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3호 심원섭⁄ 2013.04.22 10:49:01
4월 19일을 기점으로 개성공단의 기계소리가 10년 만에 멈춘 지 열흘이 넘어가고 있지만 공단 가동이 재개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북한은 4월 17일 자신들의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101주년 탄생일인 ‘태양절 연휴’ 전후로 우리나라로의 입경도 허락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 정부와 미국이 내민 ‘대화 카드’까지 거절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북측 인사들에게 기업인들의 애로를 전달하고 현지에 체류 중인 우리 측 직원들에게 생필품을 전하기 위해 개성공단 방문 계획을 요청했으나 북측은 이마저 외면해 좌절됐다. 최소한도의 인도주의적 차원의 조치마저 팽개친 것이다. CNB저널은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재임 당시 개성공단을 가동시킨 실질적인 장본인인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긴급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개성공단을 가동시킨 장본인으로서 작금의 사태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텐데. “한마디로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지난 10년 동안 기계소리가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가능하다면 개성의 문지기라도 하고 싶는 심정이다. 지금 한반도 평화에는 두 개의 보물이 있다. 하나는 개성공단이고 하나는 2005년 9.19 합의인데 둘 다 우리가 나서서 만든 것이다. 하나는 위기에 처해있고 하나는 5년 동안 죽어 있었서 이 두 가지를 다시 살려내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고 그 일을 하는데 공교롭게 제가 통일부 장관, NSC 위원장 할 때 개성공단이 가동됐고 9.19 합의를 만들어냈다.” - 개성공단은 대한민국에 어떠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가. “대한민국에 있어 개성공단은 경제 사업일 뿐만 아니라 군사안보 전략사업으로서 가치로 따진다면 군사전략적 가치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오판하여 전면전을 선택할 경우 남쪽으로 침투할 거리가 대략 40km로서 우리가 대책을 세우기 힘들 정도로 짧다. 따라서 한국군과 미군은 조기 경보 기능에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있음으로 해서 북한군의 장사정포를 15km를 뒤로 물리는 등 북한의 군사행동 출발선을 뒤로 밀어 우리의 조기경보 기능을 24시간 이상 향상시켰다고 볼 수 있다. 내가 통일부 장관이었던 2004년 8월 미국을 방문해 당시 개성공단 설립에 핵심반대파였던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이런 내용을 설명했더니, 미국 국방부가 개성공단 찬성으로 돌아선 바 있다. 그리고 북쪽에 2천만평 8km, 64㎢의 북한 땅을 남한 기업들에게 공장을 지으라고 내 준 땅이 바로 북한 포병부대가 밀집한 지역인데 그 휴전선 북쪽의 포병포대의 사거리가 40마일이다. 서울의 광화문이 60km밖에 되질 않은데 포 사거리 안에 2천만명에 달하는 수도권 시민이 살고 있다. 이런 취약점 때문에 한미동맹은 늘 조기경보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북쪽의 개성공단을 개설하면 사전 경보기능이 대폭 향상된다는 점을 강조했고 럼스펠트 장관도 이해를 했고 그래서 개성공단은 공장 입주가 가능하도록 미국이 협조를 시작한 것이다. 현재는 123개 공장이 들어가 있고 5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함께 일하며, 남쪽의 기술진과 엔지니어들이 8백 명 넘게 개성에서 먹고 자고 지내며 매일 아침 통근버스가 오고 갔던 것이다. 이러한 개성공단을 지켜내는 노력을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꼭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하고 또 이 문제 이 위기상황 해결을 위해서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 - 어떻게 풀어가야 된다고 보는가. “우리 정부가 상황관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좀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대처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최근 극우보수단체에서 북한으로 삐라를 날려 보내려는 것을 정부가 막은 것은 잘 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삐라를 보내는 것은 우리의 감정을 다소 가라앉히려는 의도는 있지만 실익이 없고 백해무익한 일이며 더구나 남북관계 악화에 빌미가 될 뻔 했는데 잘 조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평통이라데는 대남 선전기구에 불과한데도 거기서 부정적인 언사를 쓰면서 ‘남쪽의 대화제의에 알맹이가 없다, 빈껍데기다’라고 얘기 한 것에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대응한 것은 미숙했다고 생각한다.” - 최근 김양건 북한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개성공단을 방문한 뒤에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 전원철수와 잠정 폐쇄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김 비서와는 인연이 남다른 걸로 알고 있는데 북측에서 김 비서가 가지는 비중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대남정책의 총 책임자다. 북한은 당이 지배하는 나라로서 당의 통일전선 부장이면서 동시에 대남담당 비서. 