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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섭 대기자가 만난 사람]우상호 의원 “계파갈등이 혁신의 최대 걸림돌”

486 모임 ‘진보행동’ 해체, ‘과감하게 행동하고 주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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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0호 심원섭⁄ 2013.04.01 11:09:46

“기존 정권의 벽을 허물어뜨리는데 부족했다. 우리는 과거 20년간 서로를 너무 잘 알고 믿고 지내 왔다. 우리가 함께 있으면 당연히 좋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안주했다. 너무 친하다 보니 실수해도 크게 비판하지 않았고 그냥 믿어 주었다. 그러다 보니 건강한 긴장관계를 만들지 못했다. 오랜 인연은 함께 뭉쳐 하나가 되는 데는 좋은 기폭제가 됐지만 생산성에선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10년 10월부터 진보행동이란 독립된 정치블럭을 만들고 새로운 정치실험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기존 계파의 벽을 완전히 뛰어넘지 못했다.” 민주통합당 우상호 의원은 3월 25일 CNB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486 정치인 모임인 ‘진보행동’의 해체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역 의원 25명과 원외 인사 19명으로 구성된 진보행동은 그동안 민주당의 중심축으로 활동해 왔으며, 우 의원은 운영위원을 맡고 있었다. 따라서 우 의원은 이 조직의 해체과정에 대해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우 의원은 “민주당 내의 계파 문제는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질 만큼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며 “그래서 486 정치인들 사이에서 ‘계파끼리 싸움만 하는 게 바뀌지 않으면 민주당은 수권 세력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하나 둘 모여들었고, 특히 대선 패배 후 그 원인을 복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감대는 그들 자신이 속한 계파의 해체를 모색하는데 이르렀다. 그러다가 지난 19일 민주당의 486 정치인 모임 ‘진보행동’을 해체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민주통합당 우상호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 개정안이 제출된 지 52일 만인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한 치 물러섬 없이 원안고수만 고집했다. 여당 또한 집권당에 걸맞은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만큼 국민들의 피로도는 컸다. 그럼에도 상당히 뒤늦은 감이 있지만 새 정부가 정상궤도에 오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박근혜 정부와 여야 모두는 이번 정부조직법 협상의 진통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정치는 타협과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이다. 타협과 합의 없는 원칙과 소신은 단지 불통과 고집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가 국민이 행복한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는 독불장군식 정치력이 아니라 함께 합의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성숙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대통령과 여야 모두에게 숙제다.” - 우 의원은 여야가 합의한 정부조직 개정안을 정세균, 조경태 의원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이 과연 국익을 가장 우선시 둔 개편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교통상부에 있던 통상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사안 역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방송관계법 역시 공정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떨쳐 버릴 수 없다.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할 것을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어떠한 안도 만들어 오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새정부 출범을 마치 민주당이 막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 이번 협상 과정에서 '국회 선진화법'이 논란이 됐다. 특히 민주당이 과반수 여당을 견제하는 데 이 법 덕을 톡톡히 봤다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생각 하는가. “국회 선진화법은 대결의 정치가 아니라 대화와 상생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을 제대로 운영도 하지 않고 정부개편안 처리 지연을 이 법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여당 지도부가 리더십 부재의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여야가 합의 정신을 지키고 운영의 묘를 살린다면 좀 더 생동감 있는 국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 ‘진보행동’ 즉 486 정치세력의 해체를 선언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486 정치세력이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의 젊은 피로 기성 정치권에 진출한 이후 소장파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 주류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로 정치권에 있었다. 국민들의 기대는 80년대 민주화란 가치를 위해 희생했던 저들이라면 분명 기성정치와 다른 성과를 이뤄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우리는 기존 정치와 정당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노력을 기울이는데 부족했다. 기존의 정치문법을 배웠고, 기존의 관행을 혁파하는데 주저했다. 때문에 우리는 냉정히 따져보았고 우리가 당에 무슨 기여를 했는지, 국민 기대 수준의 성공을 했는지를 돌아보며 뼈아픈 반성과 함께 해체를 결심하게 됐다.”

