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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_ 英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기후변화로 식량위기 직면, 지구촌 살리는 과학 존중을

“유기농이 GMO보다 위험, GMO반대는 인생 최대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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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0-331호 최정숙⁄ 2013.06.17 11:51:29

최근 미국 오리건주에서 미승인 GM밀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것이 어느 나라에서도 아직 승인되지 않은 품종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미국 농무부(USDA)는 이번에 발견된 GM밀이 인체에 해가 없고 상업적으로 유통된 증거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유럽연합(EU)는 GMO작물에 관용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며 강경하게 주장했다. 논란이 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리건주에서 밀과 밀가루를 수입하는 9개 국내업체의 샘플을 수거해 분석했고, 그 결과 승인되지 않은 GMO 품종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모든 식품에 GMO를 표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GMO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란 유전자변형농산물 또는 유전자재조합농산물을 말한다. 어떤 생물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만을 선별, 다른 생물체에 삽입해 새로운 품종을 탄생시킨 것이다. GMO가 상업적 목적으로 판매가 허용된 것은 1994년 미국 칼젠사(社)가 개발한 토마토다. 토마토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물러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전자 하나를 변형, 상당 기간 단단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GMO가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생명공학기업인 미국 몬산토사가 개발한 대두와 스위스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옥수수가 시판되면서부터다. 해당 대두와 옥수수는 유전자를 변형해 병충해에 강하게 만들어졌다. 사실 GMO에 대한 유해성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변형했다는 점에서 유해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GMO를 반대하다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꾼 인사가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영국의 환경운동가인 마크 라이너스(Mark Lynas)다. 마크 라이너스는 유럽에서 GMO 작물에 반대한 초기 환경 운동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현장에서 GMO 작물을 수없이 망가뜨렸다. 그러면서 새로운 품종의 작물들을 유해하고 위협적이라며 유럽을 중심으로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앞장섰다. 그랬던 그가 바뀌었다. GMO는 유기농농산물보다 안전하며, “GMO반대운동을 한 것은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인식을 바꾸게 된 계기는 기후변화에 대한 운동을 하면서 과학을 공부했기 때문이다. GMO 반대가 과학을 무시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였다. 2008년은 우리나라에서 광우병 사태가 벌어진 해이기도 하다. 마크 라이너스는 6월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사장 이철호) 주최 ‘GMO의 과학적 진실과 이용’ 식량안보세미나에 참석해 “향후 수십 년간 수백만 명의 목숨을 살리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할 기술에 대해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두려움을 품도록 만드는 상황에 일조했다”며 과거 GMO 반대운동을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현실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돌아섰지만 그가 몸담았던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GMO를 반대하고 있다. 마크 라이너스는 어떤 근거로 GMO를 찬성하는 걸까. - GMO를 반대하다 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계기가 있다면. 대학에서 정치역사학을 전공했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GMO 반대운동을 했다. 그러다 기후변화에 대한 운동을 하면서 과학을 공부하게 됐다. 과학을 공부하면서 GMO 반대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했다. 명백한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현실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1년에 ‘The God Species’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GMO 반대가 잘못됐다는 것을 얘기했다. 또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핵발전소를 늘릴 것과 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구공학을 활용하고, 기후변화에 의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GMO를 받아들일 것을 제안했다. 이후 2013년 옥스퍼드 농민대회에서 GMO 반대운동을 한 것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 GMO는 정치가 아닌 과학으로 풀어야 한다는 소리로 들린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초기 때 광우병 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불거지는 GMO논란이 자칫 박근혜 정부에서 제2의 광우병 사태로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GMO, 정말 안전하다고 할 수 있나. 많은 사람들이 GMO 작물은 뭔가 우리 건강과 환경에 위험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아마도 현대과학 역사상 가장 심각한 의사소통 실수일 거다. 전 세계 명망 있는 과학 기관이 GMO 작물의 안전성을 밝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GMO 작물섭취를 거부하고 있다. 또 전문적인 NGO 활동가들은 GMO 작물은 영원히 금지돼야 하고 관련 과학도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에도 GMO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했던 GMO 반대 캠페인이 하나의 실수이고 거기에는 아무런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점점 더 많은 환경운동가들이 현실을 깨닫고 있다.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고 환경운동도 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 GMO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피해를 입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GMO 성분이 함유된 식사를 2조(兆)번 혹은 3조(兆)번이나 했지만 피해 사례는 전무하다. - 몇 십 년이 지난 다음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거야말로 과학과 반대되는 생각이다. 당장 해가 없는데 앞으로 50년, 100년 뒤에 해를 입을까봐 연구를 멈춘다면 과학적으로 아무것도 못한다. 있을 수 없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1996년 이후 계속 먹고 있는데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가 없다. - 얼마 전 오리건주에서 미승인 GM밀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에 오리건주에서 발견된 것은 몬산토가 2004년에 개발해서 안전성 실험을 끝낸 거다. 테스트 하는 과정에서 유출되면서 소비자단체 등의 반발이 너무 커서 시장에 내놓는 것을 포기한 거다. 그래서 정부 승인을 안 받은 거다. 하지만 안전성 실험을 끝낸 거라 인체에 유해성은 없다.

