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한 부분을 첨예한 찬반이 아닌 여행자로 바라보고 사적인 감상을 기록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는 사진가 박승훈(35). 그가 과거 여행했던 곳들을 찾아가 아려한 기억 속 대상을 촬영해 16미리 영화용 필름에 여러 시공간으로 엮어낸 작품들을 8월 20일부터 9월 21일까지 서울 용산구 소월로 표갤러리 서울 본관에 건다. 작가에게 여행은 현실보다 아름답고 그 기억은 더욱 그러한 것으로 기록된다. 과거의 흔적과 조각을 찾아가는 'Travel Log'는 근본적으로 기억에 대한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행의 시절을 떠올리며 여정을 함께 공유하고픈 의지를 가지고 있다. 박승훈의 작품에서 도시와 건축물과의 거리는 불완전한 형태를 담은 이미지의 파편들로 분리되고, 그 조각들을 마치 모자이크를 만들 대의 작은 테세라처럼 하나씩 다시 붙여진다.
그 이미지의 작은 조각들은 때로는 리드미컬하게, 때로는 서로 불협화음을 빚으면서 결국은 미묘한 시각적 심리적인 울림을 가진 색과 형태의 면으로 된 하나의 파사드를 만들어낸다. 가라앉은 중성적인 컬러, 다양한 형태의 중첩과 분리, 미로와도 같은 복잡한 거리, 그러면서 분절된 요소들은 여전히 저마다의 존재들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박승훈의 작품은 전체성을 가진 통일된 구조가 개개의 부분으로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통해서 세계에 대한 우리의 안정된 인식 구조를 흔들어놓는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