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곡선을 그리며 화면 상단에서 하단으로 산이 곧게 뻗어 있으며, 그 산등성이 아래 자그마한 서옥(書屋)이 소나무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조용한 산속 서옥에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고사(高士)는 조선 후기 선비들이 이상향으로 살고 싶었던 유유자적한 삶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하며, 이러한 풍경은 겸재 정선의 담백한 필치로 표현되어 절제 있는 품격을 보여준다. 이 글은 오는 3월 2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관훈동 공아트스페이스 2층에서 진행되는 제9회 마이아트옥션 9회 메인경매에 나오는 겸재 정선(1676~1759)의 '계산서옥도'를 표현한 글이다. 고서화 및 근ㆍ현대서화, 글씨, 인쇄물, 도자, 목기 및 공예품 등 추정가 18억 3000만 원 어치 229점이 나오는 경매에는 국내 최초로 요하네스 쿠텐베르크가 인쇄한 '라틴어 성경'과 '동해-한국해, 독도와 울릉도' 등이 표기된 16~19 세기 서양 고지도가 출품된다. 특히 겸재 정선의 '계산서옥도', '백자청화팔각산수인물문병', '경기도 약장'등이 출품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최초로 요하네스 쿠텐베르크가 1454년에 인쇄한 '라틴어 성경 Latin Bible'는 해외 경매사에 출품된 작품들과 작품의 소유 흐름이 같으며, 1920년 소더비 경매에서 구입한 가브리엘 웰스에 의해서 소수의 수집가들로 소유주가 바뀌면서 전 세계로 퍼진 작품이다. 추정가 9500만 원에서 1억 2000만 원에 나온 '라틴어 성경'은 1장으로 되어 있으며 '구약, 민수기 7장의 마지막 절과 8장의 첫 부분이다. 보통 쿠텐베르크 라틴어 성경의 낱장본은 책을 제본한 뒤 부족한 부분을 추가하거나, 성경 가운데 필요한 부분을 일부 인쇄하였던 것이다.
이번 마이아트옥션 제9회 경매에 출품되는 서양고지도도 눈길을 끌고 있다. 주로 한국과 한국해, 동해, 독도 및 울릉도가 포함된 지도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 허구임을 역사적으로 증명하는 자료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한국해 및 동해 그리고 독도가 표기된 지도 중 1679년에 제작된 장 바티스트 타베르니에가 그린 일본지도에서는 한국을 섬으로 표기하며, 현 동해의 위치에 'OCEAN ORIENTAL'과 'MER DE COREER'라고 쓰여져 17세기 후반에도 동해에 대한 서양인들의 인식은 동해 또는 한국해로 되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이번 도자기 및 공예품에서 대표적인 작품은 '백자청화인물문팔각병'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백자청화인물문팔각병'은 1990년대 말 소더비경매사를 통해 국내로 환수된 작품으로 당시 약 30만 불에 구입했던 작품이다. 조선시대 도자기에 인물문으로 그려진 작품은 산수 풍경에 고사(高士)가 그려진 인물문이 대부분이지만, 이 번 경매에 공개된 이 병의 문양은 조선시대 문인사대부들의 은둔과 이상향을 묘사한 조어도(釣魚圖)가 그려진 작품이다. 현재 공개된 도자기의 문양에서 조어도가 그려진 있는 예는 간송미술관 소장의 '백자청화동자조어문병'이 유일하다. 팔각병의 인물문 뒷면에는 수금도가 시문되어있는데, 이 장면은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의 단원 김홍도 '병진년화첩'에 수록된 계변수금도의 한 장면과 같다. 이 병에 시문된 문양은 상당한 화격(畵格)을 보이며, 18세기 당시 경기 분원 금사리에서 솜씨 좋은 장인과 조선 최고의 화원화가에 의해 이 병이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마이아트옥션의 9회 메인경매는 3월 21일부터 27일까지 공아트스페이스에서 프리뷰 전시를 거친 후 28일 오후 5시 경매를 진행한다. 02-735-1110.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