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9호 심원섭⁄ 2013.08.13 23:59:38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 6월17일 공식 출범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위원장을 맡았다. 소설가 김주영, 영화감독 배창호, 생물학자 최재천 등 위원 18명도 임명장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공약인 국민통합을 이행하기 위한 대통합위원회는 인사파문과 북핵위기 등으로 출범을 미뤄오다 새 정부 출범 113일만에야 비로소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제11, 13, 14,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한 위원장은 민주화운동과 정치활동을 하면서 세번이나 투옥경험이 있다. 국회노동위원장, 범야권 대통령후보 단일화(DJP)추진위원장, 제1기 노사정위원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초대 상임의장, 대통령 비서실장, 새천년민주당 대표 최고위원을 지냈다.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입당해 대선기구인 100% 대한민국 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제18대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지냈다. 한 위원장은 CNB저널과 인터뷰에서 “나보다는 당, 당보다는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를 어려운 시기에 원만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후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7월, 한 위원장은 아내가 서울대병원에서 폐암 3기∼말기의 청천벽력 진단을 받자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병 수발에 나선 바 있다. 현재는 거의 완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성격에 ‘생불(生佛)’과 입이 무겁다는 뜻에서 ‘자크(Jipper)’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다음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출범한지 두 달여 돼 가는데 위원장직을 맡으신 소감을 말해 달라. “정치를 계속해오면서 통합문제나 이런 것들은 계속 해왔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내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가장 강조한 국정과제 중 하나인 국민통합 문제를 내가 맡았다는 것에 상당한 사명감과 더불어 나름대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 현 시점에서는 과거에 했던 통합움직임이나 운동보다는 강도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국민대통합위의 존재가치나 이러저러한 일들을 해서 나라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는데 골몰하겠다.” -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국민대통합위원회가 하는 일은 각 기관에서 할 수 없는 일을 찾아서 하려다 보니 실행 단계에서 고민이 많다.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 통합과 화합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 같다(웃음). 정치를 하면서 암울했던 시기에 민주화추진협의회를 비롯한 IMF 시기의 노사정 1기위원장을 지낸 것을 가장 큰 업적으로 생각한다. 특히 노사정 위원회는 국가가 부도 위기상황에서 노사 대타협이 안 되면 IMF에서 돈을 안 꿔주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 만들어서 성공 시켜 IMF위기를 넘겼다는 점에서 국가에 큰 공헌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 현재의 국민대통합위원회 출범과 당시 노사정위원회 출범 때와는 상황이 어떤가. “1997년 노사정위를 만들 당시보다는 지금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노사정위원회 만들 당시에는 국가부도 사태가 직면해 있는 위기상황으로 봐야했지만 지금은 경제적으로 위기상황 아니지 않은가. 즉 우리가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서 3만불 시대로 향상시켜 선진 강국으로 갈 수 있는 상황에서 국민대통합을 기반으로 좀 더 나은 한국건설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때와 상황 다르다고 본다.” -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슬로건이 ‘함께하자! 대한민국’으로 확정됐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가 슬로건을 공모해 730건 심사했는데 ‘함께하자 대한민국’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해서 뽑았다. '함께 하자'는 것은 ‘같이 하자’는 건데 각자의 지향성을 존중해 가면서, 또 그 사람 의견을 충분히 융합하는 용광로에 넣어서, 그렇다고 강압적이지 않고 자발적인 권유로 모든 사람이 함께 같이 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잘 사는 나라는 만들자는 의미 있다. 그 밑바탕에는 국민통합, 즉 '한 사람이 백보 가는 것 보다 열사람이 백보가자'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 위원장으로서 어떤 일을 가장 먼저 하고 싶은가. “세 가지 방향 있다. 첫 째는 사회적으로 볼 때 지역, 계층, 이념, 세대 등 갈등이 있다. 물론 이것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이를 극복하고 과거 불우했던 역사와의 화해가 돼야한다고 본다. 그리고 두 번째는 국민대통합으로서 이에 대한 가치창출과 통합할 경우 국가적 이익이 있고 국민에게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 지를 파악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우리’라는 카테고리, 즉 공동체 의식을 강화시켜야 한다. 