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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을 만나다 - 이승민·정혜연]“규모보다 특색있는 갤러리 만들고파”

당찬 두 여자 큐레이터의 무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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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1호 김금영⁄ 2013.11.04 14:46:55

처음엔 ‘무모한 도전’이라는 말이 더 맞았을 수도 있겠다. 규모가 크고 명성 있는 갤러리에서 멀쩡하게 일 잘 하며 미술계에서 인정받던 두 여자 큐레이터가 대뜸 일을 그만 두고 새로운 갤러리를 차렸다. 그 과정에서 갤러리101이라는 이름이 상표 분쟁에 휘말려 바꾸게 됐다. 1년 가까이 이미 갤러리101로 홍보를 해왔던 터라 새로 바뀐 갤러리 이름을 알리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두 여자 큐레이터는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스페이스비엠’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출발하고자 한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스페이스비엠에서 만난 이승민·정혜연 공동 대표는 얼굴에 근심보다는 미소가 만연했다. 서로를 자신의 분신이라고 말할 만큼 신뢰가 각별한 이들은 국제갤러리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쌓았다. “항상 힘들 때마다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줬던 동료였어요. 그 뒤 서로 각자의 길을 가다가 뜻이 맞아 갤러리를 2012년 12월 12일에 열게 됐죠. 원래 처음엔 갤러리가 아닌 미술 관련 프로젝트 업무를 진행하는 사무실을 오픈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장소를 알아보다가 지금 이 공간을 보고 전시를 열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페이스비엠이 탄생하게 됐죠.” 건물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는 스페이스비엠은 너무 좁거나 반대로 너무 넓지도 않아 전시를 부담 없이 즐기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갤러리 한 구석에는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이승민·정혜연 공동 대표는 “스페이스비엠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문턱이 낮은 공간, 친근한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처음엔 인사동이나 삼청동, 청담동처럼 갤러리가 밀집된 장소가 아니어서 과연 전시를 보러 오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다행히 반응이 좋아 주변에 다른 갤러리들까지 생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종의 새로운 문화 구역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셈. 스페이스비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갤러리의 시작으로 돌아가서 왜 이들은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이런 도전을 하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이들은 “큰 조직에 있을 때도 좋은 전시를 많이 선보였지만 조직에 속한 만큼 각각의 큐레이터가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점이 아쉬웠다”고 입을 모았다. 미술엔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이승민·정혜연 공동 대표는 특히 추상 미술과 개념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이런 성향 또한 비슷해 전시를 기획할 때마다 서로 많은 의견을 나눈다. 협의 끝 그들이 잡은 방향은 일방적으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스페이스비엠’이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어떤 대표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도록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다. 대중적인 전시 또한 중요하지만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술계의 숨은 고수들을 찾는 것도 목표이다. 1년에 한두 번씩은 젊은 작가 기획전을 열 생각인데, 내년에는 임주연 작가의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형 조직에 속해 있다가 갤러리를 직접 차리니 직접 느끼게 되는 점들이 많았어요. 컬렉터들은 같은 작품을 구입할 때도 신생 갤러리보다는 대형 갤러리에서 사는 것을 선호하죠. 그래서 세일즈 하는데 어려움을 느꼈어요. 돌파구를 찾던 도중 그렇다면 ‘우리의 장점이 뭘까’ 생각해봤어요. 그리고 전시 기획이라는 결론이 나왔죠. 둘 다 전시 기획 경험이 많아서 공공 프로젝트나 외부 기획 전시 등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려고 해요.” 갤러리에 앉아 그림을 파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다 많은 전시를 기획하며 그 과정 속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스페이스비엠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 이승민·정혜연 공동 대표는 지금 그 여정에 서 있다. 미술계에서 이미 많은 실무를 맡으며 실력을 인정받아왔기 때문에 외부 전시 기획 의뢰도 많이 들어온다. 최근엔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해외 작가 전시를 기획했다. 스페이스비엠이라는 새로운 명칭에는 공동대표의 이니셜이 들어가 있다. 비(B)는 영어 이름 ‘벨라 정’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정혜연, 엠(M)은 영어 이름이 ‘민’인 이승민의 이름에서 따왔다.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포부도 크다. “기존 갤러리들이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스페이스비엠은 크기를 키우기보다는 성격이 분명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어떤 사업이 잘 되면 규모를 키우는 것이 거의 일순위잖아요? 저희는 스페이스비엠이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하나의 독특한 유닛으로 계속 살아남았으면 해요. 10년 뒤 뒤돌아봤을 때 업계에서 콘셉트와 성격이 분명한 갤러리, 갤러리스트라 평가받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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