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산으로 바다로 다들 떠나지만 몸이 아픈 환자들은 병실에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들을 위해 병원 갤러리가 바다를 직접 병원으로 가져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바다를 주제로 한 2013 여름 특별기획전 ‘바다, 마실가다’를 7월 26일부터 8월 23일까지 한 달 동안 병원 1층 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바다를 주제로 한 특별기획전은 2012년에 이어 두 번째이다. 바다로 떠나고픈 환자들에겐 반가운 전시이다. 이번 전시회는 무더운 여름 병마와 싸우느라 고생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서울아산병원이 기획, 후원하고 최순녕, 이미연, 손교성, 한아림, 박신영 등 미술작가 5명이 예술적 상상력과 재능을 기부해 이뤄졌다. ‘바다, 마실가다’에서는 익숙하지만 재미있고, 낯설면서도 궁금한 바다를 미술작가 5명이 5가지 색깔로 그려낸 작품을 볼 수 있다. 한아림 작가의 ‘기묘한 여정Ⅰ’은 직육면체 터널을 바다로 가득 채운다. 한 번도 같은 모습인 적 없이, 늘 채우고 비우는 파도를 우리 삶의 순간들에 빗대어 표현했다.
한없이 투명한 바다에 빠진 빨강, 초록, 노랑 과일들이 장난치듯이 춤춘다. 탄산음료 같은 청량감을 주는 손교성 작가의 ‘맛있는 바다’이다. 손 작가의 또 다른 작품 ‘꿈꾸는 바다’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용이 되고 싶은 미꾸라지 용추의 이야기를 그림동화로 그려 동심을 자극한다. 병원 안에 설치미술-미디어아트로 열대지방 섬 재현 미술작가 5명이 병원 갤러리에 ‘바다’ 펼쳐놓아 손교성 작가의 바다가 재밌는 상상이라면, 최순녕 작가의 ‘海sea’의 바다는 어머니의 품과 같다. 검고 진한 묵으로 표현한 바다는 고요하고, 수평선 너머 하늘에 걸린 무지개는 익숙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작품 아래 그린 오선지와 음표는 시각과 청각의 공감각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은 연희선양(14세)은 “시원한 여름 바다를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한 게 신기했다”면서 “특히, 용추의 이야기가 그려진 동화와 바닷물에 빠진 과일들을 그린 맛있는 바다가 재밌었다”고 말했다. 특히 갤러리 한가운데에는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가 만나 열대지방 섬을 재현해 더욱 여름을 느끼도록 구성했다. 눈부시게 빛나는 흰 모래밭에 남국의 야자수 3그루가 자리를 잡았다. 코코넛 대신 야자수 가지를 차지한 4.3인치 스마트폰에서는 쪽빛 바다 풍광이 펼쳐진다. 비치의자에 앉으면, 파도 소리가 들린다. 돔 구조로 된 갤러리 유리천장에서 쏟아지는 햇살은 덤이다.
‘바다, 마실가다’에 참가한 최순녕 작가는 “서울아산병원의 여름바다 기획전 의도에 전적으로 공감해 참여하게 됐다”며 “환자와 보호자들이 이 전시를 보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참여한 작가로서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자칫 딱딱한 분위기가 흐를 수 있는 병원에서 바다를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라며 전시 현장 분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더위에 지친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모두 시원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전시 현장은 오늘도 ‘바다’로 가득하다.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