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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의 실체, '길 위의 노래 고개의 소리'로 재조명

아리랑뿐만 아니라 여타 무형유산 전시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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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9호 왕진오⁄ 2013.03.27 22:35:15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아리랑은 항상 한국인들과 함께 한다. 과연 아리랑의 실체가 무엇이기에 한국인들의 삶과 역사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전시로 꾸민 '길 위의 노래 고개의 소리: 아리랑'이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과 문경시 옛길박물관(시장 고윤환)의 공동 기획으로 문경새재에 위치한 옛길 박물관에서 4월 4일부터 5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우리 문화의 대표적 상징이자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 된 후 국가기관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아리랑 전시라는 점에서 향후 아리랑뿐만 아니라 여타 무형유산 전시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전달한다는 의의가 있다. 특히 이번전시는 아리랑이 실제 삶 속에서 활용되는 현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자료와 매체를 통해 아리랑을 접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1916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군에 징집된 한국인들이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김 그레고리, 안 스테판, 유 니콜라이 등이었다. 독일군의 포로가 된 이들은 당시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민속학자인 알베르트 되겐(DOEGN, 1877-1967)박사가 주도하는 각 민족의 언어·음악 자료의 조사에 응하게 된다. 당시 조사된 자료들은 독일 훔불트대학교 부속 베를린 라우트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는 베를린 라우트 아카이브에서 대여한 SP음반과 이들이 부른 아리랑 음원을 감상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독일 라우트 아카이브의 소장인 델라니 교수와 담당사서가 직접 개막식에 참석하며, 음원자료의 활용과 관련하여 문경시와 업무협약(MOU)도 체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 그레고리와 유 니콜라이가 부른 아리랑은 현재 우리가 친숙하게 들어왔던 아리랑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아리랑의 후렴이 '아라릉 아라릉 아라리요/ 아리랑 철철철 배 떠나간다', '아라랑 아라랑 아라리요/아리랑 띄어라 노다가자'이다. 이 아리랑은 1896년 H.B 헐버트에 채보되어 'The Korean Repository'에 실려 있는 아리랑과 일치하는 후렴구를 보여주고 있다. 서양악보로 처음 채보된 아리랑은 'The korean Repository'(1896)에 실려 있는 헐버트의 아리랑이다. 이 아리랑에는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나간다'라느 사설이 들어있어 문경새재아리랑과의 친연성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이를 기점으로 비숍여사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에도 이 아리랑이 그대로 인용되는데 1898년 뉴욕과 런던에서 각각 출판된 책들이 전시된다. 소설 '대지'의 작가로 이름난 펄벅여사는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흔들리는 갈대'(1963)라는 제목의 소설을 발표한다. 이 소설은 당시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이 책의 표지가 '아리랑'으로 장식되어 있다. 아리랑은 누가 언제 어디서 부르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아리랑, 아르렁, 아로롱, 어르렁, 아라리, 쓰리랑 등 아리랑의 어원과 유래도 많다. 구비(口碑)로 전승되어 온 아리랑의 특징 때문이다. 그러나 매천야록과 한양가에는 왕이 즐겼던 노래로 아리랑이 등장하고, 나운규에 의해 영화 아리랑이 꽃을 피웠다. 그리고 님 웨일즈와 김산에 의해 ‘Song of Arirang’이 메아리치며, 광복군 아리랑으로 이어진다. 아리랑은 국가(國歌)에 비견되기도 하며,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대중가요로 재탄생된다. 이 과정을 유물과 자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아리랑은 문학·음악 등 예술작품 전반으로 재생산되고, 학용품과 생활용품, 담배와 성냥으로도 우리의 기억을 이끈다. 팔도강산 방방곡곡에서 아리랑은 불려지고 한국인이 살고 있는 그 어느 곳에서나 아리랑이 노래되는 모습이 전시된다. 아리랑은 길 위의 노래이고 고개의 소리이다. 길과 고개는 화합과 소통의 창구다. 화합의 길이자 소통의 고개 문경새재에서 열리는 아리랑 공동기획전은 아리랑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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