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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아라리오 회장, 세계 200대 미술품 컬렉터…화가 씨킴으로 7번째 개인전

“현대미술이 무엇인지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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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6호 왕진오⁄ 2013.07.22 13:50:17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여섯 번씩이나 200대 컬렉터에 오른 김창일(62) 아라리오산업 회장. 미술에 대한 사랑으로 직접 붓을 잡은 그가 벌써 일곱 번째 개인전을 연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대형 화랑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주변의 시샘을 받고 있지만 어엿한 씨킴이란 이름의 작가다. 그가 제주도와 작업실에서 펼친 자신만의 작품을 ‘십 년의 항해’라는 타이틀로 7월 18일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에 걸었다. “예술은 샐러드와 같습니다. 맛있는 소스가 없다면 그냥 야채 맛이죠. 새로운 차원을 제공하는 소스가 바로 돈이라고 봅니다. 특별한 것을 하고 싶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이죠.” 컬렉터로, 아라리오산업의 대표로 자신이 가진 미술사랑에 대한 밝힌 견해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아티스트로서의 감성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펼쳐냈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제주도는 철새가 겨울을 나는 안식처이자 씨킴이 일 년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곳이다. 그는 제주도 성산 일출봉에서 하도리 작업실까지 두 시간이 넘는 길을 걸어 다닌다. 아침과 점심, 저녁 작업을 시계 태업처럼 반복하면서 준비한 페인팅, 조각과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쓸모가 다해 버려진 녹슨 냉장고나 짠 냄새를 풍기는 낡은 스티로폼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장화를 신거나 안경을 쓰면서 변한다. 그의 자화상으로 변화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이루어 독특한 설치작품으로 변화한다.

씨킴은 시간이 지나 일상의 쓰임이 사라지고 난 폐품들에서 지속된 시간의 자취를 발견했고, 자연스러운 흔적이 남은 이 재료들을 모아 새로운 아트 오브제로 전환해왔다. 어쩌면 컬렉터와 사업가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전 세계를 다니며 30년 가까이 예술 작품을 수집하는 일이나 자연에 흩어져있는 오브제들을 모으는 일이나 그에게는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일 것이다. 죽음과 재난 그리고 삶의 열망 자연에서 찾아낸 오브제들이 갖는 시간의 오랜 흔적들은 생명을 다한 죽음의 표식이기도 하지만 꺾이지 않는 삶의 열망이기도 하다. 작가는 끊임없이 죽음과 재난을 의식한다. 부장품으로 사용한 기마상을 확대하거나 연속된 텔레비전의 화면을 캡처하여 연속된 시간을 분절한다. 토마토를 문지른 캔버스는 곰팡이로 뒤덮여 화려한 색과 선이 뭉게지고, 밝은 색으로 매끈하게 칠해진 색면을 뜯어내 내부의 거친 면을 드러낸다. 이들은 죽음을 암시함과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표현한다. 직접적으로 타임지에 게재된 병에 걸린 소년과 입양된 소녀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 비극을 확대하지만 동시에 “AIDS is going to lose” (에이즈는 지게 될 것이다)라는 문구를 통해 재난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되새긴다. 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에게 세찬 파도와 그 이후의 고요함은 언제 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죽음과 재난은 그 자체로 공포이자 고통이지만 반대로 이를 맞서는 이들의 의지와 끈기를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는 제주도 작업들과 함께 십여 년이 넘는 작품 활동에서 주요 키워드가 되는 이전 작품들을 함께 선보인다.

작품 활동을 처음 시작하던 때, 사업가로 살아가던 그의 인생에 갑자기 등장한 ‘미술’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면서 스스로 미술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소화할지 골몰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사진 작업과 함께 캔버스에 뜯기, 붙이기, 찌르기, 물감 붓기, 균형잡기 등 단순하고 소박한 행위를 통해 표현의 방법을 실험했다. 2000년대 초반의 레인보우 시리즈와 콜라주 시리즈가 이 시기의 작품들이다. 이후 작가는 토마토, 철가루 등의 새로운 소재를 실험하거나 일상적인 오브제를 변용하고 대중매체에서 사용된 이미지를 차용했다. 그가 일상에서 주은 오브제들은 작가 자신을 비롯한 누군가의 초상이 되거나, 메시지가 담긴 패널 혹은 엉뚱해 보이는 조합으로 독특한 설치를 이루었다. 씨킴이 최근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은 삼각형 형태의 골판지로 제작한 단색 회화로 공간의 질서와 힘의 집중, 그리고 긴장을 표현한다. 요컨대 작가의 인생에 있어 작품 활동은 미술이라는 바다를 건너는 ‘역동적인’ 항해(Sailing)이다. ‘항해’라는 단어가 가지는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이 역설적으로 들리는 것은 이유가 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에 대해 스스로가 봉착한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세간의 눈길에 대한 의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 전시는 많은 작품들과 다양한 시리즈 중에서 그간의 작품 경향과 이들 작품 과정에서 돌출된 여러 지점들을 들추어 작가의 과거와 현재가 어떤 식으로 일관되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린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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