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게 잘 그린 그림을 보면 한 눈에 매료된다. 하지만 느낌을 담아 자유로운 생각으로 표현한 그림을 보면 조금씩 천천히 깊게 빠져든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매력을 가진 것이 바로 그림이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서정적인 감정을 끄집어내는 듯 절제된 화면을 보이는 작품. 마치 어디선가 본 것 같으면서 호기심을 자아내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 GuGu Kim(구구김). “그림은 손가락에 숯, 목탄, 파스텔, 석채, 가루 등을 사용해요. 그림은 손끝이나 손바닥 등으로 캔버스에 문지르면서 완성해가요. 모노톤(Monoton)만을 고집하는데 음과 양을 표현하면서 천천히 손가락으로 그려가요. 제 그림은 ‘모던클래식-Monoton Finger Painting’그림으로 주제는 빛과 어둠이에요. 물론 모노톤이 아닌 ‘Color Finger Painting’은 예외에요. 그림의 중심은 ‘절제미’라 할 수 있어요.” Finger Painting(지두화)이란 말로도 짐작할 수 있지만 그는 붓이 아닌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린다. 놀라운 점은 손가락으로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마치 작은 퍼포먼스를 하듯 다양한 느낌과 감정을 캔버스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손가락 그 자체가 붓이 되는 것이다. 오랜 시간 그려온 손가락 그림. 여기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
“어린 시절 소나무를 태웠을 때 손에 묻어 있던 숯검정을 종이에 그냥 문질렀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손가락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도 재미있겠구나 말이죠.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없겠지 생각했어요.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캔버스에 표현하고 싶은 느낌이 그대로 전달 되요. 열손가락이 캔버스를 그대로 느끼는 거죠. 한번 그 느낌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어요. 저에게서 그림은 곧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설명하면 붓으론 손끝으로 전달되는 그 느낌을 느낄 수 없다는 얘기다. 그의 작업은 오랜 시간 하다 보면 심할 땐 너무 문질러서 손끝에서 피가 묻어나올 때도 있는 만큼 고된 작업이었다.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 느낌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머릿속 자유로운 느낌을 그대로 캔버스에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그의 그림은 대부분 검정색으로 칠해진다. 玄(검정)의 색을 추구하는 그는 하늘나라의 색 또는 천상의 색이라고도 하는 현에 대해 예로부터 한국의 색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동양(한국)의 미학은 바로 간결함, 담백함 바로 절제미이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절제미 속에서 세련(독창)미를 추구해요. 가끔 기분전환으로 ‘Color Finger Painting’작업을 하지만 이것 또한 추구하는 것은 절제미예요.”
그는 새로운 한국화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그런 그가 생각한 것이 바로 ‘Monoton Finger Painting’ 바로 ‘모던클래식’이며 이것이 한국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한국화인 ‘모던클래식(modern classic)’ 즉 ‘Monoton Finger Painting’이란 장르를 만들어 20년 가깝게 일관해서 작업해 왔다. “이것이 세련된 한국화다”라는 것을 외국 곳곳에 알리고 전파해서 한국의 국격(문화)을 조금이나마 높이는데 일조 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진정한 한국화에요. 근대 시대부터 지금시대까지의 한국화를 보면서 한국화라는 것이 특별히 느껴지지 않아요. 서양 물감과 서양 기법을 쓰면서 한국풍경을 담는다 해서 한국화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새로운 한국화를 지향하는 그는 놀랍게도 한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20년이 넘게 일본에서 생활을 해온 제일작가로 일본 도쿄와 한국 광주에 작업실을 두고 활동하고 있었다. 절제미 속 세련된 독창미 추구 그는 오랜 시간 일본에서 지내며 느낀 점으로 첫째 여러 콘테스트(미술대전, 공모전 등)가 열려도 공정하다는 점을 꼽았다. 둘째로 예술가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한국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셋째로 그들의 애국심이다. 그들은 국외 아트페어가 열리면 최우선적으로 자기나라 작가 작품을 구매해 준다. 즉 자기나라 작품을 비싼 값에 사들여 자국의 아티스트들의 가치를 키우고 문화의 가치를 높이면서 국격을 스스로 높여가는 점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더욱이 문화가 살아야 나라도 잘 살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절대 대중들을 감동시키는 아티스트가 태어날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힘들지만 힘든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 또한 아티스트의 숙명이라 생각했다. 또한 돈도 중요하지만 돈이 아트의 주인이 되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돈의 지배를 받다 보면 화가는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아티스트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보면서 느낀 점으로 진정한 아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점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국제바젤(스위스, 마이에미바젤) 등에 단독으로 나가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외에 한국 작가를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전시 기획을 하는 등 디렉터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캔버스에 손가락의 자유로운 향연과 새로운 한국화의 모습을 담아낸 그의 작품은 서울 인사동 리서울 갤러리에서 3월 22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