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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섭 대기자가 만난 사람]정호준 의원, 제1야당 ‘입’ 맡은 정치 명문가 장자

정일형-정대철 계보 이어, “민주당 노력과 진정성 알리는데 최선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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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1호 심원섭⁄ 2013.08.26 11:22:17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8월 초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이 ‘귀태(鬼胎·태어나선 안 될 사람)’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사퇴해 공석이 된 자리에 초선인 정호준 의원을 임명했다. 정 의원은 8선 의원 출신으로 신민당 대표권한대행을 지낸 정일형 전 외무장관의 손자이자 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의 정대철 상임고문의 장남이다. 3대에 걸쳐 중구에서만 14선을 한 대한민국 정치사의 대표적인 명문 정치가문의 장자(長子) 출신이다. 정 원내대변인은 8월 21일 가진 CNB저널과 단독인터뷰에서 “대변인은 당과 국민을 연결하는 끈”이라며 “당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국민들이 모르면 존재하지 않는 활동이 되는 만큼 민주당의 노력과 진정성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원내대변인은 1971년 서울 출생으로 한양대 사회학과를 졸업, 뉴욕대 정보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디지털솔루션센터에서 근무하다 17대 총선 당시 33세 나이로 서울 중구 지역에 출마했지만 한나라당 박성범 전 의원에게 패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내다가 19대 총선에서 서울 중구에 재도전해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을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다음은 민주당 정호준 원내대변인과 CNB 저널과의 일문일답이다. - 조부 정일형 박사와 부친 정대철 전 의원에 이어 3대에 걸쳐 중구에서만 14선을 한 정치명문가 집안의 3세 정치인으로 원내대변인에 임명됐다. 소감을 말해 달라. “어깨가 무겁다. 저의 할아버지 정일형 박사님은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자 2대부터 9대까지 내리 8선을 기록하셨고 4.19 이후 수립된 장면내각의 외무부 장관도 역임하셨다. 아버지 정대철 상임고문은 5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김대중·노무현·정동영 대통령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차례로 역임하면서 민주개혁세력의 집권을 위해 사심없는 노력을 기울여 오셨다. 또한 할머니 이태영 박사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 가족법 개정과 여성의 인권향상에 앞장서 오신 공로로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신 바 있다. 이러한 내력을 떠올리면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지만 그만큼 사명감도 있고 동기부여도 되는 것은 사실이다.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반독재 투쟁과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오셨던 가풍을 이어받아 정치개혁, 경제민주화, 남북관계 개선 등 현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민주당의 ‘입’이자 당과 국민을 이어주는 ‘끈’ 역할을 할 수 있는 원내대변인에 임명돼 부족한 역량이지만 뜨거운 열정으로 막중한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 정 의원의 어떤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고 생각하는가. “정성호 수석부대표가 저를 소개하면서 ‘참여정부 행정관을 지낸 국정경험’과 ‘헌정사에 남을 3대 국회의원 정치명문가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해 주셨다. 과분한 평가에 대해 감사드린다. 19대 국회 출범 후 지역과 국회 정무위원이자 원내부대표로서 경제민주화의 초석을 다지고 ‘을’의 입장에 계신 분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자 했다. 실천하는 정치,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추구했고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정량적인 수치로 의정활동이 평가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 본회의 출석률은 97.9%, 상임위 출석률은 93.3%다. 최근 1년 동안 대표 발의한 법률안은 총 26건, 공동 발의한 법률안은 총 150건 정도 된다. 일감몰아주기 방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모든 아동보호구역에 CCTV설치를 의무화하는 ‘아동복지법’, 독거노인의 의료지원을 정부의 책무로 명시한 ‘노인복지법’,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 보호법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또한 저는 미국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IT관련 학위를 받은 뒤 Young & Rubicam과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창의적인 마인드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최근 1년 동안에는 차세대 정치인 자격으로 호주, 체코, 미국, 중국 등지에서 진행된 국제 의원회의에서 참석해서 한국 측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하고자 했다. 이렇게 조금씩 쌓여온 작은 노력들을 좋게 평가해 주신 것 같다.” - 원내대변인으로서의 역할과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대변인’의 기능과 역할이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당과 국민, 당과 언론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집단이나 국회의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국민 참여와 협력을 기대할 수도 없다. 현대 정치는 국민의 참여와 협력이 절대적이다. 지금 민주당의 상황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기대감이 높은 반면 차가운 시선도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공보 업무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제1야당의 원내 활동을 정확하게, 생생하게, 품격 있게 전달하겠다. 