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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을 만나다 - 권정화 갤러리 작 대표]“기자가 갤러리 운영한다 할 땐 다 말렸죠”

뚝심으로 일군 갤러리 작(作)에서 작가 발굴에 힘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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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7호 김금영⁄ 2013.10.09 19:54:36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이젠 제가 반대로 인터뷰 대상이 되니 어색하네요. 아직 기자일 때 습성이 몸에 남아 있나 봐요(웃음).” 권정화 씨는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쑥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현재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갤러리 작 대표로서 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엔 일간지와 월간지에서 미술 기자로 일한 바 있어 그 경력이 눈길을 끌었다. 미술 기자에서부터 현재 갤러리 대표까지, 미술과 그녀의 인연은 참 특별해 보인다. “제 아버지가 문학 평론가이자 국문과 교수여서 어렸을 때부터 많은 예술가들이 집에 드나들었어요. 그렇게 문인들과 자연스럽게 만났고, 아버지와도 같이 미술관에 작품을 보러 다니곤 했죠. 그래서 미술은 제게 먼 분야가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곁에 있었던 친구 같은 존재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문화의 다양한 분야와 접한 권 대표는 성인이 돼서는 미술 기자로 일하며 많은 작가들을 만났다. 그러다보니 직접 작가도 키우고, 좋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갤러리를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갤러리 이름이기도 한 ‘작(作)’에도 그런 의미가 들어있다. ‘작’은 ‘만들다’, ‘짓다’를 뜻한다. 자기 자신도 새롭게 만들어내고, 재능 있는 작가도 발굴해 키우고, 컬렉터 층도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 담겨 있다. “2007년 갤러리 작을 열었어요. 갤러리를 운영한 지는 만 6년이 됐지만 항상 늘 처음 갤러리를 열었던 순간이 떠올라요. 미술은 정신적인 산물이에요. 그림을 보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죠. 또 그러면서 자본으로 환원이 되기도 하고요. 이처럼 미술은 재화와 정신적 가치로서 기능을 하는데, 그런 점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뛰어난 예술품은 사람이 아닌가 싶은데, 그 사람의 손에서 탄생한 미술의 가치 또한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죠.” 주위에서는 기자를 하다가 갤러리를 연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금방 지쳐서 관둘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수록 권 대표는 더욱 열심히 일했다. 갤러리를 열기 이전부터 부족한 지식을 채우고자 2001년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했고, 작가들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인터뷰도 많이 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렀다. 항상 미술 분야에 몸담고 살아왔지만 막상 직접 갤러리를 운영하다보니 새로운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특히 권 대표는 한국 작가들의 재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문화는 창의력이 탁월, 결코 뒤지지 않아 예술인 재능 키우기 위해 국가 차원 지원 필요 “한국 문화는 결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아요. 오히려 탁월하죠. 특히 창의력이 뛰어나고요. 현재도 어느 나라의 누구 작품인지 명시하지 않은 채 작품을 전시해놓으면 관람객들이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선호할 만큼 가치가 있어요. 홍콩 국제 아트페어에 나갔을 때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주목 받았어요. 현장 전문가들이 작가들의 그림만 보고 ‘아시아의 엑설런트 갤러리’라 해줘 뿌듯했어요(웃음). 그만큼 한국 작가 작품들은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한국 작가들에 대한 뿌듯함과 비례할 만큼 권 대표가 관심이 많고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은 미술계의 현황과 문제점이다. 권 대표는 “작가들이 더 좋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나라 차원에서 지원이 돼야 한다. 정부가 갤러리를 지원하면, 또 갤러리는 작가들을 지원하는 일종의 매니지먼트 역할을 하며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재능 있는 국내 작가들을 해외에 빼앗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 하나만 잘 할 것이 아니라 결국 모두가 공생해야 한다는 것. “앞으로는 ‘문화 전쟁’ 시대가 올 거예요. 글로벌 시장을 우리가 끌고 가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우리가 우리 것을 정말 잘 알아야 하죠. 아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유학 보내기 보다는 역사 인식을 제대로 가르쳐야 해요. 언뜻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문화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정체성이 담겨 있어요. 한국 안에 갇혀 있자는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안 다음 세계에 나가야 한다는 거죠. 그렇기에 앞으로 문화를 이끌어갈 젊은 친구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한국은 눈부시게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졸부 국가가 아닌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문화 선진국’이 돼야 한다는 게 권 대표의 말이다. 현재 한국 가수들이 해외에서 케이팝 열풍을 이끌고 있는데, 꼭 가요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미술 또한 문화의 한 분야로서 지닌 그 가치를 세계에 알릴 생각이다. 그래서 권 대표는 10월 3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홍콩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쇼에 나갔다. 올해엔 김정수, 김습 작가의 작품을 해외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있죠? 하지만 이 말은 문화에서는 통용되지 않아요. 지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봉준호 감독이 일시적으로 잘해서 관심 받는 걸까요? 결코 그렇지 않아요. 수 천 년 응축된 우리 국가의 자생력이 문화인들의 능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됩니다. 이젠 작가들과 갤러리가 힘을 합칠 차례입니다. 경제 발전을 이룬 상태에서 이젠 문화를 돌아봐야 해요.” 처음엔 ‘세계적인 작가 피카소는 누구나 아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누군지 100명은 알아야 하지 않나’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 작가들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더 인정받을 수 있게 돕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달리고 있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미술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여러 아트 상품도 고안하는 등 하루하루가 바쁘다. “그림을 보고 행복해하는 분들을 보면 저 또한 행복하고 뿌듯해요. 갤러리는 사람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작가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돼줘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나라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우리나라 미술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더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웃음).”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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