MBC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전 원내대표는 김종훈 미래창조부 장관 내정자의 사퇴와 관련해 “김종훈 내정자가 미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인사청문회가 얼마나 혹독한 지 잘 알고 있음에도 마치 대한민국 정치가 후진국이라서 사퇴한다고 책임을 넘겨 버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법은 일정한 재산에 대해서는 국적을 포기할 때 15%의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김 내정자의 재산이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얘기 들었는데 그러면 아마 수천억원의 세금을 내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자기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퇴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민주통합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민주당이 해도 너무 한다. 새 정부 출범 돕겠다면서 이제는 좀 도와라.’ 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도울 것은 확실하게 도와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손을 잡아줘야지 왜 발목을 내미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등에 대해 전혀 소통도 없이 그냥 국회에 던져놓고 ‘원안고수, 일획도 고칠 수 없다’고 하는데,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성공을 돕기 위해 하자투성이인 정홍원 총리 인준부터 시작해 장관들의 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는데 뭘 돕지 않는다는 것이냐” -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입장은 확고한 것 같다. 이러한 사태가 계속된다면 민주당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마냥 대치국면으로 가는 것인가. “결자해지다. 푸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풀어야 된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얼마나 강하게 결론을 내렸는가? 그런데 사실 정부조직법은 국회의 고유권한인 입법사항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도 국회에서 해양수산부 존치를 바라기 때문에 존치시켰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여성부와 통일부를 없애려고 했지만 야당의 주장을 수용해서 계속 남겼다. 국회라고 하는 것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법을 입법하는 곳이다. 대통령이 법안을 냈으면 국회가 무조건 원안대로 통과시켜주어야 한다면 국회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닌가”
- 이렇게 ‘박근혜 정부’가 반쪽 내각으로 출범한 궁극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적으로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의 나홀로 ‘깜깜이 인사’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지 50일이 다되도록 실질적인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내각은 국무총리 후보자가 장관을 제청할 수 있고 인사청문회를 위해서는 최소한 20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총리후보자부터 서둘러 지명했어야 하지만 겨우 지명했던 김용준 후보자는 기본적인 검증도 하지 않아 언론의 검증 과정에서 부도덕함이 밝혀져 자진사퇴했다. 청와대 참모 역시, 도승지(비서실장)를 취임식을 일주일 남겨두고 지명함으로써 스스로 반쪽 참모진을 자초했다. 내가 박 대통령 취임을 20일 정도 앞둔 시점에 “박근혜 당선인이 지금처럼 하면 취임일에 새정부 각료가 들어설 수 없고 이명박 정부 각료들과 국무회의를 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 현실은 국무회의 자체를 열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에 대해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면서 여야 협상테이블을 뒤집어버린 것도 박근혜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인준해 준 장관도 즉각 임명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오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으로 봐서 박근혜 정부가 반쪽짜리로 출범한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 최근 박 대통령의 인사와 관련해 “총리를 비롯해 인사청문회를 요구한 장관들이 전부 ‘4+2 이수자’”라며 “박 대통령의 인사가 당선인 때부터 잘못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내가 이명박 정부에서 인사청문회 6관왕을 했는데 이것이 의정사상 최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인사청문회를 요청한 사람들은 병역, 탈세, 부동산투기, 위장전입에 해당되는 인사들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것을 이명박 정부의 ‘4대 필수과목’이라고 했고 여기에 논문표절을 포함해 ‘4+1 이수자’라고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것을 잘 인수받았고 여기에 전관예우까지 추가해 ‘4+2 이수자’라고 지적한 것이다. 정홍원 총리 등 검찰 고위직에서 퇴직한 이후에 많은 급여를 받았는데 다시 총리와 장관으로 돌아오는 것은 박 대통령이 후보 때 부터 강조한 국민대통합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총리가 1억원을 기부했지만 그렇다고 전관예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 중 박 대통령에게 정치권 상황이나 시중여론 등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직언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대통령이 취임해서 청와대에 들어가면 외부와의 직접 접촉은 사실상 완전히 차단된다. 당선인 때만 해도 집 앞에서 기다리면 얼굴이라도 볼 수 있지만 청와대에 들어가고 나면 일반 사람들은 전화연결도 찾아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청와대 밖으로 나와서 시민들과 식사도 하고 소주도 한잔 한다고 하지만 국가원수에 대한 경호와 의전문제 등으로 인해 시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부작용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 참모들은 시중의 여론을 가감첨삭 없이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비서실장은 정무적 일도 많이 하기 때문에 야권과 언론, 시중의 소리를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내가 비서실장을 할 때는 김대중 대통령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내용도 보고를 드렸다. 말씀으로 전하기 어려운 내용은 A4 용지에 기록해서 ‘대통령님, 한번 읽어 보십시오’ 하고 놓고 나오면 ‘왜 이런 것을 주느냐’고 화를 내셨지만 금세 다시 불러서 ‘박 실장이라도 이런 역할을 해 달라’고 하셨다. 