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도심 속 빌딩 숲 사이를 상어 8마리가 바다 속을 헤엄치듯 하늘에 매달린 모습이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상어들이 명동 한복판 하늘을 유영한 것은 조각가 김창환(45)이 롯데백화점 갤러리에 제안한 공공조형물 성격의 작품 '하늘을 나는 상어' 때문이다. 보기에는 가볍고 아름다운 형태를 보이지만 이를 공중에 매달기 위해 김 작가는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75m 고공 크레인에 몸을 맡기고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펼쳤다. 심야에 설치를 하고 있는 김 작가에게 굳이 도심 빌딩 하늘을 작품 설치의 장소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공간이 맘에 들어서 제가 먼저 제안을 하게 됐다. 러브릿지의 기존 공간을 이용해 다리 밑에 설치를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설치를 하다 보니 대형 크레인까지 동원할 만큼 일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러브릿지 아래의 공간은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에 다리가 놓였고, 건물 공간에 시각적 변화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상상의 시각을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김 작가가 도심 상공에 상어라는 포획자를 설치하게 된 이유는 문화 사회적 배경이 중첩된 결과다. 상어가 가진 내면의 인식을 권력자로 봤고,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사회 일원으로서의 모습들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절한 오브제라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자유, 꿈과 희망을 품고 하늘을 유유히 헤엄치는 상어들을 금속의 선으로 이루어져 위협적이라기보다 아름답다. 이 상어들은 작가가 직접 제작한 합성수지 상어 외형을 기반으로 5cm가 조금 넘는 스테인리스 스틸 철사를 하나하나 용접해 6개월의 시간과 정성이 들어있다. 상어를 도심 하늘에 풀어놓은 김창환 작가의 이력도 독특하다. 늦깎이 미술학도로 보일러수리, 철근가설 아르바이트, 웨이터, 이발사, 신문배달, 누수탐지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공간에 드로잉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건설현장에서 철근 가설 일을 하다가 크레인에 매달린 와이어 줄이 바람에 흔들리며 여러 가지 공간을 만드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했다.
기업 아트마케팅, 순수미술 알리는 계기 이번 설치 작업은 백화점이라는 대기업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최근 수년간 백화점들이 아트마케팅의 일환으로 화려하고 유명한 해외작가 위주의 작품을 선택했던 것과는 사뭇 신선함이 드러난다. 롯데백화점 본점 갤러리 성윤진 팀장은 "기획단계에서는 러브릿지 아래에 매다는 것으로 진행을 하려했다. 그런데 이왕 할 거면 하늘에 와이어를 가설하고 제대로 해보자는 회사 측의 반응에 상어 조형물 8점이 명동 한 복판을 날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가끔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일탈을 꿈꾼다. 바다 속 상어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대상이지만, 하늘로 올라가 자유롭게 유영하는 상어들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김창환 작가가 만든 '하늘을 나는 상어'는 바로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들을 상징한다. 현대인들이 매일매일 반복되는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미지의 그 무엇을 꿈꾸듯이, 작품으로 승화된 상어들도 가끔 하늘을 나는 꿈을 꿀 수 있다. 꿈꾸는 자유는 때로 날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상어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꿈이 되었을 때 더 이상 위협적이거나 경쟁적인 존재가 아니라 해방과 자유의 대상이 된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