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1호 왕진오⁄ 2013.04.09 15:36:31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에 사람들의 모습은 없고,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동물들이 저마다의 섬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풍경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 동물들은 인간들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성격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원성원(42)작가가 주변의 지인들과 지내면서 그들의 성격과 내면의 감성을 동물들과 연결시키며 간접적이며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의 모습이다. 그 동안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사진 콜라주 작업을 진행해 왔던 원 작가가 4월 11일부터 5월 9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Character Episode 1'라는 제목의 새로운 연작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전시에는 인간들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성격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진지함으로 표현한 연작과 드로잉 작품 6점 등 총 12점의 작품이 함께한다. 원 작가는 "저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림은 처음부터 조작이 가능한 것 같아서 멀리하고 있다"며 "내 작업에는 거짓말이 없어요. 실제 인물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현장에서 가서 직접 오브제를 구해오는 과정을 통해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대상을 표현하고 있다"고 작업의 과정을 말했다. 유난히 집에 집착하는 친구의 성격을 그려낸 '집착의 방주'에 작가는 병적인 집착을 갈매기에 비유한다. 집 때문에 사귀던 친구와 헤어진 이 사람은 철두철미하게 집을 구하는데 노력했고, 지금은 대저택은 아니지만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친구가 집을 소유하는 과정을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집들을 위태로운 배위에 싣고 표류하는 방주에 비유했다. 육지에서는 재산일지 모르지만 바다 위 위태로운 집들은 오히려 없는 것 보다 더 위험한 집착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동물들과 결부시키고, 그들을 현실의 이미지로 만들어낸 실제 같은 가상의 공간인 섬이라는 곳에 배치하여 작가 자신과 관람객들에게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전시장에는 지난 2년여 동안 동시에 작업을 진행한 6점의 작품이 등장한다. 집착, 자존심, 완벽주의, 허영심, 책임감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조소과를 전공한 작가는 독일 유학시절 사진기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는 발견을 한 이후 카메라를 들고 주변의 이야기를 촬영한다. 수많은 이미지들을 컴퓨터로 불러들인 후 붓으로 그리듯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포토샵을 이용해 지워나가는 과정은 수공예를 하듯이 지루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촬영한 이미지가 화면에 맞지 않으면 다시 야외로 해외로 나가서 이미지들을 채집해 와서 다시금 작품에 이주 시키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는 집착, 자부심, 과시, 완벽주의 그리고 책임감 등 병적으로 악화될 수 있는 인간들의 성격을 이미지화했다. 이는 단순히 작가의 조형적 감성을 넘어 분석하고 이해한 결과로서의 이미지다. 따라서 작가는 이미지를 통해 우리의 삶을 그리고 관계를 이해했다. 바로 이점이 작가의 치유이면서 곧 관객들의 치유가 될 것이다. 과연 나의 성격을 주변에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