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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골프 칼럼]목련꽃 그늘 아래서 백구의 향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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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2호 김맹녕⁄ 2013.04.15 11:51:37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박목월 시인의 ‘4월의 노래’ 가사가 흥얼거려지는 아침, 봄비가 내린 후 골프장은 모처럼 맑고 상쾌한 싱그러운 향연이 펼쳐진다. 그동안 사나운 바람과 찬 봄비를 뿌리는 변덕스러운 꽃샘추위 탓에 몸과 마음이 움츠려져 골프 라운드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는데 모처럼 화창한 봄 날씨가 온천지에 펼쳐진 날이다. 코스에 들어서자마자 앙상한 나무그루에 하얀 목련 꽃망울을 잔뜩 매달고 있는 여러 그루의 키 큰 목련나무가 티잉그라운드 옆에 서 있다. 목련은 옛 부터 산중군자(山中君子)라 하여 화려하면서도 가장 점잖은 꽃 중의 꽃으로 대접을 받았다. 꽃망울을 터트린 백목련 나무 아래서 아지랑이가 너울거리는 저 잔디밭 광장으로 흰 백구를 날리니 봄의 싱그러운 냄새가 온몸을 적신다. 겨우내 차디찬 눈 밑에서 겨울잠 자던 잔디가 드디어 긴 잠을 깨고 녹색의 싹을 내밀어 페어웨이에는 노란색과 연초색이 혼합돼 있다. 홀과 홀을 잇는 오솔길에는 나무 숲속 사이로 다람쥐와 새들이 분주히 오고가며 봄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새어드는 봄빛은 생명을 잉태하게 해 자연에 새로운 가족을 탄생시킨다.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친구가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하랴’…. 논어의 첫 구절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미국 LA에서 오랜만에 고국을 찾아온 친구와의 라운드는 먼 옛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학창시절의 이야기로 대화의 꽃을 피운다. 친구들 하나하나가 세월 따라 물에 떠내려가듯 가는 나이에 이렇게 건강하게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것 하나로 우리는 행복한지도 모른다. 공자도 냇가에 앉아서 흘러가는 물을 보면서 세월 따라 흘러가는 인생을 탄식하면서 옛 친구를 그리워했다. 우리에게 4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골프코스는 인생의 좌표라 할 만큼 많은 것을 알려주고 교훈을 주기도 한다. 골짜기의 푸른 물처럼 모든 것은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인생의 교훈에서 봄의 정취는 나이가 한 살 더 먹을수록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봄의 교향곡이 울려퍼지는 언덕에 서서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봄의 정취를 마음껏 누리고 싶다. 김영랑 시인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의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 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라는 구절처럼 맑은 하늘을 보면서 오늘 하루를 백구와 친구를 벗 삼아 아름다운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 - 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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