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사람들은 저마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의 여행을 준비한다. 수많은 여행사들은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유혹을 한다. 최근에는 국내 여행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시아, 일본, 멀리 열대지역까지도 쉽게 떠난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즐거워야 할 여행이 괴로움 그 자체가 된다. 요즘에는 강제적으로 예방접종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 피서지, 대도시 여행의 경우 예방접종은 필요 없다. 그러나 아프리카 서부에서 동부에 이르는 국가, 남아메리카 북부의 국가의 경우 ‘황열’은 필수 예방접종으로 정해져 있다. 예방접종 후 질병에 대한 면역이 생기려면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돼 늦어도 출발 10~14일 전에는 모든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 또 황열의 경우 예방접종이 완전한 효과를 보이고 증명서 효력이 10일 정도 지나야 한다. 파상풍 모든 사람에게 필수항목이다. 10년 전에 파상풍 기초백신을 맞은 사람일지라도 개발도상국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추가접종을 권유받게 된다. 파상풍은 흙이나 더러운 곳에 기생하는 파상풍균이 상처를 통해 체내에 들어옴으로써 발병하며, 상처가 극히 작은 경우에도 위험하다. 대부분의 경우 파상풍 백신을 맞을 때 디프테리아 백신도 함께 맞는다. 황열 황열은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에서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 15도 내외 지역에서 호발하며, 아프리카 몇몇 나라의 경우 입국 시 의무적으로 황열 예방접종증명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황열 백신의 예방효과는 100%로 효과가 10년간 지속되며, 출국 10일 이전에 접종해야 한다. 황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병의원 수는 극히 한정돼 있으며 서울, 인천, 부산 등 국제공항이나 항만이 있는 검역소나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접종할 수 있다. 장티푸스 살모넬라균에 의한 수인성 전염병으로 고열, 심한 두통, 오한 등의 초기증상이 나타난다. 음식과 물의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열대지역 국가나 개발도상국가로 여행할 경우 필요하다. 여행을 하면서 먹고 마시는 것과 위생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 A형과 B형 바이러스 간염 많은 사람들이 간염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이러스성 간염의 종류가 알파벳 A~F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A, B, C형 바이러스이며 현재는 A형과 B형 바이러스 간염만 백신이 있다. A형 바이러스 간염은 감염된 음식과 물을 통해 전염되며, B형과 C형 바이러스 간염은 사람 면역결핍바이러스(HIV)처럼 성접촉이나 혈액, 살균되지 않은 의료기구를 통해 전염된다. 뎅기열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모기에 의해 전파한다. 1995년 초반부터 현재까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등지에서 폭발적인 발생이 있었으며 남미지역에서도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여행객 중에도 동남아시아 지역 여행 중에 뎅기열에 걸린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동남아시아 지역의 오지로 모험 여행을 하는 여행객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관광지를 여행하는 여행객이 뎅기열에 감염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뎅기열은 아직 예방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아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말라리아 열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열대열 말라리아는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는 병이므로 조기진단 및 치료와 더불어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모기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주로 활동하여 질병을 전파하므로 이 시간대에 외출을 할 때에는 긴 소매, 긴 바지, 양말 등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드러나는 신체 부위에는 DEET(diethylmethyltoluamide) 성분이 함유된 곤충 기피제를 바른다. 모기장은 전파 방지에 도움이 된다. 여성의 경우 화장이나 향수를 뿌리는 것은 모기를 유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말라리아 예방약은 지역에 따라 약제내성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선정은 여행지역의 말라리아 발생 현황에 따른다. 예방 효과가 100%인 완전한 방법은 없으므로 말라리아 유행지역 내에서 혹은 여행 후 4주까지라도 고열이 있는 경우 말라리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오한, 두통, 관절통 및 근육통이 생기고 설사와 구토도 흔하게 발생하며 이러한 증상이 24시간 이상 지속 되면 즉시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비행기와 건강: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비행기 안의 좁은 좌석에서 장시간 계속 앉아 있게 되면 다리 정맥에 혈전이 생길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혈액이 고체로 응고되는 것이다. 이것이 폐동맥을 막아 결국 호흡곤란이나 심폐정지 등의 문제를 일으켜 드물지만 사망할 수도 있다. 좌석이 넉넉한 일등석이나 이등석과 달리 자리가 좁고 불편한 일반석(이코노미클래스)에 앉은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일반석증후군’이라 부른다. 수시로 물을 마시고 기내 스트레칭을 하며 좌석 사이의 통로를 걷는 등 지속적으로 움직임을 주는 것이 좋다. 