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점심시간이 한창인 12시 30분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 요상한 커피자판기가 설치됐다.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커피자판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기계식 커피자판기가 아니었다. 커피가 나오는 구멍으로 사람 손이 나오면서 커피를 건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커피 회사 홍보 행사인가?” “커피를 무료로 나눠주는데 신기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삼삼오오 몰리며 커피를 받아 가기 시작했다. 또한 많은 취재진의 관심을 받으며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어떤 의미가 있나 알고 보니 구직활동에 지친 청년들 그리고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아티스트들이 함께 모여 꾸민 ‘인간커피자판기’였다. 종이로 제작된 커피자판기 박스 안에 사람이 들어가 직접 탄 아메리카노 커피를 무료로 전해주는 이벤트로 ‘퍼포먼스 아트’를 선보인 것이다. 이번 퍼포먼스 아트를 기획한 펠릭스파버 측은 “‘Cheer up!’ Performance Art는 구직, 창업 등 직업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친구 같은 존재가 자신도 모르는 잠재력을 찾도록 도와서 원하는 일을 하게 만든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퍼포먼스 아트”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인간커피자판기(아트큐브)’로 제작된 박스 옆에는 이번 퍼포먼스에 참여한 각각의 작가들 작품이 그려져 있었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청년들이 마시면서 인간커피자판기 옆면에 그려진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잠시나마 취업과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상처받은 청년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한다. 또한 청년들이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면서 인간커피자판기 같은 다소 엉뚱하지만 창의적인 생각을 갖고 창업을 상상해 보라는 희망도 담았다.
취업난 겪는 청년들에 용기 줘 이번 퍼포먼스 아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요즘 젊은 청년들의 심각한 취업난과 함께 삶에 지친 상황들이 어떻게 보면 우리 작가들과도 비슷한 부분도 있는데 같이 힘을 내자 하는 취지에서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막상 거리로 나와 보니 생각보다 반응도 좋았고 관심도 많이 가지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홍대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좋았는데 다만 함께 이벤트를 진행한 사람들이 작가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청년 취업난과 어려운 예술가들의 현실이 남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얘기로 이에 작가들이 직접 거리로 나와 소통을 시도한 퍼포먼스였다. 처음 시도하는 만큼 누가 작가이고 일반 시민인지 이들을 알리고 표현하거나 부각시켜줄 수 있는 부분이 부족했다는데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티스트들은 일반적으로 작품을 통해 소통하며 그 장소가 한정돼 있는데 이렇게 거리로 나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점은 좋았다는 평가다. 앞으로 이를 시작으로 다음에는 작가들과 시민이 함께 즐기며 직접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예술과 관련된 행사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퍼포먼스 아트는 서로 힘을 내자는 취지에서 커피는 무료지만 “힘내세요!”라는 메시지가 담긴 인간커피자판기에 자율적으로 성금을 넣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이렇게 모은 성금은 유니세프에 기부되어 뜻있게 쓰일 예정이다. 퍼포먼스 아트에는 김일동, 그레이장, 델로스, 반달, 산타, 아트놈, 제임스한, 조세민, 지코, 찰스장, 코마, 한오, 후디니 1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한편 이벤트는 1시가 조금 넘는 시간까지 진행됐는데 기자가 현장에서 느낀 아쉬운 점도 작가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퍼포먼스 아트의 취지와 의미가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채 끝났다는 점과 처음 시도한 만큼 작가들에게 사전설명이나 리허설 등이 부족해 적극적인 동참이나 원활한 진행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많은 관심을 끌며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았던 이번 퍼포먼스 아트 ‘인간커피자판기’. 이를 통해 앞으로 예술과 접목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더 발전된 모습으로 거리 곳곳을 활기찬 에너지로 채우리라 기대 된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