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최고의 권력자지만 그 권력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국민이 위임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을 위해서 행사하고 국민의 동의하에서 행사한다는 원칙을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 지난해 12월19일 치러진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로 당선에 일조해 주위를 놀라게 했던 한화갑(74)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바람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 50년 동안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곁을 떠난 적이 없다. 말투와 외모까지 닮아 주위사람들은 그가 동교동계 가신이나 집권 여당 대표일 때도 그리고 DJ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리틀 DJ’라는 닉네임을 붙인다. 그런 한 전 대표가 당 대표까지 역임했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뒤로한 채 박 후보를 지지한 것은 지난 대선의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 중 하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었다. 문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감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모바일인가 뭔가를 가지고 친노 측이 급하게 만들어낸 후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후보를 왜 지지하느냐.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봐도 선택의 대상이 박근혜 후보뿐이었다. 당시 박 후보를 세 번 만났는데 상당히 호감이 갔다. 첫인상이 요조숙녀 같았다. 저렇게 요조숙녀 같은 인상인데도 새누리당 사람들이 저 앞에만 가면 어쩔 줄 몰라 하니 뭔가 카리스마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역사상 여성 대통령이 없었는데, 지금같은 IT 시대에 여성다움이 더 돋보인 것은 물론, 경상도에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려고 노인들이 눈물로 호소하는 것을 보고 이번 선거에서 지극한 염원을 짊어진 후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호남 사람들이 DJ를 대통령으로 만들 때도 그런 염원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 염원에 책임감을 느껴 좋은 정치 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한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을 지지한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한 전 대표는 안철수 전 교수의 4월 재보선 노원병 출마와 관련해 “ 안 전 교수가 82일 만에 귀국하면서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정치전반에 대한 진단이 나왔어야 올바른 지도자의 자세였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냐. 북한 핵문제로 인해 전쟁일보직전이라고 난리들이고, 그런데 여야는 첨예한 대립으로 정부 구성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이에 대한 해법까지는 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큰 틀에서라도 진단을 하고 넘어 갔어야 하는데 그저 국회의원 출마하겠다는 말 한마디만 하고 들어온 것은 다소 실망스러웠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노원병 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권의 변화에 대해 “노원병에서 안 전 교수가 떨어져도 ‘안철수 현상’은 지속되리라고 보지만 만약 당선될 경우에도 안 전 교수가 자신이 구상 중인 새정치를 구시대 정치와 어떻게 조합해 나가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3월14일 오전 한화갑 전 대표의 개인사무실에서 가진 일문일답이다. -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도 일단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한국정치사에 있어서 ‘기록의 양산’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자신에게 영광스러운 기록도 있지만 취임하자마자 곤혹스러운 부정적인 기록도 양산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싶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취임 초기의 난국을 극복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을 경우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겠지만, 초심을 잃고 부정적인 기록들의 연장선이 될 경우는 다소 곤혹스러운 일들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부정적인 기록이란 어떤 것들이라고 보는가. “예를 들면 취임 초부터 야당하고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든지 여당하고의 관계가 소통이니 불통이니 하면서 자연스럽지 못하다든지 하는 것들이 부정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 정부조직법을 놓고 여-야-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해결방법이 없는가. “민주당 비상체제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과거의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체제하에서는 