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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차 브랜드 ① 벤틀리]타협을 모르는 장인정신, 90년 이어온 명차의 품격

고유의 수작업, 맞춤 제작(Bespoke) 방식 ‘뮬리너’ 옵션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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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1호 정의식⁄ 2013.11.04 15:09:19

‘W.O.’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벤틀리의 창립자 ‘월터 오웬 벤틀리’는 9형제 중 막내로 런던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기계에 빠져 있던 그는 철도 엔지니어링과 공학 이론을 통해 기계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벤틀리 탄생 1912년 월터 오웬 벤틀리(Walter Owen Bentley)와 그의 형 호레이스 밀너 벤틀리(Horace Milner Bentley)는 프랑스 DFP 자동차의 프랜차이즈를 매수해 런던 하노버 스퀘어 3번지에 벤틀리&벤틀리 리미티드를 설립했다. W.O.는 저비용 고효과의 선전 수단으로 모터 레이스 참가를 기획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기술을 향상시키려 했다. W.O.의 DFP는 1912년 11월 브룩랜즈에서 개최된 2리터 카레이스에서 10바퀴 66.78마일(107km/h)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1년 뒤 혁신적인 L8 알루미늄제 피스톤(알루미늄 88%, 구리 12%)을 탑재한 W.O. 설계의 DFP는 81.98마일(131km/h)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1차 대전 이후 W.O.는 엔진을 대폭 개량해서 벤틀리 로터리를 설계했다. 이 설계를 통해 탄생한 BR1과 중형 BR2 엔진이 대성공을 거두자 W.O.는 자신이 설계한 자동차를 제조하겠다고 결심한다. 1921년, 벤틀리는 직렬 4기통 엔진에 고든 크로스비(Gordon Crosby)가 디자인한 바디를 얹어 벤틀리 첫 모델인 3리터를 선보였다. 고든 크로스비는 재규어의 라디에이터 장식물 ‘뛰는 고양이(leaping cat)’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1919년 초, W.O.와 험버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했던 FT 버제스, 그리고 해리 발 리가 설계한 벤틀리의 첫 모델 3리터는 진보된 기술과 훌륭한 내구성으로 인해 출시되자마자 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인기를 누리며 벤틀리의 대표 모델로 떠올랐다.

