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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예술이 꼭 아름다워야 하나요?”

채프만 형제, 전쟁-죽음-소비지상주의 등 ‘불편한’ 주제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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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4-345호 김금영⁄ 2013.09.16 10:53:22

한 쪽 팔이 없이 웃고 있는 피에로와 사나운 개의 얼굴을 한 인간 그리고 전쟁의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등 다소 괴기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그 잔인함과 폭력성에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예술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채프만 형제는 이에 반기를 든다. “예술이 꼭 보편적이고 아름다울 필요는 없다”며 예술에 대한 선입견을 깬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영국작가 채프만 형제의 전시가 현재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2013년 해외작가 개인전으로 채프만 형제 개인전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됐다. 제이크(47)와 디노스(51) 채프만 형제는 신랄한 재치와 에너지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정치, 종교,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인습타파적인 조각과 판화 및 설치작업을 하는 영국 출신의 작가이다. 1990년 영국 왕립 예술학교를 졸업한 이래 공동 작업을 해온 이들 형제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전쟁의 참상’과 같은 미술사적 아이콘뿐만 아니라 맥도날드의 로날드 캐릭터와 같은 대중적인 아이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터부에 대해 탐구해왔다. 이들의 작업은 전쟁, 대량 학살, 섹스, 죽음과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채프만 형제의 작업은 때로 지나치리만큼 불쾌하거나 천박해 보이는 표현들로 인해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다루기 까다로운 주제들을 꾸준히 탐구하고 보여주고 있다.

사회에서 예술가가 갖는 의미와 예술이 해야 할 역할 그리고 작품 제작을 위한 협업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의식을 다뤄 온 채프만 형제는 유머 또한 이들의 작업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킨다. “예술에 꼭 심오한 의미 담을 필요도 긍정적인 시선을 담을 필요도 없다” 이번 전시를 위해 채프만 형제는 8월 방한했다. 방한 당시 디노스 채프먼은 “예술에 심오한 의미를 담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예술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형성할 필요도 또한 없다”고 예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제이크 채프먼은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은 그동안 축적한 경험들을 작업에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내가 살아오면서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것들은 내가 아름다운 정물화나 풍경화를 그리도록 만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공동 예술 사업체인 RS&A London의 의뢰로 만들어진 Chess Set (2003), 고야의 오리지널 에칭 작품을 재해석해 9.5kg의 순은으로 제작한 The Same Thing But Silver (2007), 잠자리에서 읽는 동화책 형식으로 만들어진 Bedtime Tales for Sleepless Nights (2010)의 에칭 삽화와 텍스트를 선보인다. 또한 전쟁의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이들 형제를 스타작가로 만들었던 Hell (1999)의 맥락을 잇는 설치작품인 Unhappy Feet (2010), No Woman No Cry (2009) 등 2002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채프만 형제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리고 채프만 형제의 신작 페인팅 작품 5점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채프만 형제에게 있어 예술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공간’이자 ‘경계가 정해지지 않은 주관적인 실험의 장’이다. 고상하게, 품격 있게 예술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성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거침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편 채프만 형제의 전시는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12월 7일까지 열린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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