물론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핵가족 문제나 개인주의 이런 시스템 등으로 인해 ‘우리’라는 공동체가 약화 돼 있다. 따라서 ‘우리’라는 공동체의식 속에서 공존하며 서로 협력하고 또한 협력하기 위해 서로 소통해야 한다는 우리의 고유 전통 문화를 실천해나가는 통합문화 정착 등 이 세 가지가 우리가 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어떤 일부터 시작할지는 가능한 효율적이고 급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각종 회의를 통해 선택해 나갈 예정이다.” - 국민대통합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라고 얘기 한바 있다. 최근 NLL 논란으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어떻게 결론이 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NLL 논란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거론됐다는 자체가 상당히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NLL은 우리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1953년 휴전 이후 쭉 내려온 것을 왜 우리 영토니 아니니 논란거리 돼야 하는가. 하지만 일단 그 문제가 드러난 이상 국민 궁금증 풀어줘야 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검찰 수사에 맡기고 정치권에서는 NLL이 분명한 우리 영토이자 생명선이라는 합의를 하고 더 이상 정쟁하지말고 민생에 전념해야 한다."
- 위원장께서 취임 후 첫 공식행보로 MBC·YTN 해직언론인들과의 면담인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조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나는 언론에 대해 기본적으로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암울했던 지난 시기에 언론은 민주주의를 위한 하나의 기구이자 분야였다. 그러므로 언론을 입법 사법 행정과 함께 4부라고 칭하고 있다. 그런 언론들의 활동에 지장 초래해서는 안된다. 언론 운영 주체와 언론인 관계는 동전 앞뒷면이다. 경영층과 기자들의 대화 속에서 얼마든지 풀 수 있는데 왜 이럴까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언론의 사회적인 역할도 중요하지만 언론인의 역할도 필요하다. 따라서 상호 보완해 언론인으로서의 활동 보장, 언론기관으로서의 육성방안 등 상호 보완하는 방향으로 대화해야 한다. 대화는 진정성 없으면 하나의 허구다. 진정성 없는 대화는 시간 낭비다. 머리 맞대고 경영층과 해직기자와 격의없는 토론의장에서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 갖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내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적극 노력해서 갈등을 풀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 노사정위원회 초대 상임위원장을 지내 노동문제에도 남다른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안인 쌍용자동차·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문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 등이 산재해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고 보는가. “노사정위원장 할 때도 그랬지만 과거와 달리 기업운영 하는 사람들이 노동 근로자들에게 대해 인식이 다르다. 과거 1세대들이 운영했던 압축성장 시대는 근로자들에 대해 임금 문제 등 소홀할 수도 있었겠지만, 2세대 3세대는 나름 교육도 받고 근로자들에 대해 많은 이해 갖고 있는 경영자들이 많다. 진전된 경영자들의 노동자관과 노동자들도 기업이 잘돼야 노동자들이 잘 된다는 의식 가져야 한다. 일방 주장만 하는 극과 극의 대결 아니라 서로 화합하는 차원에서 대화해야 한다. 국가가 잘돼야 기업이 잘 되고, 노동자 권익 보장된다. 3자가 다 잘 안되면 근로자 권익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도 근로자 없는 기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기업도 역시 노동자 입장에서 같은 동업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경영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면적인 입장에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 국민대통합의 걸림돌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적인 갈등 아닌가. 지역적인 동서간의 갈등, 즉 영호남 갈등 그리고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들의 계층간 갈등, 또한 노인들하고 젊은 사람들의 세대간 갈등, 진보와 보수로 대변되는 이념 갈등 등이 있는데 그것을 그대로 두면 분열 되고 만다. 사회가 분열될 경우 땅이 갈라진 상태에서 어떻게 집을 짓겠는가. 국민갈등 속에서는 발전이 없다. 빨리 지반을 갈등을 최소화 시키고 극복해야 한다. 통합이라고 두 사람이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지휘할 때 트럼펫 잘 부는 사람, 피아노 잘 치는 사람 등을 합치라고 하지만 그것은 각자의 노력을 통해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내자는 의미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대통합하면 된다. - 최근 국민통합을 저해되는 요소들이 있는데. 정치권 대통합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정치권 문제를 얘기하는 하는 것은 범주 밖이다. 정치는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여야가 진정성 있는 대화해서 생산성 있는 국회 됐으면 한다. 정치권에서 할 일은 정당을 건전하게 운영해서 국민들에게 안정감 줄 수 있는 정치 이뤄져야 하는데 걱정스럽다. 