압박스타킹도 같은 기능을 한다. 비행기 안 기압은 연료를 절약하고 운행속도를 높이기 위해 낮게 유지한다. 또 산소농도가 지상의 80%에 불과하고 습도도 5~15%로 낮은 편이다. 건강한 성인들은 10시간 이상 비행해도 견뎌낼 수 있지만 노약자나 심장질환,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고생할 수 있다. 기내 공기도 건조해 피부가 마르고 코 속 점막이 딱딱해져 심할 경우 코피가 날 수 있으며,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사람은 염증이 생기기 쉬워 안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들과의 여행 함께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의 예방접종이 완료됐는지 점검해야 한다. 어린이용으로 조제된 말라리아약이 없어 알약을 일일이 쪼개서 먹여야 한다. 신경 써서 먹이면 상관없지만 가급적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한다면 좌석을 미리 예약하고 유아용 침대를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착륙 시 생기는 기압차로 인한 이통(귀의 통증)을 고려해야 한다. 비행기를 타보면 유난히 이착륙 시 아이들이 우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중이는 막힌 공간으로 코로 통하는 유스타키오관으로 압력이 조절되는데 이 관이 막히면 기압차이로 심한 통증을 느낀다. 비행기 이착륙 시 아기는 젖병을 빨게 하고, 어린이는 사탕을 빨게 하면 귀안의 압력을 균등하게 하는 것이 좋다. 멀미의 경우 아주 어린아이에서는 드물지만 3~12세 사이의 아이들에서는 흔하다. 순한 멀미 방지약을 미리 구입하고, 구토 시 비행기내 구토봉투를 사용하면 된다. 책을 읽거나 퍼즐을 맞추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흔들림 때문에 눈에 무리를 주어 멀미를 악화시키니 참고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제를 복용시키면 안 되기 때문에 음식과 물의 위생이 특히 중요하다. 어린이가 설사를 하는 경우, 특히 열을 동반한 설사라면 반드시 초기에 대처를 해야 한다. 여성과 여행 칸디다 질염은 무더운 기후에서는 쉽게 발생하는 질병이다. 증상을 일으키는 효모균이 따뜻하고 습한 조건에서 더욱 빨리 증식을 하기 때문이다. 생식기를 자주 세척하다 보면 비누로 인한 자극을 조심해야 한다. 속옷은 면제품이 좋으며 꽉 끼는 바지는 공기의 순환을 막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쉽게 칸디다 질염에 걸리는 경향이 있다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클로트리마졸’이나 ‘에코나졸’을 조금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요로감염은 더운 기후에서 흔히 일어난다. 빈번하게 요의를 느끼게 하기 때문에 불편하며 소변을 볼 때는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수분 섭취는 증상 경감뿐만 아니라 예방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미리 수시로 하는 것이 좋다. 타는 듯한 통증은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시트르산칼륨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임신한 여성의 경우 출산 후에는 한동안 여행이 어려워 출산 전에 떠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준비 안 된 여행은 오히려 해(害)가 될 뿐이다. 임신한 여성이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임신 중기로, 임신 18~24주 사이다. 유산이 쉽게 발생하는 시기는 임신 약 12주 정도로 이때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출산을 3개월가량 앞둔 시기에는 긴 여행을 떠나거나 무더운 곳으로 휴가를 떠나는 일이 매우 불편할 수 있다. 임신 36주가 지난 여성의 경우 탑승을 거부하는 항공사도 있다. 임신 중에는 말라리아 위험지역의 여행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일부 항말라리아제나 다른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들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 여행예약 전 미리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여행 중에는 임신으로 인해 피로와 배고픔이 가중되고, 자주 소변을 본다. 비행 도중 발목이 부어오를 수 있고 요통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 귀국 후 3개월 이내에 발열, 설사, 구토, 황달, 임파선 종창, 피부 발진이나 성기의 이상 등을 보이면 바로 의사를 방문하여 해외 어느 곳을 다녀왔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특히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을 다녀온 후 병이 났다면 의사에게 여행사실을 알려야 한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난 후 첫 3개월은 여행 사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고 있는 경우라면 귀국 후에도 1달간은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 ‘말라론’의 경우는 일주일만 복용해도 된다. 아프리카 호수나 다른 주혈흡충병 위험이 있는 물에서 걷거나 수영을 했다면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장기간 해외에 머물다 귀국한 경우에는 건강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거주한 지역에 따라 기생충 충란 검사, 말라리아, 대변의 세균 배양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해외여행 시 시차는 3시간 이상의 시간대를 넘는 여행을 할 경우 발생하며 수면장애, 피로감, 집중력 감소 등이 유발될 수 있다. 시차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으나 물을 많이 마시고, 작용시간이 짧은 수면제를 복용하거나 ‘멜라토닌’을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수면제는 술과 함께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니 삼가야 한다. 멜라토닌의 경우 효과는 개인차가 있으며 악몽이나 잠이 깬 후의 몽롱함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