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본질에 대한 탐구를 담아낸 영상과 사진 작품들을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육근병(56) 작가가 'Nothing'시리즈와 '더 사운드 오브 랜드스케이프=사이트 에너지'시리즈로 구성된 작품들을 3월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서울 용산구 소월로 표갤러리에 선보인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숲 속의 풀들을 숨죽이며 관찰해 촬영한 '더 사운드 오브 랜드스케이프=사이트 에너지'시리즈 작품은 특정 장소를 여러 번 방문한 뒤 촬영한 사진들이다. 거대한 숲처럼 보이지만, 그것들은 발 한 뼘이 되지 않을 숲의 작은 일부분인 잡초들을 찍은 것으로 자연의 미물 또한 품고 있는 거대한 에너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생명을 상징하는 고대 이집트의 앙크(Ankh) "+" 표식을 숫자들과 함께 사진 위에 표기해둔 것들은 그가 다녀간 날짜와 시간을 뜻하며, 이것은 대상을 포착해 내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 조차도 역사의 일부분의 의미를 가진다는 그의 삶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낫싱'시리즈는 새벽 안개가 걷히거나 해가 떠오르는 순간, 또한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등의 자연의 시간들을 5-10분 가량 담아낸 것으로, 비나 바람 등의 음향은 모두 제거 되어 있다. 하지만 광할한 자연 아래 하나의 미물로 존재하는 우리 스스로를 각인하게 하는 그의 영상 속의 침묵은 어떠한 웅장한 소리보다도 더 큰 울림을 선사하며 깊은 명상으로 이끌어준다. 영상의 하단부에 표기되는 시간의 흐름 또한 ''더 사운드 오브 랜드스케이프=사이트 에너지'위의 숫자 표식과 같이 역사 속에서 현재가 갖는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전시는 문명비판적 영상 작업으로 이미 명성을 얻은 작가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02-543-7337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