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2호 최정숙⁄ 2013.04.15 13:01:01
최근 얼굴 분석으로 숨겨진 재능과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왔다. 최창석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59)가 5년10개월 동안 연구 끝에 발간한 ‘DNA에 새겨진 인간 재능의 기원,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21세기북스 펴냄)’이다. 홍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최 교수는 일본 가나자와 대학교 전기정보공학과에서 사람의 얼굴을 놓고 영상처리와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을 구사하는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세계적으로 얼굴 연구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최 교수는 일본전자정보통신학회로부터 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 교수가 얼굴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는 1988년 박사과정을 밟으면서부터다. 국내에서 한국인 몽타주 작성, 표정 애니메이션, 대구 개구리 소년과 이산가족의 얼굴 예측, 연예인들의 미래 자녀 예측 등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한 장본인이다. 그는 얼굴 연구를 지속한 끝에 얼굴의 형태와 사람의 재능이 관련 있다는 것을 발견, 얼굴에서 나타나는 재능이 어떻게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다음은 5일 최창석 교수와의 일문일답. - 얼굴 연구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1988년 일본 가나자와 대학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부터다. 얼굴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사진 하나로 영상 속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한 번 연구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다. 예를 들면 모나리자의 표정 바꾸기다. 우리가 사람의 얼굴을 한 번 보면 많은 얘기를 한다. 이 사람 성격이 좋을 것 같다, 똑똑할 것 같다, 피곤해 보인다, 나이가 들어 보인다 등 말이다. 우리 얼굴에는 굉장히 많은 정보들이 있다. 내 전공이 영상처리다. 당시는 그래픽스를 이용하지 않을 때였다. 그런데 그런 거 해보자 하니까 이것저것 되더라.” - 우리나라 몽타주 방식을 가장 먼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우리나라 몽타주 방식을 가장 먼저 개발했다. 아이를 낳으면 누구 닮았나를 본다. 엄마냐, 아빠냐.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어색하지 않게 합성해서 몽타주를 만들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얼굴이 변하니까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했다. 몽타주를 만들어 대구 개구리소년과 이산가족의 얼굴을 예측했다. 연예인 2세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20년 가까이 얼굴을 연구하면서 미처 몰랐던 인류의 진화 역사도 접하게 됐다. 얼굴이 왜 달라졌는지를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수십만 년 전부터 진화를 통해 얼굴형뿐만 아니라 체형도 다르게 변해왔다는 것을 알았다.” - 얼굴과 재능의 상관관계 연구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생선회를 먹다 꽂혔다. 2007년 일본 도쿄 대학교에서 방문연구를 하던 5월 오키나와로 여행을 갔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 생선회를 맛보는데 내가 생각한 회의 맛이 아니었다. 주방장에게 물어보니 회의 맛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거다. 그 때 갑자기 꽂히는 게 있었다. 남쪽과 북쪽이 다르다는 거였다.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남방형과 북방형이 다르다. 나는 사람의 뇌 형태를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람이 옷을 입는 것 등을 보면 어떤 뇌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민족이 왜 흰옷을 선호하게 됐는지, 남방민족은 왜 화려한 색의 옷을 선호하게 됐는지 등도 연구하게 됐다. 인류 탄생부터 추적했다. 현재 우리 유전자는 수많은 세월을 거쳐서 형성됐다. 유전자가 만들어진 과정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 요인은 기후와 먹이 채집 방식이다. 남방 민족은 따뜻한 기후에서 열매를 따거나 조개를 채집하면서 살았다. 반면 북방 민족은 추운 기후에서 사냥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두 민족의 유전자는 다르다.” - 우리나라 조상은 남방형인가, 북방형인가. “남방형과 북방형이 한반도에 들어와서 우리의 조상이 됐다. 이는 우리 선조들이 형성된 배경이다. 한국에서 북방형의 비율은 55.1%(단국대 김욱 교수 조사), 또는 65.0%(일본 국립과학박물관 시노다 실장 조사)다. 이들의 자료에서 나타난 한국 북방형의 비율 차이는 9.9%다. 나머지가 남방형으로 한국은 북방형의 비율이 더 높다. 한반도에는 남방형이 먼저 들어왔다. DNA로 보면 남방형은 동북아시아 경로로 7만 년 전 중국 남부를 시발점으로 해 한반도를 거쳐 갔다. 