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8호 김금영⁄ 2013.10.15 09:11:03
뉴욕 갤러리스트의 눈에 한국 현대미술작가 3인이 들어왔다. 김지희, 마리킴, 이혜림의 작품들이 뉴욕을 누비며 해외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의 전시 소식은 9월 29일 미국 뉴스매체 허핑턴 포스트에 소개되는 등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K-써로게이트’(K-Surrogates)는 뉴욕 첼시에 위치한 Art Amalgamated 갤러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한국 현대미술 작가 3인 그룹 전시이다. 9월 26일 오프닝을 시작으로 11월 9일까지 현대 미술의 중심지 뉴욕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 국제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던 Art Amalgamated 갤러리의 이번 그룹 전시는 갤러리 디렉터인 Gary Krimershmoys와 뉴욕에서 활동 중인 큐레이터 서지은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세 명의 한국 여성작가 김지희, 마리킴 그리고 이혜림은 회화, 영상, 조각 및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작품들을 통해 한국 및 아시아 사회에 뿌리 내린 이상적 미(美)의 이데올로기와 사회적으로 형성된 여성성 및 사회성에 대한 관념들에 질문을 던진다. 전시에 참여하는 세 명의 작가들은 각자 창조해 낸 가상의 캐릭터에 다양한 사회·문화적 코드를 접목시켜 그들만의 내러티브를 풀어낸다. 작가 김지희의 작업에는 밝게 웃고 있는 소녀의 얼굴이 등장한다. 밝지만 어딘가 어색함이 감도는 소녀의 미소를 통해 드러나는 치아 교정기, 양쪽 눈의 색이 다른 오드아이(Odd eyes) 등의 장치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순된 상황을 드러낸다.
행복해 보이고,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 이면에 감춰진 소외감, 사회적 억압 그리고 채워지지 않는 소비주의적 욕망 등의 어두운 모드는 세 작가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현대인의 특징이다. 세 명의 작가들, 각자 창조한 가상의 캐릭터에 다양한 사회·문화적 코드 접목시켜 눈길 작가 마리킴은 컴퓨터 작업을 통해 커다란 눈을 가진 인형, ‘아이돌(Eyedoll)’을 만들어 냈다. 그 아이돌들은 작가의 써로게이트 (Surrogates, 대리인)이자 변형된 자아로서 역할을 한다.
또한 그녀의 Eyedoll은 영어로 ‘우상’을 가리키는 단어 ‘Idol’을 연상시키는데, 진본이 아닌 가짜·복제품, 맹목적인 숭배의 대상이란 뜻을 은연 중 내포하며 현대인들이 숭배하는 아이돌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작가 이혜림 또한 ‘TOKI’라는 디지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광고 등 미디어를 통하여 형성된 이상화 된 완벽한 여성의 외모를 소유한 ‘TOKI’는 기술의 발달과 서양 소비문화, 서구 미적 기준의 급속한 유입 등의 영향을 받아, 한국 및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 불고 있는 성형열풍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쉽게 복제되고 변형되는 TOKI 의 존재는 백화점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옷을 구매하듯, 성형외과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얼굴 또는 몸매를 고치는 현대인들의 모습에 대한 작가의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Art Amalgamated 갤러리는 “세 명의 작가들은 때로는 참여자로, 관찰자로, 비평가로, 또 때로는 활발한 문화인류학자로서 동시대와 호흡하며 발전시킨 포스트 페미니스트적 관점을 각 캐릭터마다 구별되는 감수성으로 표출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보다 더 깊게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만의 감수성은 뉴요커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히 신선하고, 매력적이기에, 전시의 풍년이라 할 수 있는 가을의 뉴욕 미술계에서 한국 작가들이 일으킬 신선한 한류바람을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라고 전시에 대해 설명했다.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