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학은 영어로 ‘Rehabilitation Medicine’이라고 하며, 그 어원은 라틴어 ‘habilitate’(적합하게 하다=fit)에 ‘re’(다시) 의 접두어가 붙어서 생겨난 말입니다. 결국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을 다시 사회에 적합하게 하는 의학이란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풀어서 얘기하자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주어진 조건하에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능력뿐 아니라 취미, 직업, 교육 등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발달시켜줌으로써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의학의 한 분야입니다. 따라서 환자의 포괄적인 기능 회복이 치료 목표가 되므로 재활의학과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뿐만 아니라 언어치료사, 심리치료사, 사회사업가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같이 협력하며 환자들을 돕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재활의학의 아버지이자 개척자라 불리는 하워드 러스크(Howard A. Rusk, 1901~1989) 박사는 재활의학을 치료의학, 예방의학에 이은 ‘제3의 의학’(The third phase of Medicine)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재활의학과를 간혹 이름이 유사해 재활용과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비슷한 뜻 같지만 재활용은 ‘recy cling’이란 영어 단어를 쓰며, 음료수 캔에서 볼 수 있듯이 주로 병 또는 캔 같이 물체를 다시 같은 형태로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란 뜻입니다. 결국 대상 자체가 인간이 아니라 물체란 점에서 재활의학에 담겨있는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의미는 담겨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재활의학은 어떻게 생겨나게 됐을까요? 때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전쟁에 미국이 참전하게 됐을 때 앞에서 언급한 러스크 박사는 공군 군의관으로 자원입대 했습니다. 그는 전쟁 중 부상으로 장애를 갖게 된 수많은 군인들을 치료하게 되면서 이들이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장애가 더 악화되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러스크 박사는 결국 이들의 기능 향상 및 사회적 복귀에 큰 관심을 갖게 됐고, 이들을 위한 다방면의 치료를 위해 회복기 병원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이곳의 경험을 바탕으로 1950년 본인이 재직하던 뉴욕대학교병원에 물리 및 재활의학 연구소(Institute of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를 처음으로 설립해 이것이 현대 재활의학의 시작이 됐습니다. 현재 뉴욕대병원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곳의 이름을 ‘Rusk Institute of Rehabilitation Medicine’이라고 명칭을 변경했고, 지금도 재활의학의 선도적 역할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8년부터 의과대학에서 재활의학 강의가 시작됐고, 미국에서 재활의학과 수련을 마치고 돌아온 의사들을 중심으로 1972년 대한재활의학회가 설립됐습니다. 이후 1983년부터 재활의학 전문의를 배출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재활의학은 이렇게 환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돕기 위한 한 사람의 헌신적인 노력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시작됐습니다. - 이한별 안산산재병원 재활의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