남방형이 먼저 들어왔지만 북방형이 비율이 더 높은 이유는 북방형의 생존력이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에는 남방형이 먼저 살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얼굴과 체형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조상은 북방형이다.” - 남방형과 북방형의 얼굴은 어떻게 다른지. “남방형과 북방형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다. 예를 들어 남방형인 인도네시아인은 날씬하지만 북방형인 몽골인은 통통하다. 얼굴을 놓고 봤을 때 남방형의 얼굴 윤곽은 역오각형이고, 북방형은 타원형이다. 남방형은 윤곽이 뚜렷한 얼굴이다. 이마가 좁고 눈썹이 진하고 눈이 크다. 반면 북방형은 이마가 넓고 눈썹이 흐리다. 눈은 작으며 코가 길고 좁다. 남방형 부위가 수가 많으면 남방형 얼굴, 북방형 부위가 수가 많으면 북방형 얼굴, 수가 유사하면 중간형 얼굴이다.” - 남방형 재능과 북방형 재능은 어떤 것인가. “잘 익은 열매를 찾아내는 것은 남방형 재능이고, 멀리 있는 사냥감을 쫓아가는 것은 남방형 재능이다. 색채로 얘기하면 남방형은 화려한 유채색, 북방형은 무채색이다. 설원에 살다보니 검은 색 아니면 흰 색을 많이 보기 때문이다. 남방형을 먼저 설명하자면 남방형은 육상에서 열매를 따고 해안에서는 조개를 잡는 것이 생활방식이다. 그들은 생존하기 위해 열매나 조개를 놓치지 않는 뛰어난 시각, 그에 맞는 사고력, 채집을 잘하기 위한 근육의 발달 등을 능력으로 갖고 있다. 북방형은 생존 방식은 남방형보다 더 뛰어나다. 추운 시베리아 설원에서 동물을 잡아야했기 때문이다. 북방형의 사냥능력이 극도로 발달하게 된 시기는 최대최종빙기였다. 그 때 살아남은 동물이 별로 없어서 눈에 보이기만 하면 잡아야 했다. 그들은 그러면서 사냥능력을 발달시켰다. 그들은 또 사냥에 적합한 시각, 등과 다리 근육, 사고력을 갖췄다. 하얀 설원에서 무리지어 다니는 동물들을 잡기 위해 시각도 굉장히 발달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력이 보통 1.0 정도라면, 북방 유목민족인 몽골인의 시력은 4.0도 있다고 한다.”
- 얼굴형에 맞는 사업이 따로 있다고 했다. 기업 CEO들에 대한 재능을 연구해서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우리가 살면서 생활 속에서 필요한 재능이 다 있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남방형과 북방형에 맞는 기업경영 방식이 따로 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를 보자. 삼성전자의 주력제품은 반도체, 스마트폰과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이다. 스마트폰 같은 작고 아기자기한 것들에 주력한다. 반면 현대는 자동차, 선박, 철강 등 부피가 크고 움직이는 것, 규모가 광범위하며 웅장한 건설 분야를 전문으로 한다. 이를 원시시대 먹이와 비교해보면 삼성전자는 남방형, 현대기아차는 북방형의 먹이와 비슷하다. 남방형의 먹이는 도토리 같은 열매나 조개 등 작은 것들이고, 북방형의 먹이는 덩치가 크고 움직이는 동물이다. 회사의 CEO들을 봐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중간형,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은 북방형이다. 원시시대 먹이, 회사의 제품, CEO들의 얼굴을 종합하면 각 기업의 주력제품들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이 전 회장은 정 전 회장보다 남방형에 가깝다. 각자 재능에 맞는 것들을 주력제품으로 삼으면서 기업이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2세 회장들도 마찬가지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얼굴은 남방형, 정몽구 현대 회장의 얼굴은 중간형이다. 정 회장은 이 회장에 비해 북방형에 가깝다. 이들 회장의 공통점을 보면 창업 1세대들은 북방형 재능을, 2세대들은 남방형 재능이 우세하다. 이유를 보자. 창업 1세대들에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북방형 재능이,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는 창업 2세대들에게 세밀함이 필요한 남방형 재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정주영 전 회장의 경영철학은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으면서 나가면 된다”였다. 정몽구 회장도 이를 이어받아 한 번 결정하면 우직하게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이런 추진력은 북방형 재능이다. 리더십도 다르다. 이건희 회장은 지장(智將)과 같은 리더십이다. 회사보다는 자택에서 많은 고민을 한다. 경쟁사 제품을 스스로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차이점을 찾아낸 다음 적절한 인물을 기용해 리더십을 발휘한다. 남방형 재능을 가진 사람이 그렇다. 기업을 세밀히 분석하고 미래를 예견하면서 뛰어난 언어감각을 통해 리더십을 발휘한다.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은 용장(勇將)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소 공사 과정을 보면 이 같은 재능이 나타난다. 정 회장은 4년의 공사 기간 동안 일주일이 멀다 하고 헬기로 본사와 당진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보다 현장을 중시하는 행동으로 북방형 리더십을 보였다.” - 우리나라 기업 CEO들은 북방형과 남방형 중 어느 쪽이 더 많은가. “우리나라 30개 대기업 중 80%가 남방형이다. 2010년에 30대 대기업의 CEO 28명을 대상으로 얼굴을 분석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북방형 1명, 중간형 4명, 남방형 23명이었다. 우리가 생각할 때 북방형이 많을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남방형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 CEO의 역할이 세밀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과 환경 변화를 유심히 관찰해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남방형 재능은 관찰, 분석, 미래예견을 하는데 유용하다. 