특히 중산층과 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이들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하겠다.” - 여의도에 입성한지 1년 3개월 정도 됐다. 그동안 할아버지와 부친 곁에서 봐왔던 정치와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현실정치와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가. “많이 다르다. 저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반독재투쟁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는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 또한 아버지가 대통령선거와 관련해서 옥고를 치르는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저에게 ‘정치’는 그야말로 고생길이었다. 그러던 제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 2004년 국회의원 총선이었다. 청와대 행정관과 원외위원장을 거치며 2008년 총선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의 주체는 아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하셨던 정치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살피고 배웠지만 관찰자였다. 19대 국회 출범 후 지난 1년 3개월 동안 국회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정치는 팀플레이이고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싸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비록 국정원 국기문란 사태로 인해 정국이 장기 대치국면에 있지만, 19대 국회를 전반적으로 보면 정쟁국회가 아닌 정책 국회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 정 의원의 정치적 멘토는 어느 분이라고 할 수 있나. “아버지 정대철 상임고문은 제가 정치권에 뛰어드는 것을 반대하셨다. 사실 2004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당시 옥고를 치르고 계신 아버지 면회를 갔는데 문을 열고 나오시면서 하시는 첫마디가 ‘수고했다’는 말씀이셨다. 10분 면회시간 내내 ‘잘했다, 수고했다, 대견하다’는 말씀이셨다.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뒤엉켜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면회 끝나고 나서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버지도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대선 선대위원장만 세 번을 역임하셨다. 그렇다보니 인맥이 넓고 만나는 분들도 많다. 여야, 정관계, 재계, 교육계, 문화사회계를 막론하고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저한테는 좋은 채널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정호준에게 있어서 정대철은 살아있는 정치9단 코치다.” - 전임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이 일종의 ‘귀태’ 발언으로 자진사퇴했는데 홍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한길 당대표께서 유감을 표명하셨고 전임 홍익표 원내대변인도 사과 표명을 하며 사임했다.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발언이었고 이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번 논란의 본질적 출발점이 과연 어디에 있었는지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정보기관을 통한 노골적인 선거개입,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내모는 부적절한 행태, 국회선서마저 거부하는 증인들의 오만한 작태를 보면서 귀태정치의 부활을 염려하는 것은 비단 저 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독재정치의 부활을 그 누구보다도 경계하고 있다. 저희 할아버님이신 정일형 박사님은 박정희 정권시절 3.1명동 구국선언을 주동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했고 아버지 정대철 상임고문님도 본회의장에서 유신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당시 공화당 측 의원들로부터 ‘제 아비 간 길로 가게 하라!’는 위협을 받기도 하셨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발언의 핵심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경고로 이해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문제에 대해 신랄하게 지적한 바 있다. 주로 어떤 내용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정책과 경제분과를 자문하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반경제민주화 인사를 위촉해서 논란을 빚었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슈퍼갑인 재벌·대기업을 대변해 온 김앤장의 현직 고문을 분과장에 앉히고 ‘경제민주화는 제조업을 궤멸시킨다’면서 독설과 색깔론으로 선동했던 반경제민주화 인사도 분과위원회에 포함했다. 이쯤 되면 이것은 ‘인사참사’ 수준이다. 박 대통령이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김앤장 출신의 한만수 내정자를 앉히려다가 결국 후보자가 수백억원대의 역외탈세 의혹이 불거지면서 좌초된 것이 지난 3월이었다. 그런데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공정거래분과를 또다시 김앤장과 반경제민주화 인사에 넘겨주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국민들이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의심하는 이유가 다 있다. 저는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을’의 아픔을 이해하고 껴안을 수 있는 인사를 위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지적한 것이다.” - 현재 민주당이 장외투쟁중이다. 언제까지 계속 할 것으로 보는가. “지난 16일과 19일 양일에 걸쳐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렸다. 국정원과 경찰관계자 등 26명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핵심당사자로 지목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국회에서의 증언선서를 거부하는 초유의 일을 벌였다. 