외부에서 비상대책위원들을 영입해 와도 당내반발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승리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전폭적으로 리더십을 위임 받은 것이 아니라 비대위 구성부터 나눠먹기식 계파별로 하는 등 아직도 구습을 타파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참신성도 없고 비주류는 약하고 발언권도 강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비상체제는 무슨 일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비상체제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 취임한 대통령과 정부를 야당이 협조해주는 밀월관계가 성사돼야 하는 데 야당은 협조해주겠다고 말로만 약속하고 자기주장만 펴고 있다. 특히 야당에서 주장하는 방송관계법을 보면 종합유선방송 채널 배정권하고 법률제정권인데 이것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주느냐 아니면 미래창조과학부에 주느냐다. 그러나 야당이 생각할 점이 있다. 방통위 위원장을 야당이 임명하는가. 대통령이 임명한다. 미래창조과학 장관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전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그러니까 방송법을 어디다 갖다놔도 어차피 대통령의 말을 듣게 돼 있다. 그럼에도 정부조직개선안을 놓고 박 대통령과 기싸움에서 이기겠다고 그러니 ‘야당의 발목잡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 -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한 진찌 이유가 무엇인가. “일단 나도 한 번은 변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는 김대중이라는 거울에 나를 비춰서 대통령과 똑같으면 말하고 다르면 안했다. 심지어 똑같이 만들어서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니 내가 없었다. 내 이미지는 김대중 대통령의의 부하나 비서 이런 것 뿐이었다. 내가 당원 직선으로 여당 대표까지 지냈는데도 그랬었다. 그러나 이제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돌아가셨고 나 역시 정치를 마감하는 시점에 와있어 ‘이것이 한화갑이다’라는 걸 한 번 보여주고 싶었다” - 그 정체성을 꼭 ‘박근혜 지지’라는 형태로 풀어야 했는가. “정말로 문재인 후보는 지지할 수 없었다. 문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감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모바일인가 뭔가를 해서 1위를 한 친노 측이 급하게 만들어낸 후보였다. 그런 후보를 왜 지지하는가. 따라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택 대상이 박근혜뿐이었다. 박 대통령을 세 번 만났는데 상당히 호감이 갔다. 첫인상이 요조숙녀였다. 저렇게 요조숙녀 같은 인상인데도 새누리당 사람들이 저 앞에만 가면 어쩔 줄 몰라 하니 뭔가 카리스마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역사상 여성 대통령이 없었는데, 지금 같은 IT 시대에 여성다움이 더 돋보인다는 생각도 했다. 게다가 경상도에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려고 노인들이 눈물로 호소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그처럼 지극한 염원을 짊어진 후보가 누가 있었는가. 과거 호남 사람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만들 때도 그런 염원이 있었지 있었던 생각이 들었다. 박 당선인이 그 염원에 책임감을 느끼면 좋은 정치 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 그외에도 호님지역과 관련된 약속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리던데… “박 후보와 당선될 경우에 공존상생의 약속을 했었다. 지지부진했던 호남숙원사업을 약속해주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가 되겠다는 심정으로 얘기했다. 이에 박 후보는 흔쾌히 약속했고 나는 박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의 물꼬가 터진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말하는가 “일단 인사 문제에서 탕평책 쓰겠다고 약속했으며 호남숙원사업으로는 신안 연륙교 완공으로 목포와의 일일생활권 확보, 광주~완도 및 광주~여수 고속도로 교통망 확충, F1 지원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새만금 연계개발사업 박차, 광주 아시아 문화의 전당 지원으로 문화중심도시 투자활성화 등 10여 가지를 약속했다” - 박 대통령의 첫인사를 평가할 때 그 약속들이 지켜지고 있다고 보는가. “일단 탕평책과 관련해서는 이번 내각 구성한 것을 보니까 약속을 지켰다는 생각이 안 든다. 일단 지켜보겠다. 물론 박 대통령이 실천 안해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거짓말하는 지도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호소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청와대 앞에가서 1인 시위라도 할 각오를 가지고 있다” - 한때 본적까지 옮기겠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인가. “나는 전라도 사람으로서 전라도 발전을 위해서 평생을 살았는데 경상도 사람들 중에서 대통령 뽑는다하면서도 전라도를 차별한 사람에게 몰표를 주었다. 