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 나고 자라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통영시장을 역임한 화가 진의장(68)이 10월 1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신사동 예화랑에서 '통영의 푸른 물결'이라는 타이틀로 서울 첫 전시를 펼친다. 5살부터 그림을 그려온 진의장은 "공직 생활 중에도 붓을 놓지 않고 꾸준히 그려왔어요. 어려서 붓을 들고 글과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배우게 된 것이 미술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게 된 것 같다"고 비전공자로서의 아쉬움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은 그의 사회 활동과 바쁜 정치 활동에도 사그라지지 않았고, 이번 개인전을 위해 1년 동안 서울에 올라와 그린 그림 100여 점 중 40여점을 세상에 공개하게 됐다. 1980년 도코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 현대미술전', 1988년 파리 그랑 팔레의 '살롱 도톤전'과 1993년 '살롱 앙데팡당전'등의 전시에 꾸준히 작품을 출품한 것도 그의 꾸준한 작업의 결과였다.
작품에는 어린 시절 추억과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자신을 키워준 통영의 바다가 가득하게 들어있다. 유화나 수채화를 사용해 그린 그림들도 있지만, 그가 좋아하는 그림은 무채색의 먹 작업으로 그려낸 것들이다. 철물점에서 사온 주방용 도구나 빗자루를 이용해 일필휘지로 그려내어 거친 느낌이 강하지만, 이 느낌이야말로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통영은 내 고향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유일한 선생님입니다. 통영의 쪽빛 바다, 갈매기 소리, 뱃고동 소리, 아름다운 풍광이 내 몸에 자연스럽게 각인되어 지금까지 내 그림의 원천이 되고 있으니까요" 평생 통영과 함께한 통영사람 진의장이 그려낸 작품에는 이렇게 자신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고향의 자연과 그곳에서 나고 자라고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삶이 녹아 있는 것이다. 마음이 비워지지 않은 완성된 그림은 언제라도 지워버리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는 진의장의 작업은 오랜 시간 다작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마음으로 좋아하는 그림들이 많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평생 그림을 그리겠다는 그의 여생의 소망으로 여겨진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