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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큐레이터 다이어리]글로벌 성공시대가 주목한 한국인 조각가 박은선의 삶

이태리 카라라 석산 대리석에서 영감, 대지의 생명력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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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5호 박현준⁄ 2013.07.15 11:29:59

2009년 11월 9일 새벽 4시, 거대한 10톤 트럭 두 대가 가을의 싸늘한 공기를 가르며 화랑 앞에 도착했다. 어둡고 조용한 새벽 두 대형트럭에 나누어 실린 육중한 무게의 돌조각들을 옮기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트럭 불빛에 의지한 채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작가의 진두지휘에 맞춰 움직였고, 약 6시간의 작업 끝에 작품은 전시장 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약간의 충격에도 깨지는 돌조각을 운반하는 사람들은 작업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필자는 조각들이 제 위치에 자리 잡고 나서야 안도감이 들었다. 이 조각들은 제21회 선미술상 수상자 박은선 작가의 작품으로 당시의 수상기념 전시에 출품하기 위해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Pietrasanta)에서 먼 거리를 돌아 서울에 왔다. 박은선 작가는 이탈리아 북서부 토스카나 주(州) 포르테 데이 마르미 시(市)와 마리노마리니 미술관 등 유럽 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재이(在伊) 조각가다. 얼마 전, 조각가 박은선 씨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내용은 KBS방송국 ‘글로벌 성공시대’에 이태리 조각가 박은선 편이 방송된다는 반가운 알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룩셈부르크 시의 초대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전시를 개최한다는 자랑스러운 소식이었다. 이 전시는 룩셈부르크 국영방송에서도 크게 보도가 되었고,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TV인터뷰에 임하고 있었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거주하며, 작업했던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는 세계적인 거장들(살바도르 달리, 마리노마리니, 아르망, 후안 미로, 헨리 무어 등)이 활동했던 무대로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조각가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박은선 작가 또한 이곳에서 세계적인 조각가로의 도전을 멈추지 않고 20여 년 동안 작업하고 있다. 최고의 대리석 생산지 이태리 카라라의 석산은 박은선 작가가 영감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그는 거대한 석산에서 떨어져 나가는 대리석들을 보며 강인한 대지의 생명력을 느꼈다고 한다. 이에 작가는 16년 전부터 조각에 대지의 숨결을 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돈이 떨어지면 돌이라도 씹으며 작업한다 이와 같은 작업을 위해 잘 손질된 두 종류의 대리석 판을 반으로 쪼개 틈을 내어 번갈아 쌓아 올리고, 구상하는 형태를 만들 수 있는 덩어리와 높이가 되면 비로써 조각을 시작하는 과정을 거친다. 완성된 조각은 정교하고 균형 잡힌 기하학적인 형태로 서로 다른 색과 질감을 가진 대리석 때문에 시각적인 효과가 두드러진다. 또한 “열린 틈으로 돌에 숨통을 내는 것”이라고 작가가 말하듯이 처음 쪼개져 들어간 부분들이 위아래로 이어져 그의 조각은 숨을 쉬게 된다. 박은선 작가는 경희대 미술교육과 조소를 전공한 후 1993년에 이태리로 건너가 까라라 국립 아카데미 조소과를 졸업했다. 이후 귀국했지만, 1년간의 한국생활을 접고 큰 꿈을 위해 적은 돈을 들고 이태리로 돌아갔다고 한다. ‘돈이 떨어지면 돌이라도 씹으며, 작업 한다’는 열정과 각오로 작업에 임했다고 방송 인터뷰에서 말한 그는 현재 이전까지 없던 독특한 작업으로 유럽을 놀라게 한 조각가이다. 당시 먼 타지에서의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극복하고 꿈을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이태리는 물론 유럽 각 나라의 미술애호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이미 박은선 작가의 작업 스케일을 유럽에서 주목했고, 러브콜을 받고 있다. 요즈음 외국유명작가들의 조각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 조차도 제대로 구성된 한국 작가의 조각전시를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드는 시기이다. 그래서 박은선 조각가의 소식은 필자에게 큰 기쁨과 격려였다. 그는 유럽에서 당당히 세계무대에 향해 발돋움하고 있으며, 한국조각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주역이다. 앞으로 2년 동안의 초대 일정을 소화해 내기위해 하루하루 부지런히 작업 중에 있으며, 2~3년 뒤엔 한국에서의 대규모의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더 큰 기대가 모아진다. -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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