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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전시] 화정박물관 ‘19금(禁) 춘화(春畵)’, 낯뜨거운, 은밀한, 당당한 性

일본·중국의 ‘숨어서 보는 그림’ 풍속화로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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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4호 왕진오⁄ 2013.04.29 14:22:04

인간의 욕구 가운데 성욕은 종족 보존의 본능이자 쾌락의 으뜸이다.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이미지와 설정을 다룬 그림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이색 전시가 서울 종로 평창동 화정박물관에서 4월 21일부터 9월 29일까지 'LUST II'전을 통해 마련된다. 지금까지 ‘숨어서 보는 그림’ 으로 알려진 춘화(春畵)를 박물관에서 공개하고 전시된다는 사실 자체가 획기적이다.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는 이번 전시는 19세 이상 관람제한으로 표현의 수위가 노골적이며 감각적이다. 단순히 '야한 그림'이 아니다. 제작 당시 사회상과 더불어 다양한 사랑과 만남, 해학, 은유 등을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춘화는 현실적인 동시에 비현실적인 요소를 가장 강렬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성과 관련된 작품들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집안이나 정원, 찻집 등 일상적인 환경을 설정해 감상자가 화면 속 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를 도입했다. 이밖에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부적절 하다고 간주되는 관계나 상황 설정 등을 표현했다. 그러한 부적절하고 용인되지 못하는 가능성 자체를 감상자의 눈앞에서 실현시켜 일종의 개인적이고도 은밀한 환상을 충족시키는 기능을 해낼 수 있다.

오랜 시간 수장고의 어두운 공간에 놓여있던 춘화를 선별해 전시를 기획한 김옥인 화정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춘화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유곽의 여인이라는 선입견도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 80%이상이 일반 여성입니다”고 했다. 이어 “자극적인 그림만 보지 말고 화면에 등장하는 은유적인 소재들인 촛대와 거울 그리고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대화들에 담긴 시대상을 함께 읽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상 밖으로 내놓길 꺼려 공개되지 못했던 춘화가 연구대상으로 탈바꿈되어, 음란한 춘화가 아닌 해학적이고 당대의 생활상이 그대로 드러난 ‘풍속화’인 춘화를 제대로 보고자 하는 배경이 담겼다. 춘화의 에로틱에는 시대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살며시 녹아 있다. 우리가 아는 야한 그림이 아니라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삶의 진솔함이 배어나는 독창적인 이야기로 중국 일본의 춘화 77점이 관객의 눈을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춘화를 모아놓은 공간에는 청대에 제작된 춘궁화첩을 중심으로 명대의 작품부터 중화민국시대의 활판 인쇄물 등 다양한 형식으로 그려진 작품이 선을 보인다. 중국의 춘화에선 대개 화폭 안에서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보통의 풍속화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들로 남녀가 벌거벗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에로틱한 표현은 현대의 그것 못지않게 다양하다. 남녀의 애정행각을 타인이 몰래 보는 그림, 여성 혼자 도구를 이용해 스스로 즐기는 모습과 여러 명이 뒤 섞인 장면이나 달리는 말 위에서 묘기하듯 사랑을 나누는 그림들이 보인다. 적나라하기 보다는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해학적 느낌이 먼저 든다.

일본 춘화로 눈길을 돌리면 얼굴이 민망할 정도의 장면이 가득하다. 풍경 속에 조용히 드러낸 한국이나 중국의 춘화와 다르게 남녀의 정사 장면이 화면 가득 확대되어있고 성기가 과장되게 표현되어 있다. 작가 미상도 많다. 일본 춘화는 에도시대에 우키요에 채색 판화가 유행하면서 춘화가 대중화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현대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색채에서 일본다운 성에 대학 미학을 볼 수가 있다. 시대의 숨겨진 이야기 살며시 녹아들어 이들 작품들은 정색하고 오래 보기 민망하다. 그러나 세세히 관찰해보면 시대를 볼 수 있는 해학이 담겨져 있다.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판화는 사랑을 나누다 잠이 든 남녀 앞에서 교미에 열중하고 있는 생쥐 한 쌍을 고양이가 방울 소리도 내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을 담고 있는 것이 그 하나이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에로틱 아트 중에서도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은밀하면서도 해학적으로 드러낸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제작 당시의 사회상과 더불어 다양한 사람과 만남, 교류, 유혹의 형태를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는 계기와 관련학계의 심도 깊은 접근을 위한 첫 번째 발판이 되는 전기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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