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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전, ‘초평면’의 수퍼플랫 최초 제시

열도 트라우마를 초평면으로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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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4호 왕진오⁄ 2013.07.08 13:52:51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잘록한 허리, 볼륨감이 강조된 가슴, 전시장 입구에 서있는 ‘미스 코코’가 관람객의 시선 처리를 어렵게 만든다. 오타쿠 문화의 전형적인 산물이지만 그들의 반대에 직면했던 무라카미 다카시의 이 작품은 여성 인체조각과 포르노 산업 사이에서 애매한 자리를 차지한다. 작가는 그 이유에 대해 “비평에 대해 개의치 않고 미션을 생각한다. 인간 사회에서 종교와 예술이 가까워지고 사람의 마음을 지배한다. 작가로서 일본에서 그다지 호평을 받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무라카미 다카시(51)가 아시아 첫 회고 개인전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전을 7월 4일부터 12월 8일까지 삼성미술관 플라토에 선보인다. 작품과 작가의 감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도쿄예술대학에서 전통 일본화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의 전통미술과 대중문화를 바탕으로 ‘초평면(Superflat)-모든 것을 평편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뜻’을 의미하는 ‘수퍼플랫’ 개념을 새롭게 제안했다. 서구 중심의 현대미술을 아시아적 감성으로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서구 아방가르드 미술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가장 일본다운 특성을 ‘오타쿠’적 하위문화가 이루어 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찾았다. 작가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평면성과 양식성이 17∼18세기 매너리즘 경향의 회화와 우키요에(浮世繪) 전통에 근거함을 주장하고, 전통문화와 하위문화의 과감한 접목을 시도했다.

또 2000년 ‘수퍼플랫’, 2002년 ‘컬러리아주’, 2005년 ‘리틀보이’ 등 ‘수퍼플랫 3부작’ 전시를 통해 ‘수퍼플랫’을 양식의 개념에서 사회문화를 아우르는 시대정신으로 확장을 시도해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다카시는 이를 통해 패전의 트라우마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하나의 ‘평면’으로 해체된 전후(戰後) 일본사회를 비평했다. 데이터베이스화한 정보들을 탈맥락적으로 소비하는 현대의 인터넷 문화를 정의하고, 쾌락과 부패가 공존하는 현대 소비사회를 드러냈다. 아시아 팝아트의 신모델 한 자리에 이밖에 엘리트 문화와 하위문화, 예술과 상품의 위계가 평면화 된 현대의 자본주의 문화에 주목해 2001년 도쿄와 뉴욕에 ‘카이카이 키키’를 설립했다. 각종 아트상품의 생산과 판매, 영화제작과 신진작가 프로모션 등 전방위적인 수익추구형의 문화사업을 예술작업 일환으로 전개했다.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2002년 루이 뷔통을 비롯해 2007년 카니예 웨스트, 2008∼2009년 퍼렐 윌리엄스 등 대중가수와도 흥미로운 협업 작업을 펼치고 있다. 전시에는 미키 마우스, 도라에몽 등 유명캐릭터들을 연상시키는 Mr. DOB, 오타쿠 하위문화의 상징인 미니어처 피규어를 등신대로 재현한 Miss Ko², 일본 전통 신화와 관련된 판타지적 캐릭터 Kaikai & Kiki, Mr. DOB의 돌연변이 Tan Tan Bo 등 작가의 대표적인 캐릭터들이 함께 한다.

또한 전통적인 미의 상징으로서의 꽃, 시선과 존재의 문제를 제기하는 눈, 자화상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이루어 낸 예술적 성취를 보여 줄 총 39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미국의 팝아트에 익숙했던 한국 관람객에게 아시아 작가로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성공적인 생존전략의 사례를 보여준다. 아시아 팝아트의 모델을 제시함과 동시에 동시대의 역사와 사회, 문화를 반영하는 팝아트의 비평적 역할을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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