그러면서 그 사람 지지 안했다고 한화갑이를 배신자라고 욕하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계속 걱정해줄 필요가 있느냐 하는 생각에서 본적을 옮길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선 이후에 내가 방송에 출연해서 여러 얘기하는 것을 보고 고향에서도 ‘참 저런 인물을 우리가 대접을 못해줬구나’하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 안철수 전 교수의 4월 재보선 노원병 출마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노원병에서 안철수 전 교수가 떨어져도 ‘안철수 현상’은 지속되리라고 본다. 만약선된다면 안 전 교수가 어떻게 정치를 조립해 가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 안 전 교수가 신당을 만들 것으로 보는가. “나는 안 전 교수에게 ‘안철수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렇게 된다면 나도 힘이 되도록 생각할 수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안철수 개인의 출세를 얘기한 것이 아니라 ‘안철수 현상’을 정치에 도입해보고자 하는 생각에서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안 전 교수가 개인적으로 많은 실망을 안겨줬다. 지난 대선 때도 나는 안 전 교수가 끝까지 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세 번 떨어지고 네 번 만에 대통령에 당선 됐기 때문에 떨어져도 완주하라고 했다. 그런데 도중에 사퇴했다. 그것도 문재인 후보한테 협력해준 것도 아니고 자기가 스스로 후보직을 접었다고 그랬다. 단일화를 위해서 후퇴한다는 말을 한마디도 안했다. 그런데도 문 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다녔다. 그러니까 꼭 하고 싶어서 사퇴한 것이 아니라 체면 때문에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소신부족이다. 이번에 귀국해서도 대한민국 정치전반에 대한 진단이 나왔어야 올바른 지도자의 자세였다. 지금은 북한 핵문제로 인해 전쟁일보직전이라 하고 여야가 정부 구성도 못하고 있는 절제절명의 상황에서 적어도 해법까지는 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정치상황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든지 하는 얘기정도는 했어야 하는데 국회의원 출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말만하고 들어왔다. 거기서 실망했다. 따라서 안 전 교수가 앞으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당을 만들어야 하며 그 이전에 이번 선거를 통해서 엄청난 검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민주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가. “민주당의 미래는 전라도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영남에서는 한나라당이 싫어도 민주당에 표를 안준다. 부산에서 문재인과 조경태 두 현역의원이 있지만 출중한 개인의 역량에 표를 준 것이지 민주당에 표를 준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영남이 기반인데 아무리 지지율이 떨어져도 그 표는 민주당으로 안 온다. 친박연대 아니면 무소속으로 갈 것이다. 전라도는 더하다 영남에서는 그래도 부산에서 두 사람을 당선시켰지만 전라도에서는 한사람도 안 나왔다. 그러니까 지난번에 문 후보에게 표를 준 것은 문 후보가 전라도를 차별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라도 홀대에 대한 반감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에 꼭 그런 표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 실타래처럼 얽힌 대북관계를 박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가. “나는 박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한다. 박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기초를 세운 것이다.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도 햇볕정책을 추진할 때 튼튼한 안보를 기초로 해서 추진한다고 했다. 공히 ‘튼튼한 안보’를 첫째로 한 것이다. 그러니까 표현만 신뢰프로세스하고 햇볕정책의 차이 뿐이지 내용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이 핵실험을 했지만 절대로 전쟁을 못 일으킨다고 확신한다. 그 이유는 6.25때와 비교해 보면 북한의 우군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이 설치고 다니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결속시키기 위한 대내용이라고 본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신뢰프로세스를 그대로 추진하면서 힘을 과시할 때는 미국과 손잡고 행사하지만, 지혜를 요구 할 때는 중국하고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북한에 대한 것은 중국에 의지하고 있다. 우리가 통일하는 데 중국의 역할이 크다. 중국이 한반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완충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가 완충지대 역할을 해주면 중국은 만족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길로 가야할 지는 자명하지 않는가. -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주위의 좋은 자문그룹을 동원해서 성공한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최고의 권력자지만 그 권력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국민이 위임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을 위해서 행사하고 국민의 동의하에서 행사한다는 원칙을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