뿐만 아니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제외하고는 국정원과 경찰관계자들은 대부분이 책임회피나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특히 댓글공작을 통한 선거개입을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며 정당성을 강변하는 대목에서는 많은 국민들께서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정조사 이후 오히려 은폐·조작 수사 여부에 대한 후속조처가 절실하게 되었다. 국정원을 이렇게 망가진 채로 놔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청문회가 주는 교훈 아닌가?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해서 선거를 흔들고 국민 분열에 앞장섰다. 그런데 경찰은 진실을 숨기고 대통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싸움을 그만두라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기본 책무를 저버리라는 것이다. 장외투쟁은 유린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 10월 재보선이 불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안철수 세력이 다소 약화돼가는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민주당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 7월 몇몇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흥미로웠다. 창당되지도 않은 소위 ‘안철수 신당’과 가상대결이 그것인데 호남지역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상당히 고전할 것이라는 결과였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정면충돌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 달 후인 지난 8월 초 전북지역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33.6%, 민주당 33.5%로서 사실 차이가 없다는 조사도 있었다. 이것은 민주당만으로는 안 되지만 민주당이 없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분명한 것은 한국정치의 특성상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분열되면 지고 연대하면 이긴다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라는 점이다. 저의 경우도 지난 2004년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과 구민주당으로 갈라서면서 결과적으로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배했던 경험이 있다. 만약 민주당, 안철수 신당,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으로 갈라져서 각자 선거를 치르게 되면 승리가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 지리라 보는가. “안철수 의원이 야권의 잠재적 지도자로서 크나큰 파괴력을 가지면서 많은 정치신인들이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최근 최장집 교수가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국회의원 안철수’의 정치력과 신당의 모습에 대해 뚜렷한 방향이 잡힌 것 같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저는 10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야권 전체에 새로운 국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안철수 의원 개인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집단적인 정치세력화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본다.” - 지역구인 서울 중구의 당면과제는 뭐라고 보는가. “중구 을지로 한복판에 국립중앙의료원이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이곳은 교통접근성이 뛰어나 중구 뿐만 아니라 인근 동대문구, 종로구, 성북구 등에서 매년 100만명 이상의 서민들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정부는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이었던 국립중앙의료원을 법인화하고 매각과 동시에 서초구로 이전을 추진했다. 이렇게 되면 강남권 환자들을 상대로 수익성을 추구하게 될 것이 뻔하지 않은가. 국립중앙의료원의 존치와 현대화 작업은 서민과 빈곤층을 위한 의료공백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이렇듯 중구의 현안과 각종 난제들은 결국 ‘복지문제’로 수렴된다. 수도 서울의 한 복판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아직 낙후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치솟는 전세값과 사교육비, 안심하고 맡길 곳 없는 아이들, 노후가 불안한 어르신들, 줄어드는 일자리, 생존을 위협받는 재래시장과 자영업, 중소기업. 그 모두가 중구의 현실이자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 지역민들과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지난해를 돌아보면 단연 ‘경제민주화’가 화두였던 한해였다. 이것은 중산층과 서민의 삶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골목상권과 자영업자가 무너지면서 나라 경제의 근간이 흔들렸고, 설상가상으로 전월세값이 폭등하여 중산층과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컸던 한해였다. 저는 처음 약속드렸던 것처럼 우리 중구에서부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걸음을 시작했다. 현장 곳곳을 찾아다니며 사람과 복지 중심의 의정활동을 펼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권위의식을 버리고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소통하며, 각양각색 중구의 현안들에 대해 성실히 일하는 것으로 보답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특히 교육격차 해소, 교육환경 개선, 학력신장 여건 조성에 힘을 모으고, 보육의 질 향상과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대안 마련에 힘쓰겠다. 어르신들의 노후와 여가활동, 보건의료 대책 마련에도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 문화복지, 생활체육 기반시설 확충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지켜봐 달라.” - 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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