우리식으로 말하면 통일부 장관하고 국정원장을 합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 김 비서 방문 당시 대화 물꼬가 터지는 것 아니냐 라는 기대감도 있었으나 북한 근로자 철수를 선택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는가. “중요한 것은 정보가 실패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개성공단과 관련해서 돈줄 때문에 폐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와 정부 당국자들이 말했는데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 정확하게 정보를 읽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소통이 되어야 정보를 읽을 수 있지만 소통 자체가 없으니까 정보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고. 그러니까 헛된 정보를 가지고 정책을 집행하다 보면 실책과 실수가 빗어진 것이다.” - 그러니까 우리 쪽에서 ‘개성공단이 북한의 돈줄이다, 억류됐을 경우 인질 구출 작전을 할 것이다’ 등등의 얘기들이 오히려 북한을 자극했다고 보는가. “물론 첫 번째 책임은 북한에 있다. 기본적으로 국제사회의 관행이라든지 남북 간의 법적 효력을 갖는 합의나 협정을 헌신짝처럼 버린 북한의 조치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정부는 그러한 상황까지 감안해서 관리할 책임과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관리하고 통제하는데 실패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정보판단의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필요하다면 직접 평양에 가서 김정은 제1비서를 만나 설득하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지금 상황에서 대북특사 필요성이나 김정은과의 대화가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세상에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김정은 제1비서의 부친이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화했던 나의 경험을 비춰본다면. 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2005년 6월에 대화하기 전까지만 해도 6자회담도 깨져있었고 남북관계도 깨져있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서 6자회담을 복귀시켰고 그 결과로 북이 핵 포기 선언을 하도록 만들었다. 한국외교가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런 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는 싫든 좋든 김정은 제1비서를 상대로 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제1비서를 만나야 된다.” - 그런데 일부에서는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가. “지난 세월을 살펴보면 ‘햇볕 정책이 퍼주기다. 북의 핵능력만 키웠다’라고 하는 사실관계와 전혀 다른 얘기들이 있지만 남북대화가 활발하게 진행될 때 북한은 핵을 동결하거나 멈췄다. 그러나 남북 대치국면에서는 북의 핵능력은 더욱 커졌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아들을 군대 보낸 부모 중에 전쟁난다고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분명히 정상회담 이후에 김대중 대통령이 선언했고 모든 국민들이 이것을 사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아다. 이제 더 이상 전쟁 운운하는 시대는 오지 않는다고 믿었던 것이 13년 전이다. 그러나 13년이 흘렀지만 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니까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가. 정권 담당자들이 결국 안전하게 보위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니까 그 첫 번째는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소통을 재개하는, 무엇보다도 개성공단 재개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된다고 생각한다.” -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서울에 왔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대화 의지를 보였는데. “마주 보고 달리던 두 열차 중에서 한쪽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일단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김정은 제1비서의 귀에 들어가도록 모든 채널을 동원해 대화 의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서 얘기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직접 전달되어야 한다. 북한 문제는 북한이나 미국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할 때 가장 잘 풀린다. 미국도 그걸 원한다.” - 이번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 많은 외신들과 우리 언론들도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이 모색될 수 있다고 보는가. “크게 봐서 케리 효과가 지금 발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케리 장관이 이번에 서울, 북경, 베이징, 한중일 순방을 했는데. 의례적인 순방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 2기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의 그림을 가지고 왔다고 본다. 서울에 와서는 ‘6자든 양자든 대화를 하자’라는 원론을 이야기했고 중요한 이야기는 중국에 가서 했다. 케리 장관이 ‘9.19를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언급이고. 거기에 덧붙여서 ‘동아시아 미사일 방어막 MD가 만일 북한이 비핵화를 하게 되면 축소할 용의가 있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언급이다. 대한반도, 대 중국 정책에 있어서. 특히 중국은 미국이 동아시아에 미사일 방어막을 강화하는 것을 중국 자신의 잠재적인 적으로 보고 있다. 사실 방어막이라고 하는 것은 공격막으로 전환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불만과 위협을 이야기 했다. 