국민이 오히려 정치 걱정하는 상황 벌어지고 있다. 정치인들이 대오각성 해야 한다.” - 가장 고질적인 것은 동서화합 문제로서 풀기가 쉽지 않은데… “동서화합이라는 말은 하루 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고 역사적으로 오래돼 왔다. 평소에는 잠잠하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망령처럼 나타나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동서화합은 문화적 교류와 경제적인 것으로 나눠지는데 교통 등 긴밀하게 해서 서로 소통하는 문화를 발전 시켜야 한다. 이렇게 교류해서 얻어지는 이득을 영호남간 서로 창출해서 호남쪽은 문화, 영남쪽은 산업 등으로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고 본다. 소통 안됐기 때문에 생겨나는 여러가지 불신들이 쌓이는데 계속 노력해야 한다. 물론 하루 이틀에 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많은 분들과 벽돌을 쌓아가는 마음으로 할 것이다. 그렇다고 가시적으로 성과를 나타낸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기관을 책임지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가시적인 업적 남기겠다고 조급함을 가진다면 부실공사 된다. 이제까지 오래된 영호남 관계인데 점진적으로 벽돌 쌓는 심정으로 해야 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성과가 나야 하겠지만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가 호남에서 두 자리 숫자인 10% 이상 나왔다는 것은 고무된 일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가. “직접적인 인연이라기보다 김대중 대통령 청와대 비서실장 재임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을 설립할 때 처음 그분의 면면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직접적으로 만나지는 않았지만 좋은 정치지도자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2004년 이었나 김 대통령께서 퇴임하셔서 동교동에 계실 때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천막당사 대표로서 동교동을 방문해 박정희 기념관을 지어준 것에 대한 감사인사와 아버지 시절 겪은 고통에 대해 딸로서 사과한 감동적인 장면도 기억한다. 이에 김 전 대통령께서는 당시 박 대표에게 ‘내가 대통령이 돼 나름대로의 노력 많이 했지만 동서화합 못한 것이 한스럽다’면서 ‘동서화합의 가장 적임자가 박 대표’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박근혜 후보에게 좋은 감정 갖고 있다가 지난 대선 때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40년 정치하면서 두 번 결단 내렸는데 1982년 10월7일 초선 의원 시절 국회 본회의 정치부문 대정부질문이 있었는데 그 때는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지 얼마 안 돼서 제대로 발언을 못할 때 국회에서 역사적 발언해야겠다는 결단 내린 바 있다. 내용은 첫째가 김대중 선생 석방. 두 번째가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 세 번째가 대통령 직선제, 네 번째가 전두환 대통령의 민정당 총재직 내놔라, 다섯 번째가 지방자치제 실시, 여섯 번째가 언론자유 보장이었다. 그 이후 꼭 30년만인 2012년 10월 5일에 박 후보를 지지성명하고 새누리당에 입당한 것이다. 운명적인 결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두번의 결단한 것이 정치인생의 마지막의 정리단계가 아닌가. 그 연장선상에서 국민대통합위원장 맡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 비슷한 시기에 민주당 대표를 지낸 바 있는 한화갑 전 대표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는데 의사소통이 있었는가. “물론 간접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이심전심으로 한화갑 전 대표께서도 나라 생각하는 마음이 나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같으면 같은 길을 걷게 마련 아닌가.” - 최근 정치권에서 개헌 문제가 솔솔 나오고 있다. 대통령중임제를 주장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통령 중임제와 정, 부통령제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5년 단임제는 1987년 개헌 당시 독재를 방지하자는 틀에서 시작한 것인데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직을 잘하면 한 번 더 할 수 있다는 기회를 줘야 연속성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헌 시기는 정치권에서 합의해야한다.” - 정계 은퇴 이후에 국민들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은가. “학생운동 때부터 민주주의를 위한 한 길을 걸어왔다. 나보다 당, 당보다 국가 위해 노력했고, 서민을 위해 정치했다. 노동 문제나 국민대통합 등 국민들이 판단할 때 ‘한광옥은 우리와 가까이 있었다. 정도를 걸어온 정치인이었다’라고 기억되기를 바란다. 덕치, 즉 덕으로써 나라를 다스린 포용력이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바라는 바가 있다면. “우리 국민들은 너무나 현명하다. 과거에 보면 우리 국민들은 폄하하는 사람들을 경멸했고 위기에 강했다. 과거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 함께 이룩한 저력 있다. 이제는 함께 대화하고 손잡고 가야한다. 산업화 민주화 다음단계인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많은 국민들이 협력하고 이해하고 가야한다. 이 길로 통해 민족의 평화통일 기반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하나 되는 국가를 위해, 그리고 국민을 위한다는 자세를 가지고 갈등을 하루 빨리 해소 시켜 나가자고 국민들에게 호소 드리고 싶다.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