- 현역 의원 25명과 원외 인사 19명으로 구성된 거대조직을 해체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솔직히 해체과정에서 고통스러웠지만 민주당 내의 계파 문제는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질 만큼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그래서 486 정치인들 사이에서 ‘계파끼리 싸움만 하는 게 바뀌지 않으면 민주당은 수권 세력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하나 둘 모였고, 특히 대선 패배 후 그 원인을 복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감대는 그들 자신이 속한 계파의 해체를 모색하는데 이르렀다. 그래서 지난 3월 19일 ‘진보행동’ 해체를 선언했다.” - 이미 많은 486정치인들이 각 계파로 흩어졌는데 해체 선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486 탈계파 선언’자리에 참석했던 강기정 의원이 그 다음날 같은 건물에서 곧바로 출마선언 한 것을 보고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은데. “486 정치인들의 장점은 80년대 학생운동을 통해 집단적으로 가치를 공유하고 집단적 실천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일 것이다.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정기모임을 가졌지만, 공동의 실천을 위한 정책 아젠다를 정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데 소홀했다. 때문에 우리는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반성하며 각자 새롭게 정치활동을 해나갈 생각이다.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정치적 수순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사회는 진보와 보수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민생과는 거리가 먼 문제들로 다투는 경우도 많다. 혁신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등장할 때이다. 그런 차원에서 진보행동 해체는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본다. 소위 486 정치세력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 물론 각자의 그룹에 속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민주당이 계파해체가 가속화 될 수 있다고 본다. 각자 소속한 그룹에서 나와 이념과 가치를 중심으로 한 정파적 모임으로 재구성될 것이다.” - 486 정치인들이 잘못한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기존 정권의 벽을 허물어뜨리는데 부족했다. 우리는 과거 20년간 서로를 너무 잘 알고 믿고 지내 왔다. 우리가 함께 있으면 당연히 좋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안주했다. 너무 친하다 보니 실수해도 크게 비판하지 않았고 그냥 믿어 주었다. 그러다 보니 건강한 긴장관계를 만들지 못했다. 오랜 인연은 함께 뭉쳐 하나가 되는 데는 좋은 기폭제가 됐지만 생산성에선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10년 10월부터 진보행동이란 독립된 정치블럭을 만들고 새로운 정치실험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기존 계파의 벽을 완전히 뛰어넘지 못했다.” - 486 정치인들은 이미 20대에 민주항쟁의 주역으로 대접받아 오만해 졌었다는 평가와 함께 이미 당내에서도 기득권을 누릴 만큼 누렸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인정하는가. “인정한다. 대학생 신분으로서도 감옥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싸웠다. 이제는 국회의원이 됐는데 그만큼의 결과도 내지 못하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동안 우리는 소장파도 아니고 당 주류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이었다. 독자적인 색깔과 브랜드를 형성하지 못하다보니 다양한 목소리를 당에 투영하는 통로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각자가 구상한 정치활동에 매진할 생각이다.” - 민주평화연대도 계파 아닌가, 그렇다면 해체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민평련은 계파와 정파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김근태 선배께서 살아계실 때는 민주 평화 뜻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모임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세력을 넓히는 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선배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런 건강성이 약화된 게 사실이다. 민평련도 좀 더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해체 여부에 대해서는 내가 할 얘기는 아닌 거 같다. 민평련이야말로 가치 지향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모임이다.”

- 2~3년 후에 대선이 다가오면 또 다른 집단화를 꾀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재로서는 비슷한 철학과 가치, 정책을 공유하는 정치인 집단으로써 정파를 만들어 갈 생각이다. 정당은 무리 지어서 공동 목표를 실현하는 집단이다. 블록이 만들어지면 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주도 세력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당연하다. 무리를 만들어서 가치를 지향하는 거 자체를 불원 시 하면 안 된다. 그 속에서 뭘 해도 함께 행동하고 내부에서 조금의 잘못만 있어도 과감하게 비판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다.” - 이제 486 정치세력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앞으로 두 가지 일을 할 생각이다. 민주당 혁신을 위해 과감하게 행동하고 주장해야 한다.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든 혁신 의제가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서 계파 문제부터 들고 나왔다. 혁신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차원이다. 민주당의 기능, 구조, 운영방식 다 바꿔야 한다. 대표적으로, 지역위원회의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 기능 면에서 지역위원회가 당원과 지지자들을 교육해야 한다. 유력 정치인들이나 전문가들이 당원을 교육하고, 교육 받은 사람들은 당에 더욱 헌신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구당 별로 한 달에 한 번씩 교육을 진행하지 않으면 공천 안 하면 된다. 노선과 정책 중심으로 색깔 있는 생활정치를 해야 한다. 특정 정치 지도자와의 인연을 매개로 한 계파 대신 노선과 가치, 정책으로 묶인 의견집단, 정파를 형성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겠다. 공동의 과제와 목표를 위해 헌신할 새로운 당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 이번 4-24 재보선에서 안철수 전 교수의 서울 노원 병 출마에 민주당이 무공천 함으로써 여론이 뜨거운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안 전 교수와의 연대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은데… “솔직히 안철수 전 교수의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라는 정치방식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 안 전 교수는 정치권을 비판하는 말을 던지며 충격을 주는 ‘레토릭 정치’를 해 왔지만 우리는 논리와 가치가 정돈된 것을 더 선호한다. 특히 안 전 교수에게는 딜레마가 있다. 새 정치를 주장하면 기존 정당에 들어오기 어렵고, 신당을 만들면 분열주의라는 비판을 받는다. 안 전 교수 측에서 민주당과는 ‘협력적 경쟁관계’라고 했다는데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가능한지는 본인이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안철수 세력과 어떻게 통합할지보다는 민주당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 정치권 일각에서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 질 경우 민주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게 속단할 수만은 아니라고 본다. 안철수 전 교수는 ‘레토릭’정치를 하고 있다. 포퓰리즘적 이슈를 가지고 정치권에 반대 되는 입장을 고수하며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이 혁신하고 정치를 바꾸는 과정을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안 전 교수는 자신의 정치적 지형을 넓히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 상황을 민주당 의원들은 잘 알고 있고, 혁신주체들이 모여 머리를 함께 맞대야만 정치가 바뀐다는 사실을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내 개인 생각으로는 민주당이 쪼개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는가. “우리에게 ‘왜 이제야 반성하고 해체하느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의 반성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게 아니다. 집단으로서 486 정치인들이 독자적 세력으로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더 이상은 과거에 486세대 운동권이었다는 인연으로 모이지 않겠다,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조금만 지켜봐 주시면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점을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 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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