- 미국 의회가 GMO 식품의 표기를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그게 거꾸로다. 이미 미국 상원에서 GMO 표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며칠 전에 상원에서 주정부에 GMO표시제 실시 권한을 주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표기에 반대하는 의원이 찬성하는 의원의 두 배가 넘었다. 미국의 정책은 확실하다.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어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면 의무표시제를 한다. 미국과학진흥협회의 과학자들은 피해에 대한 어떤 증거도 없는 경우 ‘의무표시제와 같은 법제화는 소비자에게 오해와 거짓 경고를 야기할 뿐’이라고 결론 내기도 했다. - 우리나라 국회도 최근 GMO 의무표시제 등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현재 논쟁은 기름이나 설탕처럼 원래의 DNA를 추적할 수 없는 식품류의 의무표시제와 관련된 거다. 이는 비(非)GMO 원료에서 유래한 식품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 소비자의 알 권리라는 생각은 강력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주장이다. 문제는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거다. 물병 두 개의 화학 성분이 동일한 것처럼. 두 종류의 식품이 화학적으로 동일하다면 대체 무엇을 표시하겠다는 말인가. 전자현미경을 갖춘 실험실에서 이 식품들을 검사한다고 해도 두 식품을 구별할 방법은 없다. 식품들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의무표시제를 법제화한 경우에도 이것의 시행을 가능하게 할 방법이 없다. 또 GMO에서 유래한 식품을 별도 표시하는 것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겁을 먹게 한다. 그래서 운동가들이 의무표시제를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의견을 뒷받침할 과학의 실제적 증거를 전혀 찾지 못한 그들에게 공포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겁먹기를 원하는 거다. 운동가들은 의무표시제가 완전한 금지라는 최종 목표를 향한 단계에 불과하다고 밝힌다. 그들은 실질적인 소비자의 선택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이 승인하지 않은 음식을 금지시킴으로써 소비자가 선택할 권리는 부정하는 거다. - GMO를 둘러싼 음모론을 주장했는데. 지금의 GMO 반대 운동은 아주 위험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인터넷 상에는 많은 음모론이 떠돈다. 몬산토가 어떻게 사람들을 중독 시키고 세계의 식량 공급을 접수하려는지에 대한 음모론이 그 예다. 하지만 음모론은 사실이 아니다. 인도에서 농민들이 GMO 종자를 구입한 후 자살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진실은 농민들이 GMO로 인해 혜택을 입었고, 반대로 자살률이 떨어졌다는 거다. 2002년 GMO 작물에 독성이 있다는 소문을 믿은 잠비아 정부는 GMO 옥수수 원조를 거부했다. 그 결과 수 천 명의 잠비아 국민들은 아사했다. GMO 작물은 대기업에게만 유용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전 세계의 공공부분 학술 기관들이 실제 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들이 개발하는 작물의 대부분은 정작 필요로 하는 농민들의 손에 닿지 못한다. 유럽의 경우처럼 규제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졌거나 규제 당국의 요구대로 수천 장의 서류를 모두 준비하려면 수천만 달러의 비용의 소요되기 때문이다. GMO 작물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대기업들만 생명공학 작물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몬산토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몬산토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지위에 도전할 수 없게끔 만드는 장본인인 셈이다. - GMO보다 유기농 식품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GMO식품을 먹고 해를 입었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유기농 식품을 먹고 해를 입은 경우는 있다. 그 예가 2011년 독일에서 발생한 유기농 콩나물의 병원성 대장균(E-coli) 오염이다. 이 대장균으로 50명이 사망했고, 3000명 이상이 심각한 증상을 겪었다. 이는 유기농 콩 재배시 사용한 거름인 박테리아 잔류물 때문으로 추정된다. 얼마 전 러시아에서 소행성 충돌 사건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GMO 식품을 먹고 해를 먹을 확률은 소행성에 치어 사고가 날 확률보다 훨씬 적다. -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데 GMO가 왜 필요한가.