결단, 전력수립, 실행의 결과를 가져오는 데는 북방형 재능이 필요하다. 남방형 재능이 부족하면 부정확한 분석을 하게 되고 결국 북방형 재능은 소용이 없게 된다. 이런 것들이 대기업 CEO 중에 남방형이 많은 이유다. CEO가 판단을 잘못하면 회사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 중소기업 CEO의 재능 연구도 흥미롭다. “2011년 한국증권거래소가 발표한 중소기업 히든 챔피언 37개사를 분석해 봤다. 히든 챔피언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이내 기업이다. 이를 분석했더니 북방형 4명, 중간형 7명, 남방형 26명이 나오더라. 대기업에 비해 남방형 비율이 낮고 북방형과 중간형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중소기업은 상속을 받는 대기업과 달리 대부분 창업이 많다. 중소기업 CEO들은 대기업 CEO들보다 북방형 재능이 우세한데 이유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공격적인 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종 기업은 많은데 비해 인력, 자금, 기술력 등이 부족해서 그렇다. 박현남 성호전자 회장이 말단사원으로 입사해서 15년 만에 회사 사장이 되기까지 남방형 제품으로 북방형 경영을 하는 대표적인 예다. 공기업과 은행 CEO 분석도 있다. 시장형 공기업 8개와 준시장형 공기업 13개 중 외국인 공사 사장 1명을 제외하고 분석을 했더니 20명 중에 북방형 1명, 중간형 1명, 남방형이 18명 나왔다. 21명의 은행 CEO를 분석한 결과 북방형은 없었다. 중간형이 3명, 남방형이 18명이었다. 종합해서 분석해 보면 CEO들은 남방형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온다. 중소기업 CEO들은 북방형 비율이 높은 편이고, 공기업 CEO는 남방형 비율이 높다. 중소기업 CEO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고, 공기업 CEO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지만 관리를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 미래가 원하는 인재의 얼굴형은 무엇인지.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전자 IT 분야에서 세계 1위,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5위, LG는 가전 분야에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그 시기를 전후해 생긴 검색 포털사이트 NHN(네이버)과 게임개발업체 넥슨 등 벤처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 우리 기업을 전 세계 기업들이 벤치마킹 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가진 재능 중에서도 북방형 재능이 눈에 띈다. 위기를 기회로 이용한 기지가 북방형 재능이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CEO 재능 보완이다. 현재 CEO들은 남방형 재능이 많지만 북방형 재능도 키워야 한다. 상호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가적으로 말하자면 삼성과 현대의 3세대 CEO들을 들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얼굴은 전체적으로 남방형이다. 이건희 회장보다 북방형 부위가 두 군데 더 많다. 아버지보다 미래사회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공격적 경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보다 남방형 부위가 한 군데 더 많은 중간형이다. 아버지보다 좀 더 안정적인 경영을 할 것이 예상된다.” - 정치인들은 무슨 형이 많은가. “남방형이 많은데 북방형 쪽으로 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장관, 국회의원 순으로 남방형이 많다. 아직까지는 남방형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사회가 빨리 돌아가고 타협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지다 보니 북방형으로 가고 있는 거다. 미래 지도자들은 북방형 재능을 많이 발휘해 훨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통찰력 있고 과감한 정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 역대 대통령으로 보면 고 이승만·박정희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북방형이다.” -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은 무슨 형인지. “북방형에 가까운 중간형이다. 반면 북한 김정은은 남방형이다. 결국 김정은이 밀릴 거다. 지금 저렇게 (위협적으로) 나오는 거는 누구든지 궁지에 몰려 있으면 투지를 발휘하는 것뿐이다. 계속 정권을 잡고 있으면 온화해질 거다. 얼굴에 쓰여 있다. 계속 열악한 환경에 있으면 있는 힘을 다해 투지를 발휘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이 더 세다.” - 자신의 얼굴을 정확히 알면 진로가 보인다고 했다. “사람마다 보완해야 할 재능이 다르다. 자기 얼굴을 정확히 분석하면 진로 선택 등에 도움이 된다. 남방형은 기업경영, 정치, 법률, 연구, 문학 등 정적인 분야에서 재능을 나타낸다. 노래와 춤은 북방형의 고유 재능이다. 자신의 재능을 잘 알고 그에 맞는 조직에서 일을 한다면 개인은 물론 나아가 국가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크게 성장할 수 있다.” -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