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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미술 수집가 정형렬 “막힌 남북관계 문화예술로 터야”

전문가 못잖은 식견과 자료 소장 “북한그림 보면 한국역사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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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6호 김대희⁄ 2013.05.13 14:29:18

“현재 남북관계를 봤을 때 정치적이나 경제적으로 풀어나가기는 힘들어요. 오히려 북한과 문화예술 교류로 물고를 터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진으로 본 북한 화가들의 그림은 그동안 봐왔던 많은 그림들과 달랐다. 지난 역사 속 역경과 고난 그리고 힘과 에너지가 뒤섞여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서 만난 정형렬(고려대학교 학생지원부 근무)씨는 북한 그림을 수집·소장하고 있었으며 북한 그림에 대해서는 전문가 못지않을 만큼의 배경 지식과 자료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미술인도 그렇다고 전문적인 컬렉터도 아니었다. “호랑이가 트레이드마크인 만큼 (고려대)학교에 호랑이 그림이 많아요. 평소 잘 그렸다고 생각하면서 지내던 중 우연히 북한 화가가 그린 호랑이 그림을 보게 됐죠. 그림인데도 기백이 넘치면서 정말 멋있고 대단했어요.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고차원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때부터 북한 화가들의 그림을 찾아다니게 됐어요.” 북한 사실주의 화가들의 작품은 사실보다 더 생명력 있고 각자의 화풍에 맞게 표현 하나하나가 흉내 내기 힘든 열정과 독특한 화풍으로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다고 그는 얘기했다.

그의 북한 그림 수집은 호랑이 그림을 사면서부터다. 한두 점씩 소장하면서 작가들에 대해 알아가게 됐으며 1세대 작가들의 그림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북한 그림은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발품을 팔고 다니며 갖은 노력을 해온지 3년째다. 국내에서는 북한 그림에 대한 가치가 매우 낮은데 중국에서는 고가에 거래 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그가 북한 그림을 모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중에 하나가 바로 감정이다. 국내에는 북한 그림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감정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 감정협회에 그림에 대한 감정을 의뢰해도 비교대상만 찾을 뿐 제대로 된 감정도 안 될뿐더러 오히려 가치를 몰라주는 모습에 너무 아쉽고 답답한 마음만 쌓여갔다고 한다. 오히려 주변에서는 많은 소장품과 배경 지식을 갖춘 만큼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하라는 얘기까지 들었을 정도다. “원로 화가들은 작품의 진가를 알고 인정하더군요. 감정이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 제가 소장한 북한미술에 대한 퀼리티는 자부해요. 북한의 국보급 작가들의 작품인 만큼 제작연도와 호까지 적혀 있어 진품임을 자신해요.” 이당 김은호 화숙에서 김기창과 동문수학했던 황영준, 김승희 자화상(봉산탈춤과 통일의 노래 작가-2006년 북경 세계미술전람회 금상 수상작가), 북경 세계미술전람회 최고상을 휩쓴 최창호의 백두산 작품, 1949년 국전 1회 특선 작가 최창식의 소년 작품, 북한 최고미술평론가 홍의정이 인증한 북한 조선미술가동맹 종신위원장 정관철의 '유치원 소년'과 조선역대미술가 편람을 저술한 미술사가 리재현이 인증한 리쾌대의 ‘국화정물’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다. 또한 북한 조선화의 뿌리이자 최고의 대가로 추앙받는 이석호와 정종여를 비롯해 리률선과 현명, 길진섭, 김용준 작가 등의 많은 작품과 고구려 초기수도 길림성 집안시 미공개 고분벽화까지 다양한 북한미술품을 수집해왔다.

북한 미술은 역사적 사건이나 기록들을 담은 그림이 많다. 역사가 그대로 숨 쉬는 작품들로 이런 그림들이 역사적 증거나 자료가 아닌가 그는 설명한다. 최근 그동안 모은 그림을 일반인에 선보이면서 알리고자 하는 전시를 열고자 추진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화가 동생에 영향, 미공개 작품 200여점 소유 “우리에겐 같은 사건을 겪었음에도 이런 그림들이 없죠. 한번 전시를 열면 관심은 높아질 것이라 생각해요. 함께 전시를 열수 있는 후원자가 필요한 셈이죠. 제 소장품을 전부 꺼내 보여주고 싶은데 그 제반 비용이 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에요.” 현재까지 3년째 북한 그림을 수집해온 그는 미공개 벽화 및 작품 등 2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사실 그가 이렇게 북한 미술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수집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림을 그리는 동생 정형관 씨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동생이 그림을 그리다보니 많은 조언으로 힘이 되기도 했어요. 앞으로 그림은 더 모으기는 힘들 것 같아요. 소장한 작품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알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 전시를 열고 싶어요. 북한 미술에 대한 가치와 그리고 우리 역사의 소중함을 그림을 통해 알아주길 바랍니다.” 그동안 많은 고생과 노력으로 모아온 작품들. 그는 골동품처럼 작품을 갖고만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순회전시를 열고자 한다. 또한 작품이 흩어지지 않고 한꺼번에 소장될 수 있도록 전부 기증을 할지 고민이며 지금이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남다른 열정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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