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과 유럽 빈티지 가구의 컬렉션이 조화를 이루며, 전시공간을 유럽의 한 컬렉터의 거실로 연출한 이색 전시인 '윌로 씨의 휴가'전이 막을 올렸다. '윌로 씨의 휴가'는 1953년 자크 타티 감독의 동명 영화에서 타이틀을 가지고 왔다. 영화는 해변 휴양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플롯도 대사도 없이 사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가슴 따뜻한 유머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그저 앉아서 먹고 책을 읽고 경치를 감상하며 휴일을 즐기는, 일상의 아름다운 미장센을 담았다. 이번 전시는 마치 낯선 도시에 도착하여 싱싱한 여름빛을 즐기는 휴가객처럼 '윌로 씨의 휴가'를 재현했다. 전시장에는 공간연출을 담당한 사보가 20년에 걸쳐 수집한 60년대 독일의 빈티지 가구와 조명이 설치됐다. 이곳에 고낙범, 김유정, 민병헌, 양아치, 이제, 파렌틴 오렌리 등 6인의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일상의 공간으로 재연출하는 변화를 이끌었다.
김유정 작가는 회벽을 바르고 마르기 전에 반족해서 파내는 프레스코 작업을 벽에 걸었다. 상이한 색채들의 농도와 채도에 따라 분류하는 고낙범의 작업, 일상을 흐릿하게 재현하는 이제, 눈 덮이 산이나 폭포를 그린 수묵화를 보는듯한 민병헌의 사진들 모두 각자의 표현기법으로 이 시대의 진정한 회화를 이어가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막바지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 여름 도심 속 아름다운 공간에 펼쳐지는 유쾌한 휴가지로의 여행은 8월 25일까지 서울 화동 송원아트센터에서 마련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