따라서 케리 장관의 발언은 중국에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라 하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 과거 5년 동안 그렇게 의미 있는 9.19 합의가 묻혀 졌던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이명박 정권에서 의도적으로 이 부분을 무시했던 것이라고 보는가. “크게 봐서 이른바 부시 대통령 정부가 2008년까지 가고 그 이후 오바마 정부 4년이 연결되는데.. 전략적 인내라고 말하지만 실제 전략적 무시 정책이다. 그러면서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결정책이었던 것이다. 그런 속에서 남북관계의 악화와 함께 소위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 틀도 멈춰 섰다. 역사적 경험으론 대화가 진행되고 있을 때 북한 핵의 능력은 멈췄다. 그러나 대화가 그치고 대치,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면 북은 그 시간과 공간을 활용해서 적극적인 핵 능력을 강화했다. 지난 5년 동안 대북무시, 압박 정책 속에서 북은 핵실험, 미사일 발사, 인공위성, 우라늄 농축. 5년 전에 비해서 수십 배 커진 핵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9.19 합의할 당시에 비해서 굉장히 어려워졌다. 9.19 합의 당시엔 미국이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평화체제 논의를 하면 북은 핵을 폐기할 결단을 했었고. 그래서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도 폭파하지 않았는가. 미국은 북한을 테러리스트 국가에서 빼주고 한 발 한 발 나가고 있었다. 이 방향으로 갔어야지 이것이 멈추면서 지난 5년 동안 북은 핵능력을 엄청나게 키운 것이다. - 미국의 외교적 스탠스 변화가 지금 현재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까지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이제 오바마 대통령도 더 이상 대북 무시 정책을 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어쨌건 북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는 기초기술, 위성까지 성공한 입장이고 이미 핵실험은 3번째 했고 거기에는 우라늄 폭탄일 가능성이 있고. 우라늄은 플루토늄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플루토늄은 여러 가지 시설이 필요하다. 그래서 감시와 추적이 가능한데 우라늄은 지하실에 숨어서 끊임없이 핵 물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난 5년 동안의 교훈이 앞으로 4년 동안 오바마 2기 정부의 대북 무시전략, 압박정책으로 방치할 경우 북의 핵능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팔을 걷지 않으면 안 되는 단계에 온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 혼자로는 안된다. 왜냐하면 미국은 북의 핵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 북은 이제 ‘핵을 포기할 수 없다’ 라고 부딪치고 있다. 미국과 북이 마주앉아서 절충점을 찾긴 어렵다. 누구의 문제인가. 미국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2005년 9.19를 우리가 만든 것처럼 우리가 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개입해서 역할을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우리가 들어가야 한다. 북핵문제는 북미문제라고 빠져있을 일이 아니다. 들어가기 위해서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남북이 통해야 한다. 남북이 소통하지 않으면 아무 수단이 없다.” - 이런 국면에서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민주통합당에는 지난 10년 동안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온 경험, 사람, 철학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에도 가고, 미국도 가고,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만나야 한다. 내가 당 대표였다면 당장 보냈을 것이다. 민주당이 야당에만 머물 게 아니라 자신감 있게 움직여야 한다. 또, 개성공단이 단순히 경제 사업이 아니라 군사·전략적 가치를 갖고 있음으로 집중적으로 알려내야 한다.” - 먼저 일했던 분들이 어떻게 생각했고 어떻게 했었는지를 알면 정답을 찾아가는데 더 쉬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3차 핵 실험에서 개성공단 중단까지, 상황이 최악으로 몰렸다. 이제 더 이상 북한이 상황을 끌고가게 할 수 없다. 우리가 상황을 이끌어야 한다. 이제 그만한 역량과 단계에 접어들었고, 조건도 과거와 비교하면 나쁘지 않다. 일단 북한에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는 물론 김정은 체제의 생존과 안정일 것이고, 둘째는 경제건설일 것이다. "더 이상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기서 이명박 정부가 그랬듯 박근혜 정부도 5년 동안 손을 놔버리면, 북한은 계속 핵 능력을 증진시킬 것이고 남과의 대화 역시 닫아버릴 것이다. 해법은 두 가지다. 일단 개성공단을 복원하고 확대·발전시켜서 남북 간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외교적 주도권 행사를 통해 북한이 핵을 내려놓고 평화협정으로 갈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우리가 도울 테니, 북미 관계를 정상화해 정상국가로 가자고 이끌어야 한다. 한 마디로 한반도의 탈냉전을 우리가 주도하는 것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의 '닉슨'이 되었으면 좋겠다. 보수 반공주의자인 닉슨에 의해 미국과 중국 간의 냉전이 청산됐듯이, 한국에서도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가 냉전 종식에 앞장선다면 내부적인 저항도 가볍지 않겠는가.”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