르망 24시에서 고성능 럭셔리 카로 입지 굳히다 현재 수준에서 봐도 3리터 벤틀리의 스펙은 놀랍다. 펜트루프형 연소실의 기통당 4밸브 엔진, 크로스 플로우 헤드, 오버헤드 캠, 기통당 트윈 플러그는 당시 획기적인 것이었다. 3리터 벤틀리는 이후 벤틀리 모든 모델의 표준이 되었다. 하이스피드, 높은 조종성, 고속 안정성, 내구성과 신뢰성 등 레이스에 최적인 모든 장점을 갖춘 벤틀리는 레이스에서 그 힘을 발휘하게 된다. W.O.는 성능 시험 및 홍보 효과를 위해서 3리터 모델을 레이스에 내보냈는데, 당시 레이스를 지배하고 있던 경량의 소형차 ‘부가티’와는 다르게 크고 웅장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기술과 파워를 가진 3리터는 출시 첫 해인 1921년 시즌부터 여러 레이스에서 우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음 해인 1922년부터 일반에게 판매가 시작되어 스포츠카 드라이버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3리터는 1924년과 1927년에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우승했고, 벤틀리는 이후 1929년과 1930년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우승한 6.5리터와 1928년에 우승한 4.5리터 등을 발표했다. 1929년에는 6.5리터 스포츠 버전인 ‘스피드 식스(Speed Six)’가 우승을 차지하며 ‘4년 연속 르망 24시 우승’이라는 새로운 영예와 당대 최고의 오토메이커로서의 기술력을 인정받게 된다. 시련 그리고 컨티넨탈 시리즈로 완벽히 부활 벤틀리의 역사에 항상 즐거움과 영광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르망 24시에서 입증된 뛰어난 기술력과, 4년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찾아온 경제공황 속에서 회사는 만성적인 자금난에 빠졌다. 레이스에서의 성공이 오히려 부담이 되자 1930년 6월 벤틀리는 레이스에서 철수하게 되었다. 이후 벤틀리는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스타일리시하고 성능과 쾌적성을 겸비한 소형 오너 드라이버용 세단형 자동차를 제작하게 된다. 1931년 11월, 롤스로이스가 벤틀리를 산하로 끌어들이고 W.O.를 개발 엔지니어로 영입해 벤틀리는 롤스로이스와 한 식구가 되었다. 1998년이 돼서야 벤틀리는 롤스로이스와 관계를 청산하고, 폭스바겐 그룹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이후 벤틀리는 대히트를 기록한다. 2006년 컨티넨탈 플라잉스퍼와 컨티넨탈 GT의 역할이 컸다. 컨티넨탈 GT의 성공에 이어 컨티넨탈 GTC, GT Speed, GTC Speed 등이 출시되었으며, 2003년에 출시된 럭셔리 세단인 컨티넨탈 플라잉 스퍼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벤틀리 중흥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였다. 최근에는 새롭게 개발된 트윈 터보차저 방식의 4리터 V8 엔진을 탑재한 신형 컨티넨탈 GT V8 및 GTC V8 모델과 역대 양산 모델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신형 컨티넨탈 GT Speed 쿠페와 컨버터블 모델을 선보이며 컨티넨탈 라인의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컨티넨탈의 이름을 벗고 뛰어난 주행 성능과 장인들의 손길로 완성된 럭셔리의 극치를 자랑하며, 우아한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이 결합된 벤틀리의 4도어 모델 중 가장 강력한 모델인 신형 플라잉스퍼도 9월부터 국내 고객에 본격적으로 인도를 개시했다. “남들이 멈추는 곳에서 우리는 시작한다” 벤틀리의 철학과 정신은 “남들이 멈추는 곳에서 우리는 시작한다(We Start Where Others Stop)”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생산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효율성과 스피드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자동차 브랜드들이 자동화를 통한 대량생산을 미덕으로 확신하는 시대에서도 벤틀리는 고유의 수작업 방식을 고수한다. 영국 크루(Crewe) 공장에서 근무하는 벤틀리의 장인들에게 한 대의 벤틀리를 완성해 내는 것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실제 벤틀리의 플래그십 모델인 ‘뮬산’을 제작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총 300시간 정도다. 이 중 인테리어 작업에만 170시간이 쓰여진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한다고 가정할 때 한 대의 벤틀리가 탄생하기 위해서 7주가 넘는 시간이 걸리고, 인테리어를 완성하는데만 4주 가까운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벤틀리가 기계를 통한 대량생산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디테일들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전통적인 ‘코치빌더(Coach Builder, 과거 수작업을 통해 귀족들을 위한 고급 마차를 주문 생산하던 장인들을 코치빌더라고 불렀다)’의 전통을 철저히 계승하고 있는 장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단 한 대 뿐인 차 제작 벤틀리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내외장재의 선택에 있어 고객이 원하는 모든 옵션을 제공해 이 세상에서 단 한 대 뿐인 나만의 차를 간직할 수 있도록 고객을 배려한다는 점이다. ‘맞춤 제작(Bespoke)’ 방식인 벤틀리의 ‘뮬리너’ 옵션을 이용하면 원하는 이상과 취향대로 고객이 원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동차가 탄생한다. 벤틀리의 기본 원칙은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이다. 여기에는 단 한가지의 전제만 붙는다. ‘탑승자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다. 벤틀리는 외관 페인트 색상과 인테리어에 사용되는 가죽 및 베니어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고객이 원할 경우 본인이 원하는 컬러 및 재질을 별도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한대의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때문에 고객들이 같은 뮬산을 선택하더라도 동일한 차가 아닌 각기 다른 자신만의 차량을 소유하게 된다. 기본 옵션 외에도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맞춤 제작해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가능한 옵션의 수는 사실상 무한대가 된다. 벤틀리는 고객의 어떠한 요구도 충실히 구현해 낸다. 영국 여왕의 공식의전 차량인 벤틀리 에스테이트 리무진의 경우에는 여왕이 평소 모자를 즐겨 쓴다는 것을 고려하여 차체를 높게 제작, 모자를 착용하고도 숙이지 않고 차에 탑승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태리의 한 디자이너는 평소에 사용하는 형광펜의 색을 자동차 색으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였으며, 본인이 아끼는 믹서기, 혹은 본인이 좋아하는 매니큐어와 동일한 색상의 차량을 주문한 사람도 있었다. 어떤 고객은 상담 직원의 넥타이 색깔이 마음에 든다며 동일한 색상으로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해당 직원은 자신의 넥타이를 잘라 본사에 보냈고, 그와 동일한 색상을 재현하여 차량이 전달됐다. 타협을 모르는 장인 정신 타 자동차 브랜드들이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벤틀리만의 방식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다. 가죽 시트를 예로 들면, 시트의 가죽에 사용되는 소는 목장에서 방목한 소의 가죽만 사용한다. 울타리에 부딪히면 소 피부에 상처가 남아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뮬산의 경우에는 차 한 대를 위해 무려 소 15마리의 가죽이 사용되었다. 심지어 벤틀리는 과거 빈티지 벤틀리 차량의 상징 중 하나였던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풍부한 가죽 냄새를 고객들이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특수 가죽 태닝 공법을 적용해 고유의 향기를 되살리기도 했다. 가죽의 바느질은 역시 수작업으로 지며, 자동차의 핸들의 바늘땀까지도 장인의 손길을 거친다. 크루 공장의 한 장인은 일정한 바느질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음식용 포크로 가죽에 표시를 해 바늘땀의 거리를 재기도 한다. 인테리어에 사용된 나무들은 모두 좌우 대칭을 이루는데, 좌우 대칭은 천연 목재를 사용해야만 표현이 가능하다. 어찌보면 지나치게 고집스러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모든 것에 시류에 타협하지 않는 벤틀리의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벤틀리는 이러한 전통들을 지켜 나가면서도 창업 당시 월터 오웬 벤틀리가 내건 캐치프레이즈인 ‘Good car, Fast car, Best car(좋은 차, 빠른 차, 최고의 차)’에 걸맞게 항상 최고수준의 퍼포먼스를 지닌 명차들을 선보이고 있다. 최상의 성능은 럭셔리와 함께 벤틀리가 최우선시하는 주요 가치다. 벤틀리의 모든 엔진에는 엔진 넘버와 제작에 참여한 엔지니어의 서명이 새겨져 있다. 여느 수퍼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뜨거운 심장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음을 말해준다. -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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