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세계의 어느 곳도 지구온난화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특히 미국에서 수입한 주곡작물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구온난화 등과 관련한 사건들로 인해 전 세계의 작물 공급이 경색될 경우 한국인은 급속한 식품 가격 상승에 직면하게 될 거다. 식품 안보는 물론 국가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의 옥수수 재배지대에서 가뭄이 발생한다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다. 인구증가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90억 명 혹은 그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인구 증가의 대부분은 유아사망률 감소와 평균수명 증가 때문이다. 출생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현재 세계의 평균 출생률은 여성 한 명 단 2.4명 정도고 인구대체율은 대략 2.1명이다. 이는 향후 35년 내에 적어도 20억 명을 추가로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세계 식품 시장은 한계에 다다를 거다. 또 다른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농민들이 많은 양의 질수를 사용하면서 담수 생태계를 파괴하는 거다. 여러 원인으로 인해 우리는 세계의 식량 생산을 두 배로 늘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 생명공학은 농작물에 살포할 필요 없이 특정한 해충에 내성이 강한 농작물을 개발해 왔다. 질소대사가 한층 효율적인 농작물을 개발해 비료 사용을 줄임으로써 환경오염 및 온실가스 방출을 감소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은 DNA 재조합 기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 세계 과학자(생명공학자)들은 현재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신규 작물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바이러스 내병성 고추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또 어린 아이들의 비타민 A 결핍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황금 쌀’처럼 영양적으로 강화된 농작물도 있다. 필리핀에서 시험 재배되고 있는 황금 쌀은 비타민 A 결핍으로 시력과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생명을 구했다. 생명공학에는 이렇듯 많은 잠재력이 있다. 물론 GMO 작물이 묘책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처럼 발전된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환경파괴 없이 지속적으로 전 세계에 식량을 공급하는 일은 더욱 어려울 거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은. 합리적인 판단을 했으면 한다. 시민단체에서 하는 억지주장이 아니다. 특정 회사에 속하지 않고 GMO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객관적인 얘기를 들어 달라. GMO는 공공의 이익, 특히 식량이 부족한 개발도상국 국민들을 위해 연구되고 있다. 빌 게이츠 재단이 아프리카의 척박한 토양에 적합하도록 개량된 옥수수와 같이 새로운 곡물을 개발하는데 수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또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GMO에 대해 사람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기 때문에 안전성 실험을 굉장히 많이 한다. 종자 하나 개발하려면 4~5년씩 연구한다. 이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다. 필요 이상의 안전성 실험을 하지 않으면 많은 과학자들이 더 좋은 종자를 개발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오늘날 우리는 산업화된 농업의 기술적 발전 체계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다. 많은 운동가들이 과거로 돌아가 손으로 농사짓던 그 시절로 돌아가자고 한다. 하지만 과거의 시스템으로는 지구 전체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없다. 과거에 대한 낭만적 환상이 우리의 눈을 가려서는 안 된다. 정책입안자나 정부의 과제는 과학적 진보와 혁신을 장려하고 증진하는 거다. 한국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생명과학의 주요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고 농업은 물론 기타 분야에서도 혁신과 기술적 우수성을 계속 장려하길 바란다. 마크 라이너스 프로필 1973년 피지(Fiji) 출생, 페루와 영국에서 성장 영국 에딘버러(Edinburgh) 대학 정치역사학과 졸업 영국 옥스퍼드 거주 The Guardian, The Observer 신문기자 The Age of Stupid 영화제작 GMO 반대운동가, 환경운동활동가 - 최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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