그렇게 해야 민심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서는 두 손으로 대통령의 입을 막고 자동차 앞에 드러누워서라도 직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박 대통령 주변에 이런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기를 기대한다” - 안철수 전 교수가 11일 귀국해서 오는 4-24 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서울 노원병에 안철수 전 교수의 측근을 통해서 출마한다고 했지만 아직 본인이 귀국해서 정확한 발표를 할 때까지는 유동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부산으로 가느냐, 노원병으로 가느냐를 가지고 국민여론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안 전 교수처럼 대통령을 꿈꾸었던 분은 국민여론을 잘 감안하고 앞으로 야권이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신중한 처리를 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정치인이 지역구를 선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자유이고, 또 이것을 판단하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에 내가 특별하게 서울 노원병에 나오지 말고 부산 영도로 가라 하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 정치권에서는 안 전 교수가 빨라야 오는 10월 재보선, 늦으면 내년 6월 지방선거 쯤에 정치를 재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런데 이렇듯 조기 움직임에 대한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는가. “아마 안 전 교수의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의 취임 후 행보가 그리 탐탁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자기성찰과 혁신 등이 국민들에게 많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안 전 교수가) 새 정치 바람을 불어넣어 보겠다고 조기 등판 하는 것 같다. 따라서 2017년 대선이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것으로 보는가. “물론 민주당으로서는 60년 전통의 민주당의 모습을 새롭게 해 나가야 된다. 그렇지만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한다고 하면 상당한 정치권의 충격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안 전 교수에게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서, 또 이번 대선에서도 안 전 교수가 정권교체를 위해서 일정의 기여를 하셨기 때문에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이 분열이 돼서는 어렵다는 점을 알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분열의 씨앗을 제공하지 말고 통합, 혹은 연합이라도 할 수 있는, 연대라도 할 수 있는 그러한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대북한 문제로 질문을 돌려보겠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배경은 무엇으로 보는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술향상에 대한 과시, 미국과의 외교협상카드 활용, 전쟁 억지력 확보라는 3가지를 달성하기 위해서 한 것으로 본다. 현재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것이 소형경량화 즉 80~90cm로 작아지고, 500kg이하로 가벼워져서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게 되면 세계적 재앙이 된다. 그런데 내가 2010년 6월 25일 국회 정보위에서 ‘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는데 북한 핵의 기술이 소형경량화가 됐느냐’고 물었을 때 정부의 고위 정보당국자가 ‘머지않아 된다’고 답변했고 ‘1년 이내인가’라고 물으니까 ‘그렇다’고 했다. 김관진 국방부장관도 2011년 국회 국방위에서 ‘상당한 기술적 향상이 있다’고 했기 때문에 북한이 핵의 소형경량화 기술에 진전이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기술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여 대화를 하겠다는 의도가 있고, 북한의 관점에서 안보 능력을 강화해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본다” -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퍼주기’ 햇볕정책의 부메랑이라는 비판도 나오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핵 무장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핵 무장론은 기분 상으로는 주장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본다. 근본적으로 북한 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문제이고 그것은 중국조차도 북미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페리 前국방장관도 ‘북한 핵 문제를 악화시키고 망친 것은 부시 대통령’이라고 하면서 ‘군사공격으로 해결은 불가능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평화프로세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통해 채찍을 쓰면서도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중단시키는 대화를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지, 우리도 핵을 개발한다고 하면 일본이 핵 무장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주고 결국 동북아시아는 핵 창고가 될 것이다. 또한 ‘퍼주기’라고 비판하지만 그렇다면 ‘퍼주기’를 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서 과연 남북관계가 평화로웠는가, 북한의 핵 개발이 중단되고 핵실험이 안 이뤄졌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 박 대통령에게 현재 꼬여있는 남북 관계 실타래를 풀기위한 조언한다면…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할 일은 남북간 교류협력을 복원해서 북미간 대화를 위한 지렛대 역할과 조정자 역할을 해서 결국 북한 핵을 폐기하는 길로 나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먼저 막혀있는 남북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활성화와 같은 통 큰 결정을 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과 대화를 제의하면서 특사교환과 물밑접촉 등을 통해 이를 성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이르면 5월에 북한의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검토한다는 것을 환영하면서 이것이 반드시 이뤄져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인해 투자한 우리 기업들과 강원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박왕자씨 사건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현정은 회장에게 사과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선 관광재개 선언을 해야 한다. 관광재개 준비를 하면서 북한으로부터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문제를 풀어가는 순서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대한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