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전공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나조차도 어떨 때는 도무지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당혹스러운 순간이 있다. 하물며 반복되는 일상에 문화생활 좀 해보자고 큰맘 먹고 전시장을 찾은 초보 관람객에게 현대미술은 그야말로 ‘흰 건 벽이요, 걸린 게 작품이로구나’ 하기 마련이다. 운 좋게도 전시장 도슨트나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면 그나마 이해가 한결 수월해 지련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그저 미술관에 다녀왔다는 지적 안도감만 가진 채 찜찜한 마음을 자위하며 돌아서기 일쑤다. 현대미술의 가장 기본적 개념 자체가 ‘이런 것도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이다 보니 구상과 추상을 넘어서 설치, 영상, 행위 등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이 불친절한 미술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음악을 듣듯 작품 감상도 반복하면 안목이 생기기 마련이라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투자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작품 감상의 매뉴얼은 따로 없지만,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
1. 미술관련 사이트의 실시간 정보 이용하기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할지, 어떤 전시가 좋은 전시인지 알 수 없다면 미술관련 사이트를 이용해 보자. 요즘은 스마트폰 용 어플이나, 포털사이트에도 전시에 관한 정보가 무수히 많다. 특히 작가, 미술관계자들이 주로 보는 미술전문 사이트에는 현재 열리고 있는 전국의 모든 전시부터 지나간 전시, 예정된 전시, 작가별 아카이브가 상세하고 친절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으므로 필요한 어지간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궁금해지는 전시가 있다면 작가정보와 전시장 정보를 메모해두었다가 근처를 지날 때 짬을 내서 들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코스 맵(course map) 만들기 미술 작품 감상으로 하루를 온전히 할애할 각오가 섰다면 앞서 말한 사이트를 이용해 나만의 코스를 짜서 이동하는 것도 좋다. 서울지역의 미술관, 갤러리 밀집지역은 몇 군데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지역별로 정리된 전시 정보 중, 꼭 보고 싶은 전시 몇 군데를 정해 이동하기 수월한 경로를 만들어 움직이는 것이 편하다. 우왕좌왕 돌아다니다 보면 다리품만 팔다 지쳐서 아무리 훌륭한 작품도 눈에 안 들어오게 된다. 전시장에 비치된 무료 배포 잡지나, 갤러리 미술관이 위치별로 정리된 맵(map)을 가져와 관람 계획을 잡아보자. 차분히 지나는 길에 우연히 만나는 좋은 전시장이나, 예쁜 산책길을 발견하는 것도 큰 기쁨중의 하나이다.
3. 작가에 대한 예습 보고 싶은 전시와 코스가 정해졌다면 무엇보다 예습이 중요하다. 방문할 전시장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에 대한 설명과 작가에 대한 소개,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 등이 비교적 자세히 게재되어 있는 편이다. 요즘은 많은 작가들이 개인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작가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쉽게 검색할 수도 있어서 사전에 이해도를 높이고 관람할 여건이 충분하다. 전시가 어떤 의도로 기획되었는지, 작가는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최소한의 예습만 하고 가더라도 이해와 감상의 폭이 훨씬 넓어질 수 있다. 나아가 관련 잡지를 구독해서 읽거나, 전시알림 메일을 신청해 놓으면 지속적인 정보와 보다 전문적인 관련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4. 적극적인 질문공세 전시장을 방문해서 다양한 작품을 보다보면 많은 궁금증들이 생긴다. 작품의 가격부터 재료는 어떻게 사용한 것인지, 어떤 것을 표현하려고 한 것인지, 무슨 계기로 이렇게 표현하게 된 것인지 등 궁금한 게 생긴다면 주저 말고 그때그때 질문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작가와 관람객사이에 일어나는 이러한 대화는 작가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서로 소통하며 피드백 하고자 전시를 갖는 것이고, 이를 통해 감상자와 작가, 관계자가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
5. 그 밖의 다양한 미술문화 축제 참여 지금은 수동적인 형태의 전시문화가 아니라 적극적인 시장문화가 주를 이루며, 그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국제 아트페어부터 온라인 경매 및 비엔날레 등 미술문화 행사가 지역별 장르별로 매우 다양하다. 그에 따라 각 단체나 기업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실기 과목부터 인문학 강좌까지 수업의 종류뿐만 아니라 난이도 또한 수준별로 잘 짜여 있으니, 한번쯤 시간을 투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전문가에게 직접 듣고 배워가며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취미를 발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 